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선
竹林圖 비단에 수묵담채, 143 x 368cm, 2014
문봉선
雪竹圖 한지에 수묵, 145 x 367cm, 2014
대나무의 진경(眞景)을 꿈꾸다-문봉선의 『청풍고절전(淸風高節展)』에 부쳐
...문봉선은 일찍이 "전통을 확실히 배우지 않고서는 결코 전통을 넘어설 수 없다"고 공언했다. 이른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다. 많은 문예인들이 습관적으로 입에 올려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이지만, 이를 실천궁행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대개는 선언적 구호나 설익은 차용을 변명하는 방패로 '법고창신'을 내세울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머리로는 공감하지만, 실제 그 길을 걷기는 너무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옛것을 익히기도 역부족인데 하물며 그것을 딛고 일어나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의지와 인내가 아니고서는 시작하기도 어렵다. 원칙을 고수하며 정도(正道)를 걸어가는 일은 그만큼 고단하고 지난한 일이다. 문봉선은 그 길을 묵묵히 걸어온 드물고 귀한 화가이다. 전통적인 필묵을 단단히 틀어쥐고 이 시대의 미의식과 조화시키기 위해 그야말로 용맹정진 해왔다. 그리고 자전거, 도시, 자연 등을 소재로 한 결과물을 부단히 내놓으며 검증을 받아갔다. 대중적 호응과 찬사까지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고, 급기야 '전통 수묵화의 보루'라는 예칭(譽稱)을 얻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필자는 도리어 그때가 문봉선에게 큰 위기가 온 것으로 생각했다. 세상의 찬사와 박수에 도취되어 초심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탓이었다. 그런데 문봉선은 곧바로 사군자와 세한삼우로 통칭되는 매난국죽, 그리고 소나무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의외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가 몇몇 전시에서 난죽 등을 곁들여 선보일 때도 한국화를 본령으로 내건 작가의 여기(餘技)와 묵희(墨戱), 혹은 필력을 과시하기 위한 방편 정도로 이해했다. 그런데 사군자 주제로 책을 발간하고, 난, 매화, 소나무를 단일 주제로 하여 지속적으로 전시를 진행하는 것을 보며, 사군자에 대한 그의 애정과 진정성을 확인했고 필자의 생각이 경박했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1961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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