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
공기와 꿈 캔버스에 염색한지위에 한지, 181.8x259cm, 2015
김가을
검은리본 캔버스에 유채, 193x130cm, 2014-2015
신정필
생각의 균형을 위한 디자인 3 나무, LED, 2015
정지현
우슬우슬 종이에 콩테, 29.7x42cm(70장), 2015
<구름과 비행>은 어린이들이 미술로 상상하고, 미술로 상상한 것을 이루도록 마련한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이다. 이 전시는 누구나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통해 순수한 상상의 영역 안에서 보다 창의적인 발상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만약 그곳에 닿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방법을 찾을 것인가. 구름은 어린이들이 상상을 위해 출발하는 시작점이자 동시에 완결점으로 존재 가능하다. 그리고 비행은 상상의 세계로 다다르게 하는 방법으로 어린이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는 생각을 생산하게 만든다. 결국 구름은 상상할 거리를 찾게 하고, 비행은 상상한 것을 표현하도록 한다. 이는 일종의 ‘뜬구름을 잡다’라는 표현처럼 막연하고 허황된 것을 좇아보자는 것이며 나아가 그것들이 실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법 또한 마음에 그려보자는 것이다. 새로운 것들은 때때로 덧없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다반사가 아닌가.
강운 작가는 자연에서 찾은 천연염료로 물들인 한지를 사용해 구름을 그린다. 물든 한지로 하늘을 그리고 그 위에 마름모꼴로 한지를 붙여 구름을 그린다. 그리는 과정은 오히려 만드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공기와 물이 하늘의 구름을 만들었다면 강운 작가의 구름은 작가 자신의 마음에 불고 있는 바람으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강운 작가가 만드는 것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하늘의 색과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감정이 가득한 구름이다. 결국 작가의 구름은 하늘의 구름이 아니라 마음의 구름인 것이다.
강운 작가는 굉장히 얇은 한지를 작게 오려 붙이고 붙이는 어려운 과정에서 바람결을 느끼며 하늘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작가가 바라는 것은 여러분 역시 그 바람결에 몸을 싣고 구름이 열어주는 순수함에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놓은 것이다.
김가을 작가는 연필, 볼펜, 먹 등을 사용해 갖가지 종이 위에 드로잉을 하고, 유화물감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 여기 전시장처럼 때에 따라 다양한 색상의 종이테이프로 공간에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밝은 듯 어둡고, 어두운 듯 밝은 작품들은 여러 곳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들은 한 화폭에 있지만 한 공간에 머물고 있지 않는 듯하다. 이렇듯 김가을 작가의 작품은 두 가지의 상반된 느낌이 함께하도록 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각각의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귀를 기울여보니 그들은 함께 있지만 하나의 마음으로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울다가 웃거나, 웃다가 울었던 우리의 감정처럼 그림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마음이, 세상이 같이한다. 기쁘다가 슬프기도 하고 슬프다가 기쁘기도 하다. 밤하늘을 보면서 어제 아침 길거리를 떠올리기도 하고 길에서 만난 고양이를 보면서 엄마가 생각나기도 한다. 김가을 작가의 작품은 이렇게 여러 느낌을, 여러 감정을 함께 그린 것이다. 자, 이제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어떤 느낌이 섞여 있는지 살펴보자.
신정필 작가는 빛을 전달하는 유리섬유인 광섬유, 나무, 철 등의 재료를 가지고 입체작품을 주로 만든다. 물론 광섬유가 빛을 내도록 전기를 연결할 수 있는 다른 재료도 필요로 한다. 광섬유와 나무 등을 사용해서 만든 작품의 형태를 살펴보자. 무엇을 닮아 있는가?
볼 수 있는 눈의 능력은 결국 ‘나’와 누구나 보는 ‘세상’을 연결해주는 통로이다. 하지만 신정필 작가는 또 다른 눈을 상상하고 그 눈이 가진 새로운 능력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새로운 능력을 가진 눈은 작가의 얼굴에, 머리에, 마음에 그 어디든 자리를 잡고 세상을 본다. 그 눈은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고, 자신의 머릿속도 볼 수 있고, 자신의 마음속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신정필 작가는 자신의 마음과 앞에 있는 사물도 동시에, 함께 볼 수 있다. 와우! 그렇다면 그는 360도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걸까? 자, 이제 우리 신정필 작가의 ‘다른 눈’이 바라본 세상을 만나보자.
정지현 작가는 연필, 목탄, 콩테 등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린다. 그림은 다채로운 색으로 그려지진 않았지만 그 안에는 굉장히 다양한 세상이 있는 듯하다. 그림의 소재는 버섯, 벌집, 토마토, 브로콜리 등과 같이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들이다. 하지만 물기가 다 빠진 낯선 모습으로 마치 우리의 탐험을 기다리는 거대한 숲 같다.
정지현 작가는 사물들이 낯설게 변환 모습을 보면서 다른 마음을 갖는다. 바로 이때, 사물이 다르게 보일 때, 다른 마음이 생길 때 정지현 작가는 원래보다 더 크고 아주 자세하게 사물을 그리기 시작한다. 다른 그 마음이 그림에 전해졌는지 작가의 손이 표현한 사물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생소한 그 모습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장소처럼 보인다.
-공광식
1966년 전라남도 강진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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