MISS.MYTH Kim–그녀들의 이야기
2013.08.25 ▶ 2013.09.11
2013.08.25 ▶ 2013.09.11
김민형
그녀의 일생 새장, 깃털, 구두, 가변설치, 2012
김민형
또각또각 하이힐이 말이 돼 ver.mirror 합성수지, 유리타일, 백시멘트, 200x300x120cm, 2013
김민형
Call girl 전화기, 구두굽, 전화선, 우레탄도색, 가변설치, 2010
김민형
Miss Kim's Dress 마네킹, 견출, 170x40x30cm, 2013
김민형
Myth Kim's venus 석고, 견출지, 110x40x35cm, 2013
여성의 욕망을 대변하는 상징물로서의 하이힐
여성의 전유물로서의 하이힐은 아름다움을 향한 동경의 대상으로 혹은 타인에게 당당하게 보이고자 하는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로 표상된다. 하이힐은 마치 요술구두와도 같아서 그것을 신는 순간 스스로를 매력적인 여성으로 변화시킨다. 이러한 경험은 여성들로 하여금 굽의 높이로 인한 불편함이나 발의 건강 등의 생각은 잊어버리고 하이힐에 열광하게 만든다. 본능적인 아름다움을 향한 끝없는 욕망,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나 자신을 보다 더 견고히 만들고자 하는 욕망은 여성들에게 하이힐을 더욱 집착하게 만든다. 작가 김민형은 이러한 여성의 근원적 욕망의 상징인 하이힐을 모티브로 삼아 작업하고 있다. 김민형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하이힐은 다양하게 변용된 형태로 보여지고 있다. 「또각또각-하이힐이 말이 돼」에서는 힐에 말발굽을 중첩시켜 형상화하고 또 그 표면에는 유리 조각을 붙임으로써 하이힐이 단지 슈즈로서의 물성이 아닌 몸의 일부로서의 상징성을 획득하고, 유리 조각을 통해 세상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call girl」에서는 여성들 사이에 대표적 소통의 수단으로 수다를 전화기와 힐이 혼용된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여성은 타인과의 관계 유지나 위급한 상황 등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관계지향적 커뮤니케이션인 수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언어력을 관장하는 두뇌가 발달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남자보다 월등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들의 수다는 유대관계 형성에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하고 자신들의 보이지 않는 욕망을 언어적 유희를 통해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call girl」은 여성들의 은밀한 대화와 그 속에 담겨 있는 욕망을 표현하고, 그녀들에게 어떠한 위로와 용기, 판타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처럼 여성성이 극대화 될 수 있는 모티브를 차용하여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고 또 자극한다.
작품 속 일상성에 대한 고찰
김민형의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사물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이다. 작가는 자신이 직간접으로 경험한 것들을 작업에 드러내고 있다. 그날 그날 있었던 일을 글로 쓰고 그리는 형식으로 작업한 「미스 김`s 다이어리」는 작가 자신이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품절녀가 되고 싶은 미스 김'은 서른이라는 나이가 되면서 하나 둘 시집을 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스스로는 결혼을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위안하지만 속으로 어쩔 수 없이 위기감을 느끼는 여성들의 심리를 담고 있다. 가늘고 옥처럼 아름다운 손을 가리키는 '섬섬옥수'에서는 외형적 아름다움을 논하기에 앞서 그 사람의 내면에 담긴 향기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갖기를 당부하는 작가의 심정이 작품에 녹아있다.
또한 '모던걸 2013'에서 개똥녀, 포켓녀, 건어물녀, 젖소녀, 베이글녀 등 우리 시대가 양산해 놓은 무수한 여성상을 재미있게 풍자하고 있다. 김민형의 작품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추상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가볍지 않다. 그녀의 작업은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소재를 그 토대로 삼아 뚜렷한 작가적 관점과 독특한 표현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대중 매체에 의해 강요 되어지는 일체의 이미지들을 배제하고, 인간 본연의 의식과 그 속의 욕망에 대한 탐구를 풍자와 유머를 머금은 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시대의 미스(miss) 김, 미스(myth) 김
얼마전 방영 되었던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주인공 미스 김. 회사에서 직급이 없던 그녀는 아줌마, 김씨, 김양과 같은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웠다. 하나같이 무명에 가까운 호칭에 그녀는 당당하게 응수한다. '제 이름은 미스 김입니다'라고. 직장을 다니는 김씨 성을 가진 다수의 여성들에게 붙여지는 미스 김이라는 호칭 앞에 그녀는 스스로 당당했다. 아니 당당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업무에 필요한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사람이었고, 나름대로의 인생 역사를 통한 자신만의 삶의 가치 철학과 스토리를 가진 여성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여성은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담당하면서 점차로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아줌마, 사모님, 아무개 엄마 등 미스 김처럼 자신의 이름은 잃어버린 채 점점 무명의 호칭에 익숙해지게 된다. 하지만 그 내면을 보노라면, 익명성에 감춰진 개개인의 삶의 깊이와 그 속에 담긴 스토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깊어지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작품을 통해 작가는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여성의 삶 속에서 점차로 스스로의 이름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무기력함을 느끼기 보다는 드라마 속 미스 김처럼 스스로의 내면의 깊이를 보며 당당하기를, 그리고 그 삶을 누리기를. 「미스 김`s dress」는 여성의 삶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결혼을 상징하는 웨딩드레스를 견출지로 작업하였다. 결혼은 여성으로 새로운 출발을 의미함과 동시에 많은 것들을 상실함을 의미하는 사건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견출지로 잃어버린 것에 대한 상징하고 있다. 또한 이리저리 얽히고 설켜 있으면서도 리드미컬한 모양을 잡고 있는 드레스는 복잡다단한 삶의 모습 속에서도 삶의 깊이를 잃지 않고, 새로운 스토리를 써 내려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미스(myth) 비너스」에서 작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 비너스 석고상에 견출지를 붙여서 작업하였다. 이는 여성의 무명성에 대한 상징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며 동시에 비너스 여신의 이미지를 무명화 시킴으로써 재신화화(remythologisation)를 가능케 하고 있다. 「미스 김의 눈물」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강요되어 지고, 짊어져야 하는 멍에를 여성의 눈물로 상징화하고 있다. 이처럼 김민형의 일련의 무명 시리즈(미스 김 시리즈)에서는 현대 여성들의 삶 속의 애환과 상실감을 미스(miss) 김이라는 드라마 속 슈퍼 히어로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으며, 동시에 동음이의어인 신화적 존재 미스(myth) 김으로의 삶을 제안하고 조명하고 있다. ■ 나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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