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성
201014 oil on canvas, 200x200cm, 2010, 개인소장
정직성
200920 oil on canvas, 130.3x194cm, 2009, 개인소장
정직성
201001 oil on canvas, 300x200cm, 2010, 개인소장
정직성
201106 oil on canvas, 130.3x194cm, 2011 , 개인소장
정직성
201110 oil on canvas, 130.3x194cm, 2011 , 개인소장
정직성
201245 acrylic on canvas, 193.9x259.1cm, 2012, 개인소장
정직성
201246 acrylic on canvas, 193.9x259.1cm, 2012, 개인소장
정직성
201247 acrylic on canvas, 193.9x259.1cm, 2012, 개인소장
정직성
망원동: 연립주택 3 Mangwon-dong: Semidetached Houses 3 oil on canvas, 194x260cm, 2006, 개인소장
이 세상과 나: 정직성 展
2013년 가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도시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회화로 풀어내는 <정직성 展>을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는 2000년대 중반 서울의 연립주택을 그린 작품들과 최근 추상적으로 해석한 신작들까지 함께 조망할 수 있다.
정직성의 연립주택 시리즈는 망원동, 성내동, 신림동 등지의 영세민을 위한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주거공간을 담는다. 작가는 창, 지붕, 계단의 크기와 개수, 면적에 따라 연립주택의 형태의 유형을 단순화시킨다. 다세대주택은 철거에서 살아남은 단독주택이 스스로 진화를 시작한 결과이기 때문에 골목길 속 단독주택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빽빽하게 난립하며 개발과 재개발을 반복하며 형성된 연립주택과 사람의 혈관처럼 복잡하게 이어져 있는 골목길에서 작가는 일종의 역동성과 활력을 발견한다. 그 과정에 추출한 구조들의 반복과 집적을 통해 서울의 풍경을 보여 준다. 작가는 <홈home>의 내밀한 질과 행복의 충족보다는 정치 경제적 기능과 효율을 중심으로 쌓아 올려진 <하우스house>로서의 서울의 성격을 캔버스라는 2차원 평면의 공간에 우리네 삶의 형태로 담는다.
작가의 기존의 회화가 <역동성>을 중심으로 도시를 해석해 왔다면 근래에는 보다 심미적으로 섬세하게 확장된 시각을 형이상학적 형태로 보여 준다. 작가의 추상은 우리 앞에 놓인 가시성의 세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변형의 과정을 통해 이를 추출, 개념화시키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가시적 세계 너머의 구조들을 드러내는 과정을 신작에서 담아낸다. 작가의 신작들은 삶의 구체성의 감각에서 집적되는 지점을 시각화하며, 이는 자신의 삶을 누르는 어떤 중력이자 현실의 감각 작용에 의한 지배를 받는다.
20세기 초 페르낭 레제가 자연과 인간생활의 큰 구도를 즐겨 다루면서 단순한 명암이나 명쾌한 색채로써 대상을 간명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모색했고, 그 과정에 원통형 등의 기하학적 형태를 선호하여 기계문명의 다이나미즘과 명확성을 회화에 담아내었듯이, 정직성의 회화들 또한 작가 개인의 표현과 형태를 선택하는 취향과 당대 사회의 집합적 인식을 연결하려는 시도를 보여 준다.
파주출판도시에 위치한 미메시스는 20세기 모더니즘의 마지막 거장으로 불리는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다양한 곡면으로 이루어진 전시 공간이다. 가급적 인조광을 배제하고 자연광을 사용하는 유기적 형태의 전시장과 서울의 주택환경을 해석한 정직성의 회화 작품들의 조화는 화이트 큐브 전시 공간 그 이상의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글: 양지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큐레이터
작가노트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망우동에서 태어나서 둔촌동, 신림동, 정릉, 망원동, 성산동, 봉천동, 연희동, 홍제동 등 무던히도 많이 이사를 한 것 같다. 사는 집과는 별개로 미술가를 업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작업실 이사까지 포함하면 옮겨 다닌 횟수가 수십 번에 이른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서울을 장기간 떠나 있었던 적이 없는데도, 계속되는 이사에 따른 피로감 때문에 내 삶이 개구리밥처럼 둥둥 떠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런 잦은 이사의 경험은 비단 나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집을 소유하지 못한 나와 같은 사람들은 동네의 재개발이나 부동산 경기에 따른 전세값 상승 등의 이유로 자의반 타의반 많은 이사를 하게 된다. 집을 소유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집을 살아가는 곳으로 여기기보다는 재테크의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잦은 이사를 하게 된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서울에서의 이사 경험은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나라의 도시들보다 유별난 것만 같다.
