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하
엇갈린 결, 개입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 13x6x9.5m, 2013, 작가 소장
서울관 개관특별전
《연결_전개 Connecting_Unfolding》전
l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모인 7명의 큐레이터와 7명의 작가가 함께 만드는 개관특별전
l 한국미술의 중심이자 세계미술의 허브로 연결되고 전개되어 나갈 서울관의 미래를 제시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을 기념하여 서울관의 향후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전 <연결_전개>를 2014년 2월 28일까지 개최한다.
본 전시는 기존의 관습적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차원의 융․복합이 가능해진 시대에 예술과 삶의 결합이 미술문화라는 기호를 통해서 해석되는지를 살펴보고자 기획되었다. 더불어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분출되어 어떻게 소통이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시대와 사회에 대한 예술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러 나라의 큐레이터들, 최은주(한국), 리차드 플러드(미국), 앤 갤러거(영국), 유코 하세가와(일본), 이숙경(한국), 베르나르트 제렉세(독일), 푸자 수드(인도)가 만나, 타시타 딘(영국), 킴 존스(미국), 아마르 칸와르(인도), 마크 리(스위스), 리 밍웨이(대만), 키시오 스가(일본), 양민하(한국) 등 7명 작가를 선정하고 그들 나름의 예술 세계를 통해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조형적, 개념적 연결을 구하고자 했다. 전통과 현대, 역사와 시대, 사회와 예술 등 다양한 연결고리가 한데 어우러지는 서울관을 개관하며 우리 미술관이 제시하는 첫 번째 주제는 다양한 현상들이 접촉함으로써 가능한 새로운 차원의 가치를 꿈꾸는 ‘연결’과 ‘전개’이다.
<연결_전개>라는 전시의 타이틀은 많은 개념을 함의한다. 이는 우선, 과거의 역사를 넘어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고, 한정된 공간을 넘어 가능성의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시공간의 한계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작품들을 통해 이미지의 보편적이고 고정적인 의미는 해체될 것이고 그것이 해석되는 맥락에 따라 의미는 새롭게 전개될 것이다. 작품을 둘러싼 환경과 사회․문화적 맥락은 제고될 것이다. 작품들은 관객에게 관조적 태도보다는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할 것이다. 감각과 체험, 형식과 내용, 정신과 신체가 만나서 미래의 새로운 예술을 향한 창조적 대안들이 싹트고 실현되는 곳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미술관임을 보여줄 것이다.
[제3전시실]
▶ 킴 존스 (Kim Jones, 1940년생, 남, 미국)
킴 존스는 1970~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중심으로 전개된 퍼포먼스 아트의 맥락에서 볼 때 주요 작가 중 한 명이다. 캘리포니아 남부 출신인 그는 1980년대 뉴욕으로 이주하여 활동을 지속하였고 뉴욕현대미술관과 뉴뮤지움, 제52회 베니스 비엔날레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킴 존스의 잘 알려진 퍼포먼스 <머드맨>은 온 몸에 진흙을 바르고 얼굴에는 나일론 스타킹을 뒤집어쓴 채 나뭇가지로 엮은 조잡한 구조물을 등에 짊어진 모습으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머드맨’은 작가 내면의 무의식 속 인격으로서 1970~80년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거리와 지하철, 미술관 등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머드맨은 세상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방랑자이자 주술사이며 작가의 또 다른 자아였다. 킴 존스는 퍼포먼스와 더불어 드로잉과 회화, 조각 작업도 꾸준히 지속했는데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와 개인의 성찰이었다. 이는 그가 1960년대 후반에 베트남 전쟁에 해군으로 참전했던 경험에 기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머드맨 퍼포먼스와 관련된 설치 및 영상 작품과 함께 그의 대표적인 드로잉 연작 중 하나인 <전쟁 드로잉>이 소개된다. 이 대규모 벽면 드로잉 작품에서는 거대한 캔버스나 벽을 전장으로 삼아 x와 o라는 가상의 두 집단이 군사작전을 펼치는 장면이 연출된
다. 어린 시절에 해봤을 법한 전쟁놀이나 보드게임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인간에 의해 기획, 통제되고 다시 인간을 희생시키는 커다란 게임과 같은 전쟁의 속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 키시오 스가(Kishio Suga, 1944년생, 남, 일본)
키시오 스가는 1960년대 후반 일본에서 출현한 미술사조인 모노하(物派)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일본 요코하마미술관과 히로시마미술관 등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으며,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과 파리의 퐁피두센터 등에서 열렸던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모노하는 물질의 존재 자체가 드러나는 구조와 그 체계를 통해서 세계를 파악하고자 했다. 모노하 작가로서 키시오 스가 역시 물질 사이의 관계성에 주목하였고 이에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물 혹은 산업용 자재나 건축부자재 등을 작품의 재료로 활용하며 설치작업을 하였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捨置状況Shachi Jokyo>와 <依存差Izonza>는 각각 1972년과 1973년에 만들어진 설치 작품으로,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라는 새로운 시간과 장소에서 그 맥락에 맞게 재 구현되었다. 두 작품 모두 순수 자연재료와 산업용 건축부자재를 혼합하여 구성되었는데,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사물들 간의 상호의존적 관계, 그리고 사물과 공간 사이의 관계 형성을 살펴보고자 했다. 작가는 이러한 상호의존성의 관계를 재구축함으로써 사물의 세계가 지닌 구조를 탐색하고자 했는데, 이는 작가의 근본적인 세계관을 반영한다. 키시오 스가는 “모든 존재는 서로 상호의존적이며 존재 그 자체는 ‘공(空)’이다”라고 본다.
