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기 도자예술

한국미술사조선중기 도자예술

순수한 여백의 미학, 백자

잦은 전란으로 불안정한 사회분위기를 띄었던 조선 중기에는 성리학적 가치를 통해 조선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자 하는 분위기가 강화되었다.
이와 맞물려 깨끗하고 검소한 멋을 추구했던 사대부들은 여백과 소탈함을 담은 백자를 흠모해 ‘어기(御器)’로 사용할 정도의 질 높은 백자를 유행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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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감백자 연당초문 병, 15세기, 높이29.9cm, 입지름6.9cm, 밑지름8.5cm, 개인소장

    조선전기의 백자는 초기에 고려청자의 영향이 어느 정도 남아있어 상감기법을 계승한 상감백자의 형태를 띠었다. 이 작품은 문양도 분청사기에 가깝고 태토(胎土)도 연질(굽는 온도가 낮아 태토가 석고 같고 유약이 표면에서 잘 떨어져 나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조선백자와는 다른 형태를 띤다. 이러한 상감백자의 등장은 15세기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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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자항아리, 15세기, 전체 높이34cm, 높이27.2cm, 입지름10.1cm, 밑지름13.7cm, 개인소장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순백자로 이 시기의 백자는 유약이 불투명하며 색깔이 흰 것이 특징이다. 기형이 기품이 있고 당당해 15세기를 대표할 만한 백자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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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계7년(天啓七年)’ 명 백자태호와 태지, 1633년, 경기도 고양시 신도읍 출토, 외호총고 29.4cm, 국립중앙박물관

    ‘천계7년’명 지석을 동반한 백자태호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으로 내외호와 지석이 모두 양질의 백자이다. 이렇게 한 조를 이루는 예는 흔치 않다. 접시형 지석은 지석을 구워 낸 안쪽에 뾰족한 도구로 지문을 새겼다. 지문 외에도 지석의 굽 안바닥에는 ‘정묘좌(丁卯左)’라는 명문이 있다. 여기서 천계7년은 정묘년 1627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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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자호

    17세기 후반~18세기 전반, 높이40.8cm,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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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화백자 매조죽문 항아리, 15세기, 높이16.5cm, 입지름6.15cm, 밑지름9cm, 국립중앙박물관

    청화백자는 14세기 중반 중국 원대(元代) 경덕진 가마에서 본격적으로 생산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조선은 15세기 중반부터 청화백자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명나라의 영향이 강하게 반영됐으나 점점 조선적인 미의식을 갖추게 된다. 이 작품은 넉넉한 여백과 소박한 표현으로 조선적인 미감을 잘 드러내고 있으나, 푸른 안료가 제대로 발색되지 않아 검은색에 가까운 빛을 띤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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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화백자 매죽문 큰항아리(대나무 부분), 16세기 후반~17세기 전반, 높이41.3cm, 입지름19cm, 몸지름37.9cm, 밑지름21.5cm, 국립중앙박물관

    이 작품은 조선전기 항아리에 비해 어깨 부분이 매우 넓어 크고 우람한 느낌을 준다. 특히 대나무의 윤곽선을 표현하는데 있어 선염(渲染)을 이용한 몰골법(沒骨法)을 사용해 동 시대 화가인 이정의 <묵죽화>와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선염이란 우리말로 ‘바림’이라고 하며, 색칠을 할 때 한쪽을 진하게 하고 다른 쪽으로 갈수록 차차 엷게 칠하는 기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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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화백자 매죽문 큰항아리(매화 부분)

    뒷면의 매화문양 역시 동시대 화가인 어몽룡의 매화작품과 상당히 닮아있다. 항아리 상단의 과감한 여백표현이 백미를 이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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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자철회초화문각병, 18세기, 높이25.4cm, 국립중앙박물관, 동원 이홍근 기증

    철회백자는 지방요에서 제작되었다. 지방요의 철회백자 초화문은 치졸한 듯하면서도 해학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현대 추상화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 Description

    잦은 전란으로 불안정한 사회분위기를 띄었던 조선 중기에는 성리학적 가치를 통해 조선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자 하는 분위기가 강화되었다. 이와 맞물려 깨끗하고 검소한 멋을 추구했던 사대부들은 여백과 소탈함을 담은 백자를 흠모해  ‘어기(御器)’로 사용할 정도의 질 높은 백자를 유행시켰다. 

