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개인전 2014 '내숭올림픽
2014.06.19 ▶ 2014.06.30
2014.06.19 ▶ 2014.06.30
김현정
폼생폼사 : 순정녀 / Swag Die : Naive Lady 한지위에 수묵담채, 꼴라주, 112x134cm, 2014
김현정
내숭 :수고했어, 오늘도 / Feign : Keep it Up ! 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쥬, 107x165cm, 2014
김현정
내숭 : 마라토너/ Feign : Marathoner 한지위에 수묵담채, 꼴라주, 200x121cm, 2014
김현정
내숭 :심판의 독재자, 킴 / Feign :Dictator of Judge, Kim 한지위에 수묵담채, 꼴라주, 190x120cm, 2014
김현정
폼생폼사 : 준비완료! / Swag or Die : Get Set Ready ! 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쥬, 112x173cm, 2014
김현정
폼생폼사 : 주부9단의 봄날 / Swag Die : Spring a Professional Housewife 한지위에 수묵담채, 꼴라주, 191x130cm, 2013
김현정
내숭 : 우연을 가장한 만남 / Feign : Planned Coincidence 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쥬, 각 129x153cm, 2014
한국화가 김현정의 2014년도 개인전이 오는 6월 18일(목)~6월 30일(월)까지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1층 본전시장에서 열린다. 김현정 작가는 참신한 발상과 주제, 표현기법으로 “당돌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한국화단의 유망주이다. 무작정 새롭기만 한 시도가 아닌 정통 동양화의 이론과 기법에 기초하여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작년 3월의 개인전 이후 개인전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올해는 미술계에서 유일하게 “10년 뒤 한국을 빛낸 100인(동아일보,2014/04/02)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작가의 <내숭이야기> 시리즈 중 하나인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내숭올림픽’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운동을 하며 평소 누르고 있던 감정들을 마음껏 표출하고 고민들을 해소한다. 작가는 지난해 가을부터 ‘근린공원’(서울 양재 소재의 시민공원)에서 내숭올림픽을 주제로, 일상생활 속의 운동을 통하여 그 감정과 고민의 조각들을 포착하고 화폭에 담기 시작하였다.
<내숭이야기>는 타자의 시선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한편, 그러한 자화상의 인식을 계기로 속박된 자아의 해방을 지향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학예연구부장인 선승혜 교수는 작품에 대하여 “작가는 ‘내숭’이라고 하지만, 타자가 보기에는 ‘자기긍정의 에너지’이다”라고 평론하였다. 작가 스스로 “작업을 하면서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내숭이야기>는 작가의 마음속 속살을 고백하듯 그려내며 긍정과 위안의 메시지를 전하였으며 이는 많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 지금까지의 작품들이 ‘청춘의 고민’을 담아냈다면, ‘내숭올림픽’에서는 ‘아줌마’와 ‘아저씨’의 해방공간인 근린공원에서 느껴지는 감성의 편린들을 담아냄과 동시에 어른으로서 책임감과 성장에 관한 작가의 고민들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전시 일정으로는 6월 19일(목)에 전시가 시작되며, 6월 21일(토) 전시초대일에는 작가와 관람객들이 함께 하는 체험프로젝트(‘나도 작품의 주인공’)가 진행된다. 전시기간 중에는 도슨트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전시일정 중 작가가 직접 전시작품의 도슨트를 진행 뒤 관람객과 질의응답 시간도 포함 될 예정이다. 젊은 동양화들의 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수묵담채 기법으로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고, 속살이 훤히 비치는 자신의 몸에 한지를 붙여 화려하게 옷을 입힌, 상큼하면서도 발칙한 작가의 ‘내숭이야기’ 에 푹 빠져보자.
