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혜림
Voix off Oil on canvas, 116.5x80.3cm, 2013, 개인소장
차혜림
검은추 Oil on canvas, 50.0x72.5cm, 2013, 개인소장
차혜림
교환의 방식 Oil on canvas, 50.0x72.5cm, 2013, 개인소장
차혜림
미래의 그림자 Oil on canvas, 53.0x72.7cm, 2013, 개인소장
차혜림
출력된 장소 Oil on canvas, 50.0x72.5cm, 2013, 개인소장
WONDERWALL, 미뤄지는 방
차혜림은 이미지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소설가 같은 아티스트다. 소설의 한 챕터를 쓰듯이 본인에게 떠오른 이미지를 캔버스에 그리고, 챕터와 챕터를 이어 가듯이 그림과 그림을 이어나가 전시를 하면서 이야기를 완결시킨다.
차혜림은 이번 전시 원더월(Wonderwall)에서도 영화와 노래에서 따온 모티프를 바탕으로 한 시각적 이미지를 캔버스 위에 촘촘하게 그려낸다. 원더월은 정식으로 사전에 등록된 단어가 아니다. 조 마소(Joe Massot) 감독의 1968년 영화 원더월(Wonderwall)에서 주인공은 벽에 뚫려있는 작은 구멍으로 옆집 여자를 훔쳐본다. 그 벽의 이름이 원더월이고, 원더월이라는 단어는 여기서 유래되었다. 같은 해 영국의 유명 록 그룹 오아시스는 동명의 곡을 발표했고 히트를 쳤다. “Because maybe you’re gonna be the one that saves me? And after all you’re my wonderwall”이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원더월은 막연한 선망이나 구원의 대상을 지칭하는 것 같다.
원더월은 자폐 공간 안에서 바깥을 향하는 초월적 메타포다. 벽에 뚫린 구멍이나 벽 위에 자신의 희망과 욕망, 과거를 그리고 쓰며 채워 넣는 행위를 통해 갇혀 있는 공간 안에서 바깥과 소통하고, 밖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상징하는 장치다. 소통의 욕구나 외부를 향한 열망은 오로지 그 벽이 있는 한쪽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의 내면에만 존재한다. 내면에 갇혀서 외부를 향해 소통하려는 어떠한 몸짓과 노력도 그 사람의 내면에서만 일어난다. 벽 안의 사건은 벽 바깥의 사람과 아무런 상관없는, 혼자만의 일이다. 초월과 구원은 자기 내면 안에서만 일어나는 답답하고 꽉 막힌 자폐적인 세상을 강화하고 있을 뿐이다.
차혜림은 벽 너머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강력한 염원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는 자폐적 공간을 넘어 세상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나 자폐적 공간 자체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축하고 있다. 원더월에 기대서 각양각색의 자폐성을 각각의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그러나 그러한 방식으로는 극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자폐적이며 허망한 노력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아티스트는 내면에 갇힌 자신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넘어가려는 시도를 강박적으로 시각화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려는 몸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적 몸짓은 작가가 인터페이스라고 부르는, 한 캔버스 안에서 이루어지는 소통 장치로부터, 그림과 그림 사이의 연결 구조, 나아가 회화와 설치 및 오브제 작업까지 확장하여 전시 자체를 한 편의 영화나 소설처럼 꾸려나간다. 그러니까 18점으로 이루어진 회화 전시 “원더월”은 아티스트 자신의 원더월인 것이다.
1979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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