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식展 ‘동시성(同時性, Synched/Unsynched)’
2012.08.01 ▶ 2012.08.07
초대일시ㅣ 2012-08-01 18pm
2012.08.01 ▶ 2012.08.07
초대일시ㅣ 2012-08-01 18pm
신진식
오늘 뉴스 Today's News 단채널 비디오single channel video, 00:09:27, 2012, 개인소장
신진식
K-POP 콘서트 concert 단채널 비디오 single channel video, 00:08:58, 2011-2012, 개인소장
신진식
수련 2 water lily 2 단채널 비디오 single channel video, 00:04:53, 2011~12, 개인소장
신진식
날아다니는 것 flying 단채널 비디오 single channel video, 00:37:29, 2012, 개인소장
신진식
돈 money 단채널 비디오 single channel video, 00:02:19, 2012, 개인소장
신진식
내 몸에 안 맞는 내 그림자 unfit my shadow 단채널 비디오 single channel video, 00:10:46, 2011~12, 개인소장
신진식
회화연주 3 live painting 3 단채널 비디오 single channel video, 00:08:58, 2011~12, 개인소장
신진식
회화연주 3 live painting 3 단채널 비디오 single channel video, 00:08:58, 2012, 개인소장
[작가노트] 동시성(同時性)
신진식
"이제 우리는 세계를 복합적이면서 동시적으로, 그리고 교차 감각적으로 지각하고 이해한다는 것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는 '사과'라는 단어를 쓸 수도 있고 소리 내어 발음할 수도 있으며 그림으로 그려 볼 수도 있다. 만일 우리가 식물학자라면 사과의 혁명을 술술 말할 수 있거나 진화계통상의 친척(들장미 같은) 목록을 쭉 꿸 수 있을 것이며, 농부라면 어떤 해충에 취약하고, 어떤 양분이 필요하고, 그것이 좋아하는 환경은 무엇이고, 파운드당 얼마에 팔리는지 등 사과와 관련된 수만 가지의 것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모두 한 단어 혹은 우리 혀가 알고 있는 맛에서 연상된 결과다. 이것은 단순히 감각의 결합 이상의 것으로, 공감각적 앎이라 할 수 있다. 즉 감각, 느낌, 기억, 그리고 합리적 사고가 결합된 것이다. 모든 창조적인 작업은 이것에 기초하고 있다."(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셀 루트번스타인, 생각의 탄생 중에서)
동시성(同時性)을 표제로 한 - 영어로는 Synched/Unsynched로 명명했다. - 이 전시는 시간적, 공간적, 사회적 이원성과 동일성'이라는 주제로 구성한 일곱 편의 단채널비디오(Single Channel Video) 설치작업이다.
한편, 이 전시는 2009년 '신진식의 실험영화전: 서사(敍事)를 위한 복수(複數)의 추상(서교예술실험센터)'과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지속한 평면 시리즈 '이웃'의 이념을 계승한다.
교과서의 문자를 통해 살펴보면 서사(narrative)와 추상(abstract)은 구획될 수 있는 이원적인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두 개념의 차이는 어떻게 조직 혹은 편집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예를 들어, 나뭇잎이 바람에 바삐 흔들리는 영상 시퀀스 하나만을 통으로 상영할 때는 추상적이라 할 수 있겠으나 - 이때도 구체성을 지시하는 소리가 사용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장면이 복수의 장면들 사이에 놓일 때는 어떤 순서로 삽입되어 있느냐 또는 어떤 배경음(背景音)을 갖느냐에 따라 다양한 서사를 띄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전시는 개별적 생각 혹은 조형/운동성을 담은 복수의 추상영화들의 '공간/시간적 조합'을 통해 어떤 서사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내용상으로 '동시성'이 함의(含意)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지난 2006년부터 퍼포먼스와 회화 그리고 비디오를 통해 지속해온 우리 사회의 이원성과 동일성에 대한 작가적 관심이며 또 다른 하나는 지난 1984년부터 지속해서 실험하고 시도해온 움직이는 그림이 갖는 미술 혹은 영화적 본질의 이원성과 동일성에 대한 것이다.