■ ‘내숭올림픽’ 전시 작가노트
성장한다는 것은 삶의 색채와 향기를 더 다채롭고 섬세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는 변화로 나타난다. 난생 처음 맞닥뜨리는 이벤트들은 나를 놀라고 당혹케 만들기도 하지만, 부족함이 있다고 느꼈던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서 색다른 삶의 감각을 터득하게 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역설적으로 두 발 더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을 항상 뒤늦게 깨닫게 되며, 이 한 발의 진보(進步)를 항상 뒤늦게 깨닫는다는 것 또한 역설적인 일이다. 스물여섯에서 스물일곱으로 넘어가는 삶의 관문에서, 나는 버겁다고 느껴질 만큼 큰 도약을 경험했다. 쉽지 않은 한해였다. 느닷없이 찾아 온 커다란 생활의 변화를 견뎌내며 1년을 지내다 보니, 어느 덧 내가 감응할 수 있는 삶의 색채와 향기가 몇 가지 늘어났음을 느낀다.
가을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하늘에 끌려 작업실 근처의 근린공원에 나선 적이 있다. 근린공원의 체력단련장은 활기가 넘친다. 다양한 복장, 다양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각자의 운동에 몰입해 있다. 운동을 하는 어른들은 자유롭게 감정을 표출하였는데, 그 다양한 표정들을 보면서 각자의 삶의 여정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각각의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aura)는 청명한 공기, 새파란 하늘, 울긋불긋한 단풍과 더불어 나에게 다채로운 색의 향연처럼 다가왔다. 바로 그 찬란한 이미지가 ‘내숭올림픽’의 출발점이 되었다.
운동은 우리가 간과했던, 혹은 못 본 척하고 살아왔던 삶의 색채들을 새삼스럽게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인다.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친근하고 게임 같은 운동들을 통해 열정, 집념, 환희, 감동, 분노, 좌절과 같은 빛나는 감정의 조각들이 표출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프리즘이 백색광에 혼재하는 각각의 색소들을 분산시켜 보여주는 것과 같다. 세계(World)를 상징하는 오륜기는 다양한 삶의 색채를 반영한다. 올림픽은 삶의 다채로움을 표상한다. ‘내숭올림픽’에서의 올림픽은 스포츠 축제라는 의미를 넘어서, 운동이라는 단면을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색과 향기의 축제이다.
나를 둘러싼 세계와 자아 사이의 긴장관계에 관한 인식,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 지는 자아의 탐색은 이번‘내숭올림픽’에서도 계속된다. 나는 여전히 세계와 나를 잇는 끈을 사이에 두고 ‘끈다리기’를 한다. 때론 느슨해지기도 하고 때론 팽팽해지기도 하는 그 긴장 속에서,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잡고 나의 온몸으로 세계를 마주하려 노력했다. 때로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수고했어, 오늘도”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삶의 길을 모색해 왔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갔다고 믿는다. 나를 압박하는 세상의 많은 것들에 “레드카드”를 내미는 자신감은 주체성의 발현이며, “승리는 나의 것!”이라고 외치는 “순정녀”는 한층 더 단단해진 자화상이다. 나의 작품들은 이를테면 지난 일 년 나를 채웠던 많은 감상을 담은 일기장이다. 삶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 그리고 그 중간에 불현 듯 찾아오는 환희와 즐거움과 같이 복잡다단하게 경험하였던 감상들을 좀 더 촘촘하고 다채롭게 포착하여, 내숭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고백한다.
작업을 하고, 작가노트를 쓰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불분명했던 것들을 분명하게 가름한다. 지난 1년 동안 치열하게 살았고, 그 과정에서 나의 사고와 신념이라는 것이 견고해짐을 느꼈다. 여전히 흔들리면서도 조금씩 나아짐을 느낀다. 내숭올림픽, 지난 일 년 간의 치열했던 성장의 기록을 세상에 내어 놓는다.
