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린》(Choi Man Lin: A Retrospective)
2014.04.08 ▶ 2014.07.06
2014.04.08 ▶ 2014.07.06
최만린
이브 58-1 석고, 42x29x133cm, 1958
최만린
이브 61-3 청동, 86x18x88cm, 1961
최만린
이브 65-8 청동, 35x35x80cm, 1965
최만린
천(天) 시멘트, 60x20x45cm, 1965, 개인소장
최만린
지(地) 시멘트, 165x18x48cm, 1965
최만린
현(玄) 석고, 120x20x80cm, 1966
최만린
일월(日月) 70-1 석고, 20x6x24cm, 1970
최만린
천지(天地) 73-7 청동, 22x3x84cm, 1973
최만린
아(雅) 77-5 철용접, 15x15x70cm, 1977
최만린
태(胎) 78-13 청동, 66x77x70cm, 1978, 작가소장,현대화랑
최만린
태(胎) 79-23 청동, 43x40x38cm, 1979, 작가소장
최만린
태(胎) 76-7 청동, 40x100x47cm, 1976
최만린
태(胎) 78-9 청동, 35x35x30cm, 1978
최만린
맥(脈) 85-5 청동, 100x100x110cm, 1985
최만린
점(點) 88-3 청동, 120x120x135cm, 1988
최만린
O 89-8 청동, 120x70x95cm, 1989
최만린
O 93-8 청동, 450x400x100cm, 1993
최만린
O 90-11 청동, 30x4x25cm, 1990
최만린
O 91-13 청동, 30x20x20cm, 1991, 작가소장
최만린
O 95-11 청동, 42x12x37cm, 1995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관장 정형민)은 한국현대미술사 연구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기획한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의 두 번째이자 조각부문 첫 전시로 오는 4월 8일부터 7월 6일까지 《최만린》전을 개최한다. 원로 조각가 최만린(1935~)의 50여년 활동을 조망하는 회고전으로 그의 대표작 300여점이 소개된다. 1950년대 말부터 2013년까지 50여 년에 걸친 최만린의 작업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조각과 드로잉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 작가의 데뷔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은 인체 조각 '이브'에서 시작하여, 서예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한국적 조각의 뿌리를 탐색하기 시작한 1960년대 후반의 '천․지․현․황'과, 생명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형상화한 1970-80년대의 '태'를 선보인다. 그리고 이것이 보다 근원적인 형태로 환원된 1990년대 이후의 'O'까지 전시되어, 그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이를 통해 ‘생명’, ‘근원’, ‘원형’, ‘뿌리’ 등의 주제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조형적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특히 '태'와 'O' 시리즈 등 대형조각 시리즈는 청동주물 제작 이전 상태의 석고원형을 완성작과 함께 전시하여 작가의 작업과정을 입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최만린은 일제시대와 한국 전쟁 등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기를 몸소 체험한 현존하는 마지막 세대의 작가이다. 동시에 해방 이후 국내에서 설립된 미술대학에서 공부한 첫 번째 세대에 속하기도 한다. 이러한 위치에서 그는 단절된 전통의 계승과 현대성의 조화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생에 걸쳐 부단히 노력했으며, 한국적 조각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자기 성찰을 통해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해 냈다. 또한 회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반이 열악한 조각 분야에서 오랜 세월동안 작가이자 교육가, 행정가로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한국 조각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다.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최만린》전은 회화 등 주류 분야에 비해 기반이 취약했던 조각계에서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하고, 후진양성과 한국 조각 발전에 힘써 온 최만린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4년 만에 열리는 조각 기획전인 만큼, 조각 분야를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향후 3년간 회화, 사진, 건축, 공예 분야 주요작가 22인의 개인전이 지속적으로 열린다. 회화부문 전시로《구름과 산_조평휘》(3월 25일~7월 6일)가 진행 중이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http://www.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 이브(1955-1965)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최만린은 다른 많은 조각가들과 마찬가지로 인체를 소재로 한 습작을 통해 조각가로서의 기초를 다졌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말에 탄생한 '이브'는 사실적 재현에서 벗어난 왜곡된 인체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작품의 거친 표면과 팔다리가 잘린 듯한 형상은 작가가 사춘기 시절에 겪은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연상시킨다. 폐허를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모습은 모든 것이 파괴된 상황 속에서 발현되는 생명에 대한 본능적인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작가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이브' 연작은 인체에 대한 조형적 탐구가 곧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생명에 대한 관심이라는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 천지현황(1965-1977)
