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연
Neverland Oil on canvas, 116.8x91.0cm, 2014
정소연
Neverland Oil on canvas, 116.8x91.0cm, 2014
정소연
Neverland Oil on canvas, 60x60cm, 2014
정소연
Neverland Oil on canvas, 53.0x45.5cm, 2014
정소연의 네버랜드(Neverland)
네버랜드(Neverland)? 스코틀랜드 출생의 영국 소설가이면서 극작가인 제임스 메튜 배리(James Matthew Barrie)의『피터 팬(Peter Pan)』이 떠오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어린이를 위한 동화『피터 팬』은 원래 성인소설『작은 하얀 새(The Little White Bird)』(1902)에서 파생된 것이다.『작은 하얀 새』에 담긴 피터 팬의 이야기를 제임스 메튜 배리는 크리스마스 아동극(1904년)으로 각색하고, 동화『피터와 웬디(Peter and Wendy)』(1911)를 출간한다. 이후 제목에서 웬디가 삭제된『피터 팬』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뮤지컬 등으로 제작되어 100년 전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오늘날 어린이들에게도 알려진 증조할머니/증조할아버지와 증손자/증손녀가 서로 공유 가능한 마치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동화처럼 남아있다.
피터 팬이 사는 '네버랜드(Neverland)'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나라이다. 2003년 개봉한 P.J. 호건(P.J. Hogan) 감독의 영화『피터 팬』은 판타지 액션 영화에 걸맞은 화면을 창조하기 위해 호주 퀸즈랜드(Queensland)에 1억2,000만 달러 규모의 대형 세트를 세워 촬영했다고 한다. 호주 퀸즐랜드 북서부 지역의 인구가 적은 곳은 'never-never land'로 불린다. 'never-never land'는 '외딴 곳, 인적이 드문 곳, 불모지'를 뜻한다. 하지만 그곳을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나라, 즉 '이상적인 곳'으로 만든 이가 바로『피터 팬』의 저자 제임스 매슈 배리이다. 그런데 네버랜드에서 영원히 아이로 남아 있다는 피터 팬은 '에버랜드(Everland)'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에버랜드? 1976년 삼성그룹에 의해 국내 최초 가족공원으로 문을 열은 에버랜드의 전신 '용인자연농원'말이다.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용인자연농원은 1996년 개장 20주년을 맞아 영원함을 의미하는 'Ever'와 나라를 뜻하는 'Land'의 결합어인 에버랜드(Everland)로 변신한다. 일명 '한국판 디즈니랜드'라고 할 수 있는 에버랜드는 일종의 '판타지 월드'로 불린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Baudrilard, jean)는『시뮬라시옹(Simualtion)』에서 디즈니랜드를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의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 그는 미국인들이 디즈니랜드의 이미지를 모델로 삼아 그들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디즈니랜드가 환상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실재적이라고 해석한다. 만약 에버랜드를 장 보드리야르의 목소리를 빌려 적용시킨다면?
에버랜드는 '실제의' 나라, '실제의' 대한민국 전체가 에버랜드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거기 있다. (마치 사회 전체가 감옥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감옥이 있는 것처럼) 에버랜드는 다른 세상을 사실이라고 믿게 하기 위하여 상상적 세계로 제시된다. 그런데 사실은 그곳을 감싸고 있는 경기도 전체와 서울 그리고 대한민국도 더 이상 실재가 아니며 파생 실재와 시뮬라시옹 질서에 속한다.
그렇다면 정소연의 '네버랜드'는 무엇일까? 혹 그녀는 월트디즈니(Walt Disney)사의『리턴 투 네버랜드(Return to Neverland)』(2002) 혹은 마크 포스터(Marc Forster) 감독의『네버랜드를 찾아서(Finding Neverland)』(2004)처럼 잃어버린 어린시절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겠다. 정소연의 '네버랜드'는 쉽사리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심산유곡(深山幽谷)과 같다. 왜냐하면 정소연의 '네버랜드'는 무궁무진한 꿈과 현실의 접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꿈과 현실의 접점이 블랙홀(Black Hole)의 '사건지평선(event horizon)'이라도 된단 말인가?
정소연의 <네버랜드-하늘1(Neverland-Sky1)>(2013)은 컴퓨터로 꼴라주한 사진을 캔버스에 디지털프린팅 한 작품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아름다운 하늘을 찍은 사진에 미키마우스(Mickey Mouse)와 바비(barbie)인형 도상을 오려내 컴퓨터 포토샵 프로그램에서 하나의 화면으로 재구성한 후 캔버스에 인화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이다. 그런데 정소연의 작품은 디지털사진이라고 하더라도 해상도가 디지털사진보다 더 뛰어나 보인다. 그래서 필자는 작품 가까이 접근해 본다. 오잉? 캔버스에 인화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피부가 졸라 미끈한 것이 아닌가. 아무리 해상도가 높은 원본 사진을 사용하여 디지털프린팅 한 것이라도 하더라도 캔버스 표면이 마치 도자기 피부처럼 미끈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궁금한 나머지 작품 옆에 위치한 작품명제표를 보니 ‘캔버스에 유화(Oil on Canvas)’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하늘도 미키마우스도 그려진 것이란 말인가? 정소연의 <네버랜드-하늘1>이 손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적어도 필자에게 믿겨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녀가 어린시절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서 붙여진 ‘미술 신동’이란 별명이 ‘뻥’이 아니란 말인가?