■ 선승혜 미술사학박사(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미술평론
“즐거워: 한국화에 열광적 팬을 허(許)하라” The Fever of Pop in Korean Portrait Painting
메시지: 한국화의 POP “나를 들다”
한국화에 열광하라! 고답적인 산수화, 지루한 인물화는 가라. 이제 “한국화 (hangukhwa)”에 열광하게 하라. 작가 김현정은 소녀시대 (Girls’ Generation)과 같이 한국화의 아이돌이다. 당돌하게 나를 그려낸다. 예쁘기도 예쁜데, 당돌하면서도 ‘내숭’이라고 한다. 김현정으로 한국화 POP”을 퍼트리자. 김현정의 “한국화 POP”은 즐겁다.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입가에 흐른다. 귀여운 자신의 모습을 보며, <내숭: 나를 들다>(2014)라고 영차 들어올리는 모습이 좋다. 왜냐하면 나는 나로서 즐거우니까. 작가는 ‘내숭’이라고 하지만, 타자가 보기에는 ‘자기 긍정의 에너지’이다. 동아시아 인물화가 ‘전신사조(傳神寫照)’로 인물은 정신의 표현이라는 직설적인 명제에 묘하게 ‘내숭’이라는 가림막을 쳤다. 그런 전통에 대한 반항이 좋다. 왜냐하면 변하지 않는 전통은 화석이지만, 변화하는 전통은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내숭 소녀가 한복을 입고 있다. 신윤복의 미인도가 21세기형으로 변신했다. 한복을 입은 아이콘은 그 누구의 독점적 이미지가 아니다. 어떻게 변형시켜 표현했는가에 각자의 ‘작가 권리’가 있다. 신윤복의 여인들이 나들이와 목욕을 즐겼다면, 내숭 소녀는 라면을 먹고, 운동을 한다. 화려한 식탁에서 만찬을 즐길 것 같은 그녀가 박스 위에 라면을 먹는다. 동네에 비치된 운동기구에서 운동하면서 ‘내숭 올림픽’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시선에 주눅들지 않는 즐거운 아줌마들을 공감으로 끌어들인다. ‘내숭’으로 전통 인물화의 고상함을 살짝 비켜가면서, 자유를 획득했다.
<내숭> 시리즈에 이어, <폼생폼사> 시리즈는 당구와 골프라는 남자의 운동에서 오묘히 여성스러운 매력을 드러낸다. 내숭에서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고 말하며 폼을 잡는 약간의 허세 욕망을 드러내는 변화가 일어났다. 앞으로 소녀의 내숭이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하다.
매력: “살짝 살짝 반투명”
‘내숭 소녀’는 귀여우면서도, 요염하고, 당돌하다. 귀여움 속의 당돌한 매력에 눈길이 저절로 머문다.왜일까? 그 대답은 세 가지 요소에 있다. 바로 ‘얼굴’, ‘몸’, ‘의상’이다. 모두 동아시아 인물화 전통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본 요소이다. 작가 김현정은 전통을 어떻게 인물화 전통을 변용시키고 있는가?
얼굴이 예쁘다. 미인도 계통이다. 보는 것이 즐겁다. 현학적인 수사는 필요 없다. 보고 또 보고 싶은 것이다. 예쁜 얼굴에 대해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여자들은 경쟁적으로 반응한다. 작가 김현정이 원래 미인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관객들은 그림에서 작가를 직접 보듯이 미인도를 자화상으로서 인식하고 몰입한다. 미인이 미인을 그리는 극히 드문 자화상의 탄생이다. 스스로 그리는 ‘브로마이드’이다. 작가는 POP의 아이돌 스타와 같이 스스로 팬들을 열광시킨다.
몸에 눈이 간다. 살짝 살짝 한복을 통해 몸의 윤곽선이 보인다. 몸을 얇은 윤곽선으로 그린 후에 옷을 덧그린다. 마치 종이인형에 옷을 입히는 것 같은 즐거움의 과정이다. 몸의 옅은 담채는 여리여리한 복숭아 빛 피부를 연상시킨다. 보일 듯 말 듯 몸의 윤곽선이 살짝 비추어 보인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관객의 관음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더욱 궁극적으로는 청춘의 생명빛이다.
의상은 그림을 따라서 한복 코스플레이를 하고 싶은 드레스코드를 보여준다. 치마는 속이 비쳐 보이게 담묵으로, 저고리는 화사하게 형영색색으로, 구두는 진한 하이힐 고무신으로 그려낸 패션코드를 당장이라도 따라 해보고 싶다. 한복이 명절, 결혼식, 환갑잔치와 같은 집안 행사에서만 입는 것이 아니라, 한껏 내숭을 떨고 싶은 그 순간에 나를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그 멋이 된다.