공평아트센터 공평갤러리 2층 전시장은 6개의 파티션으로 구획된 약120여 평의 기본 환경 조건을 가지고 있고 이 전시는 그러한 환경적 전제를 활용할 것이다.
전시공간은 암전상태로 유지될 것이고 그 어둠 속에 일곱 개의 비디오가 상영될 것이며 각각의 비디오가 담고 있는 저마다의 소리는 우리 삶의 현장처럼 병치되어 전시장을 부유할 것이다.
<공간 1> 새 공연문화와 인터넷 댓글문화를 관련 지어본다. 이 영상은 2011년 대한민국 서울의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있었던 K-POP 공연을 관람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내용이다. ]K-Pop 콘서트의 특징적 관람형태는 기성의 콘서트 관람문화와는 판이하게 다른 새 관람 시스템이다. ]뮤지션별로 혹은 아이러니하게도 뮤지션이 속한 기획사별로 집단을 이뤄 앉은 소녀 관객들은 몇 사람의 지휘에 순응하며 응원하듯 일사불란하게 추임새를 넣고 연호하고 합창한다. ]자주 타 집단과 경쟁하며, 때로는 싸우거나 대치 또는 연합하기도 한다. ]스스로 모든 권력을 쥔 인터넷 댓글 등이 주도하는 오늘 우리 사회의 흐름이 이러한 새 공연관람체계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공간 2> 대도시 근처, 밤의 호수에 가득한 수련은 저마다의 매력으로 스스로 빛나는 대신 작은 바람에도 집단으로 흔들리며 주변의 불빛에 영향을 받아 시시각각 변한다.
<공간 3> 오늘 뉴스는 날씨 이상으로 우리의 하루에 작용한다. 한 때 "나는 신문의 문화면밖에 안봐"라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 우리 삶에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반드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포털사이트의 뉴스 헤드라인은 하루 혹은 매순간의 통과의례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입력되어지는 정보들을 솎아내려 아무리 노력해도 오늘 뉴스들은 모이고 모여 마침내 거역할 수 없는 큰 물결로 진실을 재단(裁斷)한다. 하지만 날씨와 달리 오늘 뉴스는 기획되고 만들어지기도 하겠지.
<공간 4> 풀밭에 엎드려 촬영한 장면이다. 기대했던 것은 자연의 생태계와 자연의 소리였으나 하늘을 선회하는 군용항공기의 소리로 뒤덮였다. 녹색 자연의 한 장면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배경음의 종류에 따라 그 서사의 의미는 달라진다.
<공간 5> show me the money 돈 없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 Give me the money 돈만주면 뭐든 다 되는 세상 주머니 털어털어털어 (뒤져서 나오면 100원에 한 대) 적금을 쪼개쪼개쪼개 (원금을 못 건져도 쪼개) 술 담배 끊어끊어끊어 인생 돈이 전부야 두 눈을 감고 니가 보고 싶은 세상을 봐 두 귀를 막고 니가 듣고 싶은 세상 얘기를 들어 그래도 안될 놈은 안돼(왜) 넌 안돼(난 왜 안돼) - KBS 개그콘테스트중 용감한 녀석들의 노래 가사 중 일부
<공간 6> 공간1+공간2+공간3+공간4+공간5=공간6(공간6-1+공간6-2) 내게 안 맞는 내 그림자. 모델은 포즈를 취하고 재단사(裁斷師)는 그 포즈의 외곽선을 그린다. 모델과 재단사는 외곽선이 그려진 종이를 함께 오리기 시작하나 마무리의 특혜는 모델이 누리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자신이 스스로 설계한 패턴이라 믿기에 모델은 그 형상에 몸을 맞추려 노력을 거듭한다. 내 몸에서 발췌한 패턴일지라도 그 패턴에 내 몸을 맞추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누군가가 대신 재단해주는 나의 삶.