[제4전시실]
▶ 마크 리(Marc Lee, 1969년생, 남, 스위스)
스위스 출신의 미디어 작가 마크 리는 학교에서 설치예술과 뉴미디어를 전공했으며, 1990년대 말부터는 네트워크 중심의 인터랙티브(쌍방향 교류방식)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독일 칼스루헤의 ZKM, 상하이현대미술관,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미디어 작품을 통해 인터넷의 구조와 체계, 작동방식, 그리고 그것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관계를 언급한다. 이번《연결_전개》전에서는 <10,000개의 움직이는 도시들>이라는 인터넷 기반의 인터랙티브 설치작품을 전시한다. 이는 관람객이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 컴퓨터의 검색엔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나라 또는 도시를 선택하면, 전시 공간에 서있는 하얗고 거대한 큐브구조물들 위에 방금 기입한 지역과 관련된 이미지, 사운드 등을 포함한 각종 정보가 실시간으로 검색되어 입혀지는 방식이다. 자신이 검색한 지역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큐브들 사이를 움직이면서 관객은 그 지역을 통감각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즉각적으로 전달되는 새로운 정보로인해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들은 끊임없이 변하고 관객은 직접적으로 이를 접촉하게 된다.<10,000개의 움직이는 도시들>은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와 개입 그리고 이를 통한 가변적이고 지속적인 상황 전개를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이다.
[제5전시실]
▶ 아마르 칸와르(Amar Kanwar, 1964년생, 남, 인도)
뉴델리에서 출생한 아마르 칸와르는 인도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을 다큐멘터리 영상과 아카이브를
결합한 멀티미디어 설치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가이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골든게이트 상과 노르웨이 에드바르드 뭉크 현대미술상을 비롯하여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카셀도큐멘타에 3회 연속으로 참가했다. 칸와르의 작품은 인도가 독립한 이후 계속되어 온 힌두교와 회교도 사이의 종교 분쟁, 계급 및 성(性)과 관련된 인권문제 등 인도의 복잡한 역사와 관련된 사회적, 정치적 폭력의 다양한 양상들을 주요 소재로 한다. 그는 이러한 내용을 사실적이거나 직접적인 재현으로 표현하는 대신에 명상적이고 시적인 접근법을 취한다. 이를 위해 인도의 전통적 제의나 문학, 이미지, 노래 등의 매체를 활용했다. 이는 사회적 문제들이 개인의 일상에 침투할 때 발생하는 개인의 기억, 반응, 행동, 트라우마 등의 구체적인 양상들을 심도 있게 다룸으로써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삶의 본질, 그 자체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최상의 숲(The Souvereign Forest)>은 위에서 언급한 맥락의 시적인 결과물들이 실제로 정치적, 사회적 범죄에 대한 증거로 그 효용성이 있는지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작업이다. 이 작품의 주제적축을 이루는 영상물 <범죄 현장>은 인도 동부에 위치한 오릿사 주에서 정부와 기업체에 의해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영상에는 오랜 동안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개인들의 삶과 그 투쟁을 담고 있다. 영상과 함께 전시되는 사진, 서류, 씨앗, 드로잉 등의 자료들은 범죄에 대한 물리적 증거로서 제시되며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지닌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인과관계를 열린 구조로 보여주고 있다.
