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The Last Leaf
2014.05.30 ▶ 2014.07.05
초대일시ㅣ 2014-05-30 18pm
2014.05.30 ▶ 2014.07.05
초대일시ㅣ 2014-05-30 18pm
김기라
ON/NO_both sides of antagonism colouring and urethane coating on wooden sculpture, 240x240x40cm, 2014
김기라
A Red filter_Censorship_ A weight of Ideology Installation, Film on the glass, 2014
김기라
A weight of Ideology_The last leaf HD video and sound work, 10min 00sec, 2014
김기라
Installation View_Drawings for A weigh of Ideology Oil on Korean paper, Various size, 2013-14
김기라
Drawings for A weight of Ideology Oil on Korean paper, 200x2000cm, 2013-14
김기라
Four questions for A weight of Ideology HD 4 channel video, about 10min, 2014
김기라
On the bridge HD single channel video with Mini Mac Player and Sound speaker, 10min 00sec, 2013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신승오(페리지 갤러리 디렉터)
김기라는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이전의 작업들은 회화,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현대사회의 단면을 꼬집는 희화화된 방식으로 풀어내거나, 다종의 이미지들을 콜라주 하기도 하고 혹은 다양한 오브제를 수집하는 이종교배적인 작업을 해왔다. 최근의 작업에서는 이러한 경향들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가 근래에 들어 집중하고 있는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살펴 볼 수 있다. 하나는 ‘우리에게 공동선이라는 것은 존재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해야 하는가?’ 이다. 작가가 관심을 보이는 주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형식이 아닌 태도와 행동이라고 주장하며 사건의 중심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근래 작업을 풀어가는 방식은 기존의 작업과는 다르게 사건들 속에 깊이 들어가 그 안에서 세세한 것들까지 바라보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현대 사회에 대한 자료조사와 연구,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를 중요시 여기게 되며, 이러한 사건의 현장에서 증인이자 관찰자로서 다가선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가 기존의 공동선이라 믿고 있던 공통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본질을 밝혀내기 위함이며, 이념과 이해관계의 대립의 선에서 벌어지는 실재하는 개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진실을 끄집어 내기 위한 방법이다. 그리고 김기라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속해 있는 대한민국을 작가로서 풀어나가야 할 큰 화두로 설정하고, 이전 작업들과는 다르게 특정한 공간을 다룸으로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주제에 접근한다. 작업 전반에서 작가는 우리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이를 살펴보는 과정들 속에서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공동선의 문제점에 대해 되짚어보고자 한다. 따라서 김기라는 보편적 이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공간, 다양한 이데올로기로 점철되어 대립관계에 의해서 잡음이 끊임없는 일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사회에서 ‘작가는 작업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스스로 자문하면서 작가의 근원적인 정체성을 묻는 동시에 관객들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 잎새>라는 타이틀로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과 드로잉, 입체 작업을 통해 다양한 대립들을 보여준다. <이념의 무게>시리즈는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논란, 쌍용자동차의 노사문제에 대한 이야기들, 천안함 사건 등 이념, 환경,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이데올로기적 갈등과 대립을 영상에 담아낸다. 작가는 이를 권력자와 피권력자, 기득권층과 소외계층간의 일방적인 관계에서 오는 문제만으로 보지 않고, 실체 없는 허깨비와 같은 이데올로기들의 갈등으로 서로가 서로에 가하는 폭력적인 상황으로 인식한다. 처음의 팽팽한 긴장감 감도는 상황들은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예를 들면 합의의 기간이 길어져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져 잊혀져 버리던지, 종국에는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진 합의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양측 모두 자신만의 이데올로기에 빠져 서로를 바라본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사실 대다수의 개인들, 개별자들은 이념이라는 무게에 눌려 사라진다. 언제나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합의의 도출은 마치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개인의 개별성은 보편적인 공동선에 의해 사라진다. 이러한 사회의 보편적인 시스템에 의한 대립은 우리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마치 단계를 밟아 새로운 단계로 진보하며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변화된 것 없는 순환 구조 속에 갇혀있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들을 다큐멘터리처럼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정적이며, 고정된 앵글로 담아내거나 혹은 현장 속에서 찍어낸 날 것 같은 모습이나 사건과는 관련 없을 것 같은 인물과 풍경을 영상에 담아낸다. 사실상 보편적 가치나 보편적 세계관은 우리가 편의상 쓰는 실체 없는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보편적인 것에 귀속되고 보편성을 향하는 이데올로기를 발견해 내고자 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시대와 공간을 뛰어 넘는 보편적인 존재는 용인 하기 힘들다. 작가는 실체 없는 이념의 틀 속에서 벌어지는 현대사회의 현장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도록 화두를 던진다.