회화연주(繪畵演奏, Live Painting). 음악 연주처럼 페인팅 창작 과정을 관객과 나누고 싶었던 나는 1983년경부터 컴퓨터나 비디오를 창작에 사용하였다.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처럼 역동적인 에너지로 연기하고 춤추는 이 영상은 그 욕구가 만들어지던 당시의 내 페인팅을 생각나게 한다. □
[평론] 신진식의 '비디오 공간'
홍진휘
사진의 발명 이후 영상이란 매체를 통해 예술적 의미를 부여 받고자 했던 아티스트들에게 그림(painting)이란 패러다임이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카메라 렌즈에 비친 이미지의 사실성이 주는 제약을 예술적으로 극복하려는 시도 또한 그 패러다임의 일부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도래했다고 해서 그것을 이용한 작업이 반드시 새롭게 '보는 법'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동영상(動映像: video)은 피사체가 우리 눈앞에 불러일으키는 '움직이는' 픽션이다. 이 '운동'의 환상이야말로 그림이나 사진이 줄 수 없는 동영상의 독자적 세계다. 따라서 아티스트가 왜 하필 이 매체를 썼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면, 가장 좋은 대답은 이런 게 아닐까: 그런 질문은 이미 작품에 의해 용해되어 버렸어야 할 텐데. 난 이번 신진식의 일곱 편의 비디오 작품을 보며 그런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보는 동안 빠져드는 현재진행 마력이란 동영상적인 속성도 한 역할을 했겠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세계가 선사하는 즐거움이 어쩌면 지극히 적절한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림이나 사진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이 즐거움은 다름 아닌 '운동'이 전제하는 변화이며, 끝없이 약동하는 변화다. 이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감각의 가능성을 연속 느끼게 해주는데, 그 가능성은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그 무엇 뒤에 바로 닥칠 또 다른 그 무엇을 기대하게 해주는 가능성을 뜻한다. 내가 이렇게 느낄 수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나도 변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는 여전히 시각적 평면세계다. 렌즈가 원근법에 의해 제공하는 '입체적 공간'이란 환상일 뿐이고. 그걸 보는 우리의 눈은 한편으론 우리에게 친숙한 사물, 다른 편으론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게 되어있다. 전자를 사실적이라 하고, 후자는 추상적이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일곱 비디오 중 가장 진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건 추상적인 작품들이라는 사실이다. 이 작품들은 비디오란 매체를 통해 그림의 패러다임을 확장시키는 예를 보여준다. 애석하게도 이번 초대전엔 포함이 안된 회화연주(繪畵演奏, Live Painting) 시리즈 첫 두 작품은 화면 전체를 변화해나가는 하나의 유기적 세계로 받아 들일 수 있는데, 보고 있는 동안 물의 '운동'이란 사실적 전제를 곧 망각하게 되고 형태와 색깔 그 자체가 만들어나가는 추상적 쾌락을 느끼게 된다. 반면, 회화연주 3의 경우, 화면을 어두운 후면과 물기둥으로 대표되는 밝은 전면으로 뚜렷이 구분하여, 그 시각적 효과는 물기둥에 집중된다. 따라서 여기선 한 물체의 개체적 변화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다. 용솟음치는 이 물기둥이 제시하는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걸 '움직이는' 조각품이라 부르면 어떨까 하는. 그리고 수련(Water Lily)2에선 '움직이는' 빛이 변화의 역할을 한다. 바탕화면에서 진행되는 빛의 운동은 가냘프게 몸을 떨고 있는 전면의 꽃무리들을 다양한 패턴으로 이루어 나가며, 여기서 보여주는 변화의 즐거움이란 미묘하며 관조적이다.
위와 비교해, 비디오가 가지고 있는 사실성, 즉 어떤 사실적 기록이란 그 매체적 특성을 그대로 활용한 작품들은 아티스트의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K-Pop 콘서트의 '응원' 문화, 신문 헤드라인을 가위로 오리는 여자, 돈의 유혹, 남이 재단한 나의 삶 등의 주제를 다루는데, 사회비판적이라고 해서 작품의 심미적 중요성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게다가 '가위 든 여자'와 '모델과 재단사'는 퍼포먼스 아트를 영상화했다고 볼 수 있다. 난 이전에도 신진식을 놓고 평한 적이 있지만, 이런 사회의식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심미적 고전주의자다. 그에겐 아름다움이 우선이다. 주제가 무엇이건 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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