▶ 타시타 딘(Tacita Dean, 1965년생, 여, 영국)
영국 출신의 작가 타시타 딘은 16mm 영화 작업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 영국 젊은 미술가들을 대변하는 yBa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이다. 작업초기에는 회화에 집중하였으나 이후 영상작업에 몰두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1998년 터너프라이즈 후보에 오르는 것을 기점으로 2002 아헨 미술상, 2005 베니스 비엔날레 베네세 상, 2008 휴고보스 상, 2009 쿠르트-슈비터스 상을 수상했다. 2000년 이후부터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 출품작인 <필름>은 2011년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 유니레버 사의 후원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필름>은 서울관의 공간 규모와 상황에 맞게 조율되어 높이 6.5m, 넓이 약 3.8m의 초대형 스크린에 상영시간 11분인 영상을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작품으로 시네마스코프를 세로로 세워 놓은 듯한 외관을 보인다. 어두운 공간 속 대형 스크린에 무성(無聲) 영화가 투사되는 것으로, 전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흑백 필름 위에 '핸드-틴팅(Hand-Tinting)'으로 작업하였는데, 여섯 가지 색을 입혀 오직 가위와 아교로만 편집하였다. 꽃, 바다 등 자연의 이미지를 비롯하여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패턴, 그리고 건축물등과 같은 이미지들이 만들어내는 시각 효과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디지털 방식으로 급속히 대체되고, 이것이 확대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는 작가는 아날로그 제작 방식을 통해 순수한 필름 그 자체로의 느낌을 전달하는데 주력하였다.
▶ 리 밍웨이(Lee Mingwei, 1964년생, 남, 대만)
리 밍웨이는 대만에서 태어난 이후 미국으로 이주, 현재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다. 그는 미국 휘트니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로스엔젤레스카운티미술관, 대만 타이베이현대미술관, 호주 퀸즈랜드현대미술관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2003년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대만관 대표작가로 선정되었으며 그 외에도 다수의 비엔날레를 통해서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을 통한 소통의 계기’를 공유하고자 했다. 타인과의 관계, 소통의 방식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이를 구현해온 리 밍웨이는 이번《연결_전개》전에서 2011년 작 <움직이는 정원>과 신작 <소닉 블로썸>을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움직이는 정원>에서 작가는 감정을 교류하고, 관계성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꽃을 선택하였다. 작가의 작은정원 속 꽃들은 관객들에 의해 나눠지고 흩어지지만, 이는 기억과 경험의 공유를 위한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이번 전시에서 대중에 처음 선보이는 <소닉 블로썸>은 연로한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애틋한 마음에서 출발하였다. 마치 마법과도 같은 퍼포먼스가 관객의 선택에 의해 일어난다. 관객은 스스로가 허락한,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음악적 감동을 얻게 된다.
[제5전시실 외벽]
▶ 양민하(Minha Yang, 1966년생, 남, 한국)
《연결_전개》전의 한국 작가 양민하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업을 활발히 진행해온 작가이다. 그는 2002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MAAP 베이징, 2005 광주 국제 디자인 비엔날레, 2007 스페인 ARCO, 2009, 2010 인천 국제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 2011 크리에이터스 프로젝트 Seoul & NY 등에 참가하였다. 양민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업을 통해 “기술로 이루는 최상의 결과물은 자연과 닮아 있는 무엇”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고자 한다. 개인적인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에도 자주 참여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구상한 신작 <엇갈린 결, 개입>(2013)이라는 미디어 작품을 선보인다. 종친부에서 병원, 기무사, 그리고 현재는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게 된 장소로서의 ‘서울관’은 수많은 시간적, 상황적 결과가 흔적으로 쌓여 있는 공간이다. 작가는 서울관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맥락을 ‘결’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장하는 거목처럼 장소 역시 적응하고 성장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작가는 날카로운 예각을 가진 7m 높이의 구조물을 벽에 덧붙여 설치하고 이 구조물과 복도 바닥에 ‘결’을 형상화한 이미지를 투영시킨다. 이 영상은 구조물의 외벽과 바닥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 바닥의 어느 한 틈으로 빨려 들어간다. 여기에 관객은 자신의 신체적 움직임을 통해 일정한 빛의 흐름에 파문을 만들어 새로운 상황을 더해가며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
1966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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