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쾌대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 캔버스에 유채, 72x60cm, 1940년대 후반, 개인소장
이쾌대
카드놀이하는 부부 캔버스에 유채, 91.2x73cm, 1930년대, 개인소장
이쾌대
무희의 휴식 캔버스에 유채, 116.7x91cm, 1937, 개인소장
이쾌대
상황 캔버스에 유채, 156x128cm, 1938, 개인소장
국립현대미술관은 광복70년을 기념하여, 해방기 우리 민족이 처한 현실과 예술가의 사명을 붓으로 끌어안았던 화가 이쾌대를 조명하는 전시를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는 이쾌대의 주요 작품과 관련 자료를 망라하여 그의 예술세계를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쾌대가 남긴 그림들은 대략 1930년에서 1950년 무렵까지 20여년에 걸쳐 제작되었다. 이 시기는 일제강점기, 해방기, 한국전쟁기로 한국 역사의 비극적 시대와 겹쳐진다. 이쾌대는 바로 이 암울한 시대를 딛고 예술혼을 꽃피운 화가이다. 일본의 전쟁분위기가 고조되어 미술계마저 얼어붙었을 때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주제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확립하였고, 해방직후 좌우가 대립하며 사회전체가 혼란에 빠졌을 때 참았던 숨을 토해내듯 대작을 쏟아냈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짧은 기간에 제작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다. 그러나 식민지하에서 새로운 해방국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이 겪었던 민족의 수난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은 한결같다. 전시를 통해 이쾌대가 품고 있었던 민족에 대한 뜨거운 애정, 역사를 증언하고자 했던 예술가의 사명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1. 사랑을 그리다 : 1929~1937
이쾌대가 휘문고보 시절 제작한 수채화 <정물>(1929)부터, 제국미술학교 졸업작품인 <무희의 휴식>(1937)까지 수업기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쾌대는 휘문고보에서 서양화가 장발(張勃, 1901~2001)을 담임교사로 만나면서 그림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휘문고보 5학년인 1932년 미술가의 등용문인 《조선미술전람회》에 <정물>로 입선하였고, 졸업 후 일본 제국미술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휘문고보 졸업반이던 때에 유갑봉과 결혼한 이쾌대는 유학시절을 아내와 함께 보냈다. 인물화에 관심이 많았던 이쾌대는 아내를 모델로 한 그림을 수없이 그렸다. 사랑하는 아내 유갑봉은 이쾌대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 넣는 ‘뮤즈’와 같은 존재였다. 아내의 초상화에서 시작된 이쾌대의 여성인물화는 차츰 조선의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변화하였다. 이후 이쾌대의 예술에서, 여성은 자신이 처한 운명을 극복해 나아가는 강인한 민족의 모습을 나타내면서 각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2. 전통을 탐구하다 : 1938~1944
제국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화가로서 본격적인 첫발을 내딛는 1938년부터 해방이전인 1944년까지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 시기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신미술가협회 활동을 중심으로 한국적인 서양화 양식을 모색해가는 모색기이다 이쾌대는 제국미술학교를 졸업한 해인 1938년 일본의 전람회인 《니카텐(二科展》에 <운명>으로 입선하고, 1939년, 1940년 같은 전람회에서 잇달아 입선하면서 화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장래가 촉망되는 화가가 되어 귀국한 그는 1941년 김종찬, 문학수, 김학준, 진환, 이중섭, 최재덕 등과 함께 조선신미술가협회를 결성하였다. 이쾌대는 전통 복식의 표현과 색채의 조화에 매우 고심하였다. 초기에는 어둡고 침통한 분위기의 그림들을 그렸지만, 귀국 후 신미술가협회 활동을 하면서 서양화에 전통 회화의 기법과 색채를 도입한 새로운 회화를 선보였다. 과감한 색면 처리, 밝고 명랑한 색채의 사용, 검은 필선의 강조 등 예술적 실험을 시도하였다. 이는 그의 탄탄한 데생력과 결합되면서, 이후 또 다른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3. 시대를 끌어안다 : 1945~1953
좌우의 이념갈등이 극으로 치닫던 해방공간에서 시대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예술의 방향을 수립하고 대작을 발표하는 전성기의 작품을 소개한다. 1945년 8월 일제의 식민지배가 종식을 고하고 해방을 맞이했다. 해방의 감격 속에서 이쾌대는 새로운 민족미술의 건설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그는 일제의 잔재를 벗은 새로운 미술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 미술의 시급한 과제라 생각했다. 이쾌대는 그동안 연마한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장대하고 역동적인 군상들을 발표하였다. 수십 명이 한데 엉켜 있는 군상은 이쾌대가 지금까지 쌓아 온 인물화 기량과 조형감각이 아낌없이 표출된 작품들이다. 이쾌대는 르네상스 미술부터 20세기 초 사회주의 리얼리즘까지 다양한 미술을 폭넓게 수용하였고, 여기에 한국의 역사적 상황과 전통의 색채를 결합함으로써 한국적인 리얼리즘 미술을 창조하였다. 이로써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그림으로 증언하고자 하는 이쾌대의 예술적 사명은 독자적인 회화로 꽃을 피웠다. 그러나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민족미술에 대한 그의 꿈은 멈추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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