특히 치마가 잠자리 날개와 같이 속이 들여다 보이도록 옅은 담묵으로 그려내는 기법은 수준급이다. 한복을 입은 다른 작가들과 선을 긋는 표현기법이다. 치마가 반투명으로 속이 비쳐 보이는 기법은 고려불화의 기법과 맥락이 같다. 유독히 고려의 양류관음은 그림 속에서 중국과 일본 불화와 달리 반투명으로 살갗이 비추어 보이는 가사를 입고 있다. 분명히 성스럽고 종교적이지만, 또 우아하고 매혹적이다. 작가 김현정은 정확하게 고려불화가 하얀 윤곽선으로 가사를 그려서 투명함을 표현한 기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응용했다.
2014년 신작은 몸동작과 선에 자신감이 생겼다. 2013년도 작품은 인물의 선에 살짝살짝 망설임이 베어났다면, 2014년에는 더 경쾌하면서도 내면의 힘이 보인다. 작업의 인기만큼 많이 그린 노력이 보이고, 또 인기를 자양분으로 하는 지혜도 있다. ‘내숭 소녀’가 더 당당해 졌다. 약간의 머뭇거림이 사라지고, 나를 더 당당히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김현정 작가가 좋다.
전파: 스물일곱.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작가 김현정의 미술사적 공헌은 한국화를 SNS로 가져오면서 대중 속으로 전파시킨 것이다. <수고했어, 오늘도>(2014)처럼, 매일매일 영차영차 역기를 들어올리듯 SNS에서 정성껏 포스팅하고, 성의껏 댓글에 답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작가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즐거움으로 김현정 한국화의 열기가 후끈하다. <아차> (2013)에서 라면을 알루미늄 냄비에 끓여서 뚜껑에 덜어먹으며 루이비통 가방과 스타벅스컵을 바라보던 그녀의 그림은 SNS를 강타했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사실 나도 그래’라는 유머 섞인 공감으로 수없이 작품의 이미지가 공유되었다.
이처럼 작가 김현정의 ‘내숭’은 SNS에서 일반인의 관심을 일거에 끌어들여, 그녀만의 한국화 팬그룹을 형성시키고 있다. 한국화라는 거창한 명제가 없이도, 작품에 매료된 사람들이 난생처음 그림을 사기도 하고, 강연에 가고, 전시에 간다. 2014년 3040세대들이 한국화 팬그룹이 만들어진 것을 보면 기쁘다. 나 역시 팬의 한 명이다.
‘내숭’이라는 제목처럼, 겉으로는 새침한 미인 한국화가인줄만 알았더니, 실제로는 성실하게 작업을 하고, 자신작업을 철저하게 아카이빙하며, 새로운 기획과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제 27살. 자화상과 같은 인물화를 그려낸 용기가 좋다. 내숭이라고 표현하는 당돌함이 마음에 든다. 여자들이 혼자 즐기는 일상이 그림의 주제가 되어 더욱 즐겁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내숭이야기’의 의미와 착안점
김현정 작가의 고백적 자화상인<내숭이야기>는 우아하고 고상한 한복과 일상적이고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행동의 대비, 전통적 의상과 현대적 소품의 대비를 통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클래식과 대중성, 고전과 현대의 경계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준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누드로 몸의 라인을 표현하고 반투명한 한지로 한복을 덧입히고 있는데, 이는 '그 속이 훤히 보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내숭의 메타포가 된다.
클래식과 고전은 한복으로 ‘고상한’ 이미지를 대변해 주며, 작가는 그 한복을 반투명하게 표현(얇은 한지에 염색하여 콜라쥬)함으로써 우리가 생각하는 고상한 이미지, 현대인의 내숭을 위트있게 고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고상함과도 같은 타자의 시선이 자신에게 가하는 무분별한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자아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내숭이야기’의 핵심이며, 이는 어릴 적부터 기대와 질투 등을 포함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압박감을 느꼈던 작가의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라고 말한다.
1988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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