정소연은 3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미술 신동’으로 불리면서 자연스럽게 서울 예원학교와 예고를 나와 이대 서양화과에 입학한다. 한때 ‘이대에서 그림을 가장 잘 그리는 학생’으로 통했다고 한다. 그런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리기에 자신이 있던 그녀가 대학원을 졸업한 후 붓을 놓고 미디어 아트 작업을 시작한다. 그녀는 뉴욕공과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아트(Communication Arts)를 전공한 것도 모자라 한국으로 귀국하여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상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수여 받는다. 만약 여러분이 정소연의 모든 작품을 조회해 본다면, 그녀가 왜 미술계에서 ‘멀티미디어아티스트’로 분류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미술계 데뷔작으로 간주되는 정소연의 <인형의 집>(1997)에서부터 <오프닝 프로젝트(The Opening Project)>(2008)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작품들은 오브제와 영상 등 설치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정소연은 20년 만인 2009년 다시 붓을 잡는다. 그리고 그녀는 첫 회화전을 2010년 미국 뉴욕에 소재하는 갤러리(Tenri Gallery)에서 <홀마크 프로젝트(The Hallmark Project)>라는 타이틀로 개최하고, 그 다음 해인 2011년 이화익 갤러리에서 같은 타이틀로 오픈한다. 정소연의 <홀마크 프로젝트>는 타이틀 그대로 미국산 ‘홀마크 카드’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을 편집(재구성)하여 캔버스에 표현한 회화작품이다. 이를테면 정소연의 <홀마크 프로젝트-사랑4>는 홀마크사가 제조한 카드들 중 ‘사랑’이라는 카테고리에서 큐피드·하트·장미·신데렐라·왕자·미키·슈퍼맨 도상 등을 잘라내 컴퓨터의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나의 화면으로 재구성한 후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정교하게 그린 그림이라고 말이다.
정소연의 <홀마크 프로젝트>에 출품된 ‘홀마크-하늘’ 시리즈는 15점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그 15점의 ‘홀마크-하늘’ 시리즈는 주로 소품 크기이다. 와이? 왜 정소연은 ‘홀마크-하늘’ 시리즈를 소품으로 제작한 것일까? 혹 그녀가 20년 만에 붓을 잡았기 때문에? 하지만 당시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 ‘홀마크-하늘’ 시리즈 이외의 작품들은 소품보다 사이즈가 크다는 점이다. 당시 모 일간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그동안 그림 그리는 법을 잊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붓을 잡으니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몸이 기억하더라”며 “당분간은 회화 작업에 매달릴 것”이라고 진술한다. 자신감이 생긴 것일까? 2010년 ‘홀마크-하늘’ 시리즈는 2013년 ‘네버랜드-하늘’ 시리즈로 전이되면서 그림의 사이즈도 커졌다.
오잉? 그러고 보니 정소연의 ‘홀마크-하늘’ 시리즈에 <네버랜드-하늘1>과 유사한 작품이 있는 것이 아닌가. 정소연의 <홀마크 프로젝트-하늘2(Hallmark Project-Sky2)>(2010)가 그것이다. 정소연의 <네버랜드-하늘1>는 마치 <홀마크 프로젝트-하늘2>의 오른쪽 화면을 확장시킨 것처럼 적어도 필자의 눈에 보인다. 확장된 하늘에 바비가 출현한다. 그렇다! ‘홀마크 프로젝트-하늘’ 시리즈에는 미키만 등장하고 바비는 등장하지 않는다. 와이? 왜 정소연은 ‘홀마크 프로젝트-하늘’ 시리즈에 바비를 출현시키지 않은 것일까? 왜 그녀는 ‘네버랜드-하늘’ 시리즈에 미키와 바비를 함께 캐스팅한 것일까? <네버랜드-하늘1>에서 미키는 마치 손오공처럼 하늘을 뛰어다니는 반면, 바비는 얼굴만 내밀고 있다. 혹 바비는 아직 네버랜드에 완전히 들어온 것이 아니란 말인가? 미키는 두 손을 벌리고 누군가를 환영하듯 뛰고 있다. 그렇다면 미키가 바비에게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네버랜드로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 1928년생 미키마우스와 1959년생 바비는 2014년 지금 늙지 않고 예전 그대로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네버랜드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바로 가상실재, 즉 시뮬라크르(Simulacre)란 말인가?