빠른 속도로 재개발이 계속되는 서울이다 보니, 몇 년 전 살았던 장소에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 보면 눈이 휘둥그레지게 변해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쓰나미나 전쟁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살면서 잔정을 주었던 장소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보는 이에게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몇 년간 지나다녔던 골목들, 동사무소, 구멍가게, 분식집, 철물점, 포장마차, 은행 등등 내 두 발과 몸과 함께 촘촘히 기억하고 있는 많은 장소들이 사라지는 만큼 그곳에서의 내 삶도 함께 잘려 나가는 것 같다. 이런 경험들 때문에 내가 그렇게 오래 서울에서 살아왔어도 서울을 나의 <고향>으로 이미지화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서울에서 살아오면서 유난히 애착을 갖게 되는 곳들이 있으니, 서울의 대로변을 지나 한겹 더 다가섰을 때 만날 수 있는 서울의 오래된 골목들이다. 골목의 구조물들은 높은 경사와 좁은 면적과 같은 제한적인 조건하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고, 세를 많이 주기 위한 많은 출입구들과 계단들처럼 경제적 여건으로 생겨나고 변형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제약을 극복하는 다양한 창조성을 골목의 구조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야 했기때문에 고밀도의 공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하겠지만, 고밀도의 높은 경사를 따라 예측불허로 꺾여 있는 골목길들을 걸으면서 발견하게 되는 놀라운 공간의 변주가 정말 흥미롭다. 이러한 공간의 변주는 어떤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작품보다 훨씬 다양하고 집약적인 면모를 보여 준다. 형편에 맞게, 상황에 따라, 지형에 맞추어, 조건에 비추어 아주 딱 그만큼 적절하게 만들어진 놀라운 구조들이 그곳에 있다.
적은 돈으로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해야 했던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지가 공간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니 어찌 내가 서울의 오래된 골목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공간을 거닐다 보면 잦은 이주로 인한 서울살이의 피곤함이 덜어지고 나 또한 어떤 건강한 의지가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나는 이것이 서울이라는 공간이 빠른 속도로 근대를 관통하며 지니게 된 핵심적인 성격이 아닌가 생각한다.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변해 가며, 잦은 이사를 다녀야만 하는 제한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굴하지 않고 공간을 가꾸어 나가는 건강한 유연함 말이다. 임시방편적 건강함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빠른 속도의 재개발로 인해 오래된 골목들이 남아 있는 지역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나는 이런 서울이라는 공간의 성격, <건강한 유연함>을 나의 화폭에 담고 싶다. 그것은 단순히 그것을 발견한 장소를 사진처럼 옮긴다고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간에서 오감으로 감각한 경험을, 대상을 일대일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드러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골목길에서 보고 느꼈던 다양한 공간의 변주, 무수한 무명의 주체가 발산하던 놀라운 창조성, 근거와 맥락이 있는 유희에서 나의 그림은 출발한다. 이사가 잦을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도 건강한 유연함을 잃지 않는 주체가 감각하는 서울의 특수한 장소성을 나는 내 화면을 통해 가시화하고 싶다.
비극적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침울한 요소들을 걷어 내어 그 상황에 거리감을 확보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상황을 유연하게 극복하는 진지한 유희로써의 삶을 생각한다.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닌 삶에 대한 포용이자 긍정으로써의 유희, 일로써의 요구와 놀이로써의 요구가 상충되지 않는 즐거움의 형태를 상상한다. 글: 정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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