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어머니, 나의 어머니
2014.08.27 ▶ 2014.09.03
초대일시ㅣ 2014-08-27 17pm
2014.08.27 ▶ 2014.09.03
초대일시ㅣ 2014-08-27 17pm
김경원
엄마는 네안에서 영원히 살고 테라코타, 53x35.5x131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검둥개야 우지마라 우리애기 잘도 잔다 테라코타, 28x23x61.5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애야, 힘들땐 엄마가 안아줄께-1 테라코타, 20.5x18.5x49.5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애절한 기도 테라코타, 27x31.5x48.5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기다리고 있는 엄마 테라코타, 27.2x31.5x44.4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웃는 몸 테라코타, 16.5x11.5x28.2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세상으로 기지개 펴는 몸 테라코타, 35.5x24x60.7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참회- 내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 테라코타, 9.3x15x19.4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테라코타, 9.3x8.7x29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애절한 기도 테라코타, 27x31.5x48.5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졸면서 기도 테라코타, 15.2x15.3x14.9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만족한 소원상, 복을 부르는 소원상 테라코타, 20.7x13x24.8cm, 14.8x17x18.5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웃는 늙은 몸(뒤) 테라코타, 14.8x11x26.4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이 아이를 받아주소서 테라코타, 32x33x47.5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기다림으로 기도 테라코타, 12.5x10x17.5cm, 2014, 개인소장
김경원
엄마라는 배 테라코타, 29.8x13.3x14.3cm, 2014, 개인소장
엄마에게로부터 엄마에게로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 어머니, 나의 어머니 展
[ 글_ 신학수 ]
어머니라는 당연한 이야기
세상은 세상 속의 수많은 어머니들과 어머니들이 스스로 가느다란 씨줄과 날줄이 되어 촘촘하게 짜놓은 커다란 천이다. 시작을 알 수 없는 시작들로부터 끝을 알 수 없는 끝들까지 펼쳐진 천 위의 무수한 실 가닥들의 시작과 끝, 교차점들에서 우리들은 종종 어머니라는 존재를 목격한다. 인간이 처음으로 뿌리를 내려 인간과 교감하는 곳이 바로 어머니의 뱃속이며, 또한 그 아늑함을 끊고 처음으로 이별을 겪으며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최초의 통로 또한 어머니이다. 생물학적 성별이나 사회적 성취에 관계없이, 사람에게 있어서 어머니란 그 사람의 당연한 시작이며 끝이다.
‘어머니’라는 거대한 사건은 단순히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방향의 것이 아니다. 자식에게 어머니라는 사건이 일어날 때, 어머니에게는 자식이라는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동전의 양면 같은 사건이지만 자식 쪽의 이해는 피상적이며 불완전하다. 역지사지의 상황에서야 마침내 온전해지는 사람의 이해력을 고려해보면, 자식 입장에서 어머니와 자식이라는 사건의 전말은 본인이 어머니가 되고서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깨달음 역시 찰나에 완성되는 것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수많은 갈등 속에서 점점 자라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어머니들은 자식에 대한 사랑과 자기애自己愛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또한 자식을 키워야한다는 이유로 시시각각 닥치는 세상의 험난함을 피하지 못하고 싸우면서 모성母性을 점점 키워가기 때문이다.
숱한 어머니들과 어머니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이룩한 이 세계에서, 김경원 작가는 스스로를 그러한 어머니 중 한명으로서 인식하고 있다. 그러한 인식을 자기의 정체성으로 확립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본인의 어머니를 포함해 주변에 다른 많은 어머니들의 삶들도 함께 살피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작가에게 큰 영감을 준 어머니는 성모마리아였다.
인간의 가장 큰 고뇌를 이겨낸 성모마리아
요즘처럼 인간의 본질에 대해 꽤나 자유롭게 이야기하게 되기까지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전기轉機가 있었다. 로마의 식민 통치, 지금보다 더욱 기세등등한 유대교의 율법, 절대적 가부장제가 드리웠던 약 2000년 전의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태동한 크리스트교 역시 그 중 하나로, 크리스트교는 신神으로서 몸소 인간이 되어 가장 큰 모멸과 고통을 받고 인간의 죄를 용서한 예수의 생애와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종교이다. 신은 인간을 용서하고 포용하면서 인간에게 반대로 ‘사랑’이라는 계명을 내리고 신에 대한 믿음을 요청하는데, 천주교회에서는 성모마리아를 그런 신의 요청에 부응한 가장 큰 신앙의 모범으로 존경하고 있다.