정소연의 <홀마크 프로젝트-하늘2>와 <네버랜드-하늘1>에 그려진 하늘은 한결같이 같은 하늘처럼 보인다. 정소연이 차용한 그 두 개의 하늘은 모두 사진이다. 그런데 필자가 그 하늘들을 옆으로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니, 그들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만약 ‘홀마크-하늘’이 서정적이라면, ‘네버랜드-하늘’은 도상적으로 보인다. 그렇다! 정소연은 ‘홀마크-하늘’을 홀마크 카드에서 차용한 반면, ‘네버랜드-하늘’ 경우는 도감에서 차용한 것이다. 홀마크사 카드의 이미지는 사람(소비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는 슬러건을 내건 사실상 상업적 관점에서 제작(생산)되는 반면, 도감(圖鑑)은 독자들에게 실물(원본)을 대신하여 그림이나 사진으로 동류(同類)의 차이를 한 눈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교육적 관점에서 제작된다. 따라서 홀마크사의 카드 하늘과 도감의 하늘은 사진 선별 관점부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 이번에는 정소연이 차용한 홀마크 카드의 하늘과 그녀가 그린 하늘을 비교해 보자. 언듯 보기에 그들은 마치 대량으로 복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옆으로 나란히 배치해 놓고 본다면, 우리는 그들 사이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 당신이 지적했듯이 컬러에 미소한 차이가 있다. 정소연이 그린 ‘홀마크 프로젝트-하늘’은 홀마크 카드의 하늘보다 조금 진하다. 그리고 질감의 차이로 ‘홀마크 프로젝트-하늘’은 깊이감을 느끼게 하는 반면, 홀마크 카드의 하늘은 그에 비해 평평하게 보인다. 물론 그 두 개의 하늘은 진짜 하늘, 즉 자연의 하늘은 아니다. 하나는 기계로 제작된 하늘(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손으로 그려진 하늘(그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진짜 하늘보다 더 진짜 같이 보인다. 와이? 왜 자연의 하늘보다 생산된 하늘이 더 진짜 같이 보이는 것일까? 혹 우리는 자연의 하늘보다 인공의 하늘에 더 적응되어 있기 때문일까?
홀마크 카드의 하늘은 자연의 하늘을 모델로 제작된 것인 반면, 정소연의 ‘홀마크 프로젝트-하늘’은 홀마크 카드의 사진을 모델로 그려진 것이다. 따라서 ‘홀마크 카드-하늘’의 원본은 자연의 하늘인 반면, 정소연의 ‘홀마크 프로젝트-하늘’의 원본은 사진인 셈이다. 그렇다면 정소연의 ‘홀마크 프로젝트-하늘’은 복제의 복제가 아닌가? 원본이 복제물이라면 그곳에는 원본이 부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원본이 부재하는 복제의 나라에서 원본/복제, 현실/환상, 실재/가상이라는 이분법은 적용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당 필자, 이번에는 정소연이 차용한 도감의 하늘과 그녀가 도감의 하늘을 보고 그린 하늘을 비교해 보자. 언듯 보기에 그들은 마치 대량으로 복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옆으로 나란히 배치해 놓고 본다면, 우리는 그들 사이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 당신이 지적했듯이 정소연이 그린 ‘네버랜드-하늘’은 마치 직사각형의 도감 하늘을 압축시켜 정사각형으로 만들어 놓아 더 선명하게 나타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컴에서 직사각형의 하늘 이미지에서 상/하는 그대로 놓아둔 상태에서 좌/우의 크기를 축소시켜 정사각형으로 만든다면, 정사각형의 하늘 이미지는 직사각형의 하늘 이미지보다 더 선명한 이미지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마치 그것을 증명이나 하듯 구름의 형태도 압축된 것 같이 보인다. 물론 컬러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평평하게까지 보이는 도감의 쾌청한 하늘보다 컬러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들은 정소연의 ‘네버랜드-하늘’이 도감의 하늘보다 깊이감을 느끼게 한다.
정소연의 <네버랜드-하늘1>은 <홀마크 프로젝트-하늘2>와 마찬가지로 모델로 삼은 도감 사진보다 더 진짜 같이 그려져 있다. 물론 <네버랜드-하늘1>은 <홀마크 프로젝트-하늘2>보다 캔버스의 크기가 더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사실 필자가 정소연 스튜디오에서 <네버랜드-하늘1>을 처음 보았을 때 인화를 매우 잘한 사진으로 착각했다. 아니, 사진보다 더 사진 같아 보여서 필자는 사진인지 확인하기 위해 작품 가까이 접근하여 부분 부분을 나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필자는 정소연의 <네버랜드-하늘1>에서 ‘손 맛’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신이 궁금해 할 것 같아 필자가 미리 작가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린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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