비교적 근작인 <북쪽으로 보내는 서한들_수취인 불명_ 황해>에서 냉면이라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편지의 내용은 남북의 관계에 대한 단상을 그려내고 있다. 북한에 있는 특정한 대상이 없는 이 편지의 내용은 지극히 평범하다. 냉면을 먹다가 북쪽의 당신 생각이 났다는 내레이션은 밥 잘 챙겨 먹으라는 예전에 어른들이 많이 쓰는 인사말로 끝난다. 그러나 이 편지는 평범하지 않다, 이러한 내용 속에 이념과 사상의 무거운 이야기는 찾아 볼 수 없다. 작가는 이러한 프롤로그적인 성격을 가진 작업에서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남북한의 관계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이데올로기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반문을 하게 하며, 우리가 북한과 통일을 논의하기 위한 시작은 정치적, 민족적, 경제적인 이데올로기의 논리가 아니라 동등한 인간으로써 기본적인 삶을 지켜내고 인간 그 자체를 존중하는 마음으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작가의 주장은 무용수들과 협업한 <이념의 무게_ 지각의 정치학_진달래 꽃>, <이념의 무게_ 공동선위에서>, <이념의 무게_수정된 시각_ 진달래 꽃>, <이념의 무게_숨 없이>에서 구체적인 방식으로 드러난다. 영상 전반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행위들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유동적이며 불안정한 사회에서 벌어지는 긴장과 갈등, 불안의 감정을 증폭시키며 이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영상 속에는 같은 선위의 두 사람, 서로에게 숨을 불어넣어주는 남녀, 눈을 가리고 헤매는 남녀, 서로 다른 색의 끈으로 이어진 두 사람이 펼치는 행위들이 장중한 음악과 함께 벌어진다. 이러한 행위들은 작품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들이 속해 있는 사회의 현상들에 대한 지각과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정된 시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의미의 공동선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두 사람의 행위는 서로에게 폭력을 가하고, 눈을 가리고 헤매거나 충돌하고, 둘 중 하나는 죽거나 등 모두에게 득이 될 만한 행위들은 나올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 속의 인물들을 끊임 없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 속에서 우리는 불편한 진실이나, 긴장감, 답답함, 불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직시하여야 한다. 이렇게 어떤 사건에서 우리가 파악하여야 하는 본질은 교육받고 학습 되어진 보편 타당하고, 맹목적인 이데올로기의 틀이 아닌, 개별자들의 차이와 특성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진실된 공동선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검은 화면에 이산 가족들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념의 무게 –마지막 잎새>로 되돌아와 보자. 진달래 이외에 아무런 이미지가 등장하지 않는 영상을 보면서 우리는 이념과 경계, 색깔론으로 구분 지어지는 이데올로기의 무게를 내려 놓고 인간으로서의 가족과 형제의 본질적인 대화를 들을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데올로기는 언제나 특정한 이념의 대립의 문제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건국서부터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등의 이념에 흐름에 휩쓸려온 역사라 할 수 있다. 이 시간 동안의 이데올로기는 개인을 억압하면서 무비판적으로 우리의 삶을 제어하는 모든 것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김기라의 작업에 등장하는 우리 나라의 사회는 이데올로기의 과잉으로 개인을 억압하는 곳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이데올로기와 이념에 눈이 가려져 있다. 이러한 허깨비와 같은 이데올로기 다시 말해 이렇게 존재하지 않는 보편을 추구하면 어설픈 타협만이 남을 뿐이다. 그리고 이 어설픈 타협은 매번 반복되어 제자리 걸음만 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세계는 개별자들로 구성된 복잡하고 다양한 세계이며, 따라서 개별자들의 특성과 선택에 의해 모든 것이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김기라는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현대 사회에서 예술가들은 허상뿐인 보편성으로 굳어지지 않은 그 무엇을 찾아 항상 귀와 눈을 활짝 열고, 넓은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아야 하며, 그 유동적인 개별자들의 틈새를 찾아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로써 전시 주제인 <마지막 잎새>가 희망과 절망을 가르는 지표로 상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분법적인 껍데기뿐인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또 다른 것을 선택하는 우리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작가가 이야기 하듯이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제 우리가 속해있는 주변을 돌아 보며,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안개와도 같은 이분법 적인 이념의 장막을 하나씩 걷어 내어야 할 것이다.
1974년 충청남도 보령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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