천주교회에서 신약성서 숱한 순교자들을 뒤로 하고 성모마리아를 가장 큰 모범으로 삼은 이유는 신의 육체적 어머니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더불어 자신의 죽음을 무릅쓰고 처녀 잉태를 받아들인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아들이 고통 속에 죽고 사는 가운데, 모성母性이라는 극한의 본성과 신앙 사이에서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고뇌를 겪어 이겨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의 크리스트교가 절대적 신앙을 가늠하는 신의 잣대를 ‘평범한 여인’과 그의 모성에서 찾았다는 것은 그 당시 다른 종교가 지니지 못했던 인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음미하게 해준다.
김경원 작가는 성모마리아를 신앙의 모범뿐 아니라 가장인간적이고 전형적인 어머니로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불경스러운 생각일 수 있지만 성모마리아가 신의 뜻에 따라 아들의 죽음을 묵묵히 바라본 것인지, 아니면 아들과 그 신성神性에 대한 절대적 믿음으로 아들을 따랐던 것인지 간혹 질문이 생기곤 하는데, 이런 의문이 계속될수록 신앙과 모성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져만 가는 것을 느낀다. 이 모호한 경계를 작가도 어쩌면 느꼈을 법 한데 작가는 그런 의문을 던지는 대신 성모마리아에게 세상의 다른 어머니들과 함께 걷자며 그저 넌지시, 그리고 공손하게 손을 내밀고 있을 뿐이다.
따뜻하고 여린 토우土偶 엄마 김경원
김경원 작가는 동양화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10여 년 전부터는 토우를 중심으로 나무, 금속, 도자 등의 작업까지 영역을 넓혀 왕성한 전시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 활동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람과의 관계’라는 한결 같은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 소재는 주로 주변의 사람들이다. 작가가 그런 주제 의식을 계속 품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하며, 토우를 처음 만들게 된 계기 역시 흙이라는 질료가 주는 존재감이 지니는 어눌함과 설익음이 사람을 표현하기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김경원 작가는 꾸준한 주제의식 속에서 그 주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재료와 작업 방식을 계속 찾아오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작가는 다양한 관계 속에 놓여있는 많은 사람들을 초상화 같이 정밀하게 그리기보다 ‘캐리커처’처럼 특징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김경원 작가의 작품들은 대상의 ‘감정’을 가장 알기 쉽게 단순화하는데, 각 작품들은 소박하면서도 매우 특징적이고 정교한 표정과 몸짓을 짓고 있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작품이 빚어낸 사람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를 금세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러한 표현이 가능한 것은 역시 작가가 타고난 사람의 감정과 표정에 대한 이해 덕분이면서도 애정을 가지고 주변 인물들을 꾸준히 관찰하고 생각하며 발전시킨 작가의 노력 탓이기도 하다. 작가는 주변의 인물을 관찰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찾아 나서기도 하는데, 2009년 늦가을에는 경기도 양평의 양서면에서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그곳에 사시는 노인 분들의 삶을 크로키 형식으로 기록하여 전시하기도 하였다. 어떤 것을 상상하여 만들어내기 보다 실재하는 것을 찾고 그 삶을 기록하고 이해하는데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겸손함은 김경원 작가가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앞서도 말했듯 작가는 주변의 존재를 돌아보는 여정을 또한 작가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계기로 삼았다. 한 개인과 여성으로, 어머니로, 아내로, 또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선생님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자기에게 본질적인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던 김경원 작가는 이번 ‘어머니, 나의 어머니’展을 통해 이제 한 질문의 마침표를 찍는다. 작가가 자기 정체성에 대해 이제 하나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것은 자기가 ‘엄마’라는 것이다.