     

     

    조선중기 도자예술의 배경

    백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분청사기가 유행했던 조선전기로부터 이어진 것인데, 세종대왕은 백자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국영 도자기 공장인 ‘분원’을 설치토록 했다.  조선중기는 임진왜란(1592~1598)이 일어난 직후부터 분원이 정착하기 이전인 영조 이전시기까지를 가리킨다. 

     

    이 시기에 조선은 임진왜란으로 전 국토가 황폐해지고 국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회복되는 듯하다가 금(金)이 일으킨 정묘호란(1627), 청(淸)이 일으킨 병자호란(1636) 등으로 다시 혼란에 빠졌다. 병자호란 직후에는 인조15년(1637) 분원에서 자기 번조가 일시 중단되어 왕실 도자기도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렇게 중기에는 국가가 주도한 제도적인 변화가 아니라 외국의 침략으로 인해 국기가 흔들렸으며 그로 인해 도자사에도 대변혁이 일어나게 되었다.

     

     

    도자기 전쟁, 임진왜란

    도자사에서는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 부른다. 이 기간 동안 왜구는 조선의 많은 문화재를 약탈하고 장인들을 납치해 일본으로 끌고 갔다. 이처럼 일본이 문화적 약탈을 감행한 이유는 그때까지도 일본 내부에서는 분청사기나 조선백자와 같은 질 좋은 도자기를 생산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인들은 조선 그릇 중에서 사발, 대접, 차보시기 등의 찻그릇인 다완(茶盌)에 관심을 가졌다. 다도에 심취해 있던 일본 선승(禪僧)들과 무사들은 조선에서는 막사발로 불리던 분청사기 다완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숭배에 가까운 조선그릇에 대한 열망이 ‘조선 도공’을 끌고 간 배경이 되었다. 당시 끌려간 도선의 도공들은 일본의 규슈지방을 중심으로 도자기를 생산했고, 이로써 일본에서도 본격적인 도자기 생산이 가능해졌다. 

     

     

    백자기술의 발달

    백자의 색깔은 임진왜란 직후 약간 나빠지다가 17세기 중엽 이후 점차 유색이 맑아지면서 설백색, 회백색 등을 띠는 예들이 많아지게 된다. 이는 고려청자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조선 전기의 담청색을 머금은 백색과는 구별되는 것이었다. 순백자(아무런 문양이 없는 백자)의 경우 독특한 중기 양식으로 거듭났으며, 청화백자(회회청(回回靑)이라는 푸른 안료로 문양을 장식한 백자)는 임진왜란 후 거의 제작되지 않은 반면 철화백자(산화철안료(酸化鐵顔料)로 문양을 장식한 백자)가 대유행했다. 청화백자는 일시적인 공백기를 거쳐 17세기 중엽 다시 소량 제작되기 시작해 조선후기의 대유행을 예고했다. 

     

    형태로는 각병, 각호, 배가 불룩한 달항아리, 높은 굽이 달린 제기류, 입이 넓은 화병, 다양한 형태의 문방구류, 지석 등이 다량 제작되었다. 완벽한 구형이 아니고 한쪽이 다소 찌그러진 항아리나 각병 등은 조선 중기의 독특한 조형이다. 문양으로는 운룡문, 간결한 초화문, 포도문, 도안화된 연화절지문, 문자문 등으로 장식되었다. 항아리나 호의 저부(低部)에 횡선을 두르고 그 위에 난초, 대나무 등을 간결하게 그리기도 하고, 또 중앙에 능화형(菱花形) 창을 배치하고 그 안에 주문양을 시문하는 것이 유행하였다.

     


    광주일대의 도요지

    『승정원일기』와 『비변사등록』에는 최고급 자기를 번조하던 분원관요에 대한 기록이 상세히 적혀 있다. 문헌상에는 경기도 광주일대가 도요지로 확인되고 있는데, 조선 중기의 광주분원가마는 탄벌리(1606~1612), 도척면 상림리(1629~1640), 초월면 선동리(1640~1649), 광주읍 송정리(1649~1659), 실촌면 유사리(1661~1664), 실촌면 신대리(1665~1677), 초월면 지월리(1677~1680년대), 도척면 궁평리(1680~1717년 이전), 오향리(1717~1720년 이전), 남종면 금사리(1721~1751)로 이동하면서 운영되었다.

     

     

    뮤움 미술사연구팀 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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