'천지현황'
'이브'의 성공 이후, 최만린은 서구식 조각 교육의 바탕에서 탄생한 인체 조각에 한계를 느끼고 한국적 조각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근대적인 형태를 지향하면서도 그 바탕이나 뿌리는 한국의 전통에 두어야 한다는 의식은 이 시대에 활동한 많은 작가들이 공유하는 것이었다. 특히 최만린은 “한국 조각을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가지고 이 문제에 강박적으로 매달렸다. 그는 서양식의 논리적, 분석적 사고를 벗어나 한국 땅에서 자생한 조형언어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 결과 서예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한자의 서체를 형상화한 조각을 '천지현' 시리즈가 탄생했다. 이는 연필을 버리고 붓을 잡으면서 분석적 사고에서 직관적 사고로의 전환을 꾀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그는 기호와 의미, 형태가 결합된 한자의 서체에서, 형식과 내용의 구분이 없는 통합적이고 직관적인 추상 조각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천지' ․ '일월'
우주의 원리를 상형화한 천자문의 서체에서 한국적 추상조각의 실마리를 발견한 작가는 '이브' 시절에 싹튼 생명에 대한 관심을 동양철학의 자연관과 자연스럽게 결합시켰다. 그것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이루는 우주의 원리, 자연의 이치를 음양사상과 연결시켜 형상화한 '천지', '일월' 등의 연작으로 구현되었다. 이 작품들은 매끄러운 표면의 청동을 사용하여 원이나 수직선을 암시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 태, O 등 이후 작업의 형식적 틀이 이 시기에 완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아'
철 용접 작업인 '아'는 최만린은 1970년대 중반에 미국 뉴욕의 프랫 대학에서 수학한 시절에 시작되었다. 작가에게 짧은 외국 생활은 오히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한국적 조각에 대한 의지를 강화시켰다. '아' 연작은 철을 작은 단위로 용해한 후 한 방울씩 쌓아 올려 만든 것으로 구불구불한 원, 상승하는 수직선 등의 형태에서는 다른 작품들과 유사한 맥락을 보이나 제작과정이 훨씬 더 강렬하고 직접적으로 암시된다.
3. 태(1980-1989)
'태'
197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 간 제작된 '태'는 '이브'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연작이다. '태'는 생명이라는 주제가 우주의 원리나 자연의 이치와 같은 총체적이고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벗어나 훨씬 더 직접적이고 인간적인 차원으로 구체화된 결과로 보인다. 동물의 장기를 연상시키는 꿈틀거리는 듯한 유기적 형태는 원초적인 생명의 에너지를 분출한다. 또한 시작과 끝이 서로 엇갈리고 맞물리며 무한한 운동감을 암시하고 있어, 이 작품이 생성과 성장, 소멸이라는 생명의 순환운동과 연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맥'
'맥'은 '태'가 주를 이루던 1980년대에 일시적으로 제작되었으며, 생명에너지의 형상화라는 점에서 '태'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태'가 생명의 근원적인 형태를 생물체의 유기성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표현했다면, '맥'은 생명을 지속시키는 에너지, 즉 기(氣)를 사방으로 확장하는 강한 힘의 형태로 구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4. O(1990-2013)
'점'
'점' 연작은 10여 년에 걸쳐 '태'시리즈를 지속했던 작가가 다시 한번 자신을 다잡고 원점으로 돌아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제작한 것이다. 삼차원의 공간을 채우는 조형 작업에서 점은 형태가 탄생하는 순간, 즉 모든 것의 시작을 상징한다. 그것은 또한 작가가 한국적 조각을 고민하던 1960년대 후반에 화선지에 붓으로 점을 찍으면서 점과 선, 면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차원을 깨달았던 경험과도 연관된다. 두 가지 재료를 혼합적으로 사용하여 돌출하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표현법은 새싹이 흙을 뚫고 발아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O'
'태'와 '맥', '점'을 통해 전개되던 생명의 근원 형태라는 주제는 이 모든 의미를 내포하면서도 동시에 개념적인 차원을 초월하고자 하는 의지로 귀결되었다. 'O'연작은 바로 이러한 작가의 의지가 가장 환원적인 방식으로 표현된 결과이다. 'O'라는 제목은 개념이 형태를 앞서거나 규정짓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 붙여진 것으로, 모든 불필요한 설명을 삭제하고, 부차적인 것을 버리려는 작가의 태도가 잘 드러난다. 이는 또한 생명의 뿌리, 근원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에서, 모든 것을 비우고 버림으로써 또다시 포용할 수 있는 열린 중심의 공간을 이르렀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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