어머니의 길 위에 함께 서서
사순 시기 천주교회에서 행하는 ‘십자가의 길’ 기도에서 영감을 얻어 총 12처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자식과 함께 하는 어머니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제1처 ‘어머니 날 잉태하시어 생명의 빛을 내리시고’부터 시작해 제12처 ‘어머니, 나에게 모든 걸 내어주시네’로 마무리 된다. 각 처의 주제에 맞추어 성모마리아와 작가의 모습을 포함한 수많은 어머니들의 희로애락과 자식에 대한 간절한 소망과 사랑이 담긴 작품들이 놓인다. 자녀의 건강한 탄생을 기원하며 간절하게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 탄생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는 풍만한 임부姙婦의 모습, 아이를 업고 달래는 어머니, 자녀의 문제로 슬픔에 잠긴 어머니의 좌상 등을 지나면 아이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마침내 형체를 알 수 없이 허물어진 어머니의 몸뚱이까지 이어진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못 숙연한 마음을 들게 할 수도 있는 이런 장면에서도 작가는 ‘그래, 이런게 엄마 아니겠어?’라며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없이 진부하고 위대한
자아실현과 자기애가 크나큰 덕목으로 여겨지는 요즘 세상에서 모성의 신화神話와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어머니의 삶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크게 매력적이지 못할 것이다. 이 전시 역시 모성만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 전시는 그저 ‘어머니’라는 것에서 당신들의 정체성을 찾은, 어찌 보면 한없이 진부해 보이는 어머니들이 속에 지닌 단단한 자부심을 이야기하려 한다. 작품들을 하나하나 보다보면 한없는 사랑으로 자식들의 세상을 지킬 수 있었던 우리 어머니의 힘은 무엇인지, 또한 그 이면에 놓인 여린 감정들과 외로움이 무엇인지를 얼핏 알 듯도 하다. 물론 온전한 이해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일 터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어머니들이 자식들에게 바랐던 것이 그렇게 크고 대단한 위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 展 (작가노트)
나의 마리아
아빠 닮은 난 어릴적부터 '아빠걸'이었다.
딸바보 아빤 어디선가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해결해주시는 '슈퍼맨'이었다. 나의 가장 오래된 베프이신 아빠와 내 사이에 엄마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성격과 표현이 다른 엄마는 서른이 넘도록 내가 포용해야할 어려운 숙제라 여겼다. 친구엄마가 부러웠었다.
내가 엄마가 되고서야 어머니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다.
첫아이를 낳으며 '내 엄마도 이렇게 나를 낳았구나'며 울었다. 연년생 아이를 키우며 엄마의 수고로움에 감사했고 남편이 일이 바빠
집안 일을 도울 수 없을 때 긴 세월 엄마가 느꼈을 외로움울 이해했다. 나 닮은 아이가 속 썩일때마다 "더도 덜도 말고 꼭 너 닮은 애
낳아 카워봐라" 하시며 내 고집에 속상해하던 엄마 모습이 떠올랐다.
어느덧 내 나이가 엄마 품을 떠나 시집올 때 엄마의 나이가 되었다. 엄마도 나처럼 꿈꾸던 소녀에서 억척스러운 아줌마가 되었다는게
새삼 공감한다. 내가 아이를 낳았을때는 할머니 소리 끔찍하다고 도망가시던 엄마가 이젠 손주를 보면서 할머니를 자처하는 영락없는
손주바보 이시다. 자연의 이치대로 사람도 때가되고 비워야 할머니가 되나 부다.
내가 엄마의 삶을 살고나서야 내 엄마가 이쁘고 참 좋다. 손톱만큼도 안 닮았다고 부정하던 엄마의 모습이 내 속에 있다. 엄마처럼 나도
억척스럽고 솜씨좋고 자식에게 욕심부린다.
12개의 어머니 자리의 주인공은 내 어머니 김평례 '마리아 님' 이시고 그저 엄마 따라 성모상에 촛불 밝히고 바쳤던 로사리오 기도가
이제 내 안에서 성모님께 바치는 사랑과 신심이 되어 내 몸과 땀의 노래가 된다.
오랜시간 찾아드리지 못한 어머니의 자리를 이 전시를 빌어 내 어머니에게 참회의 마음을 담아 바친다.
어머니,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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