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I AM HAPPY 11 iron plate, polyester, paint , 135×135×25㎝, 2011, 개인소장
김석
I AM HAPPY 6 iron plate, polyester, paint , 105×125×20㎝, 2011
김 석 - 행복한 얼굴 ?
박 영택 (경기대교수 / 미술평론)
근작은 표정 있는 얼굴만을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 그리고 플라스틱 질감, 반짝이며 발광하는 빛, 회화와 저부조가 긴밀하게 결합한 형식 안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조각과 회화 사이에 놓여있고 조각을 물질과 공간의 문맥보다는 철저하게 시각의 영역 안으로 밀어놓는 방식이자 관자의 개입을 독려하는 배려 속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시간과 거리, 시점의 위상 변화가 중요한 변수가 되는 조각이다. 그런데 이 같은 평면(부조)에서의 왜상과 시선의 분산적 경험 및 구체적인 형상을 덮고 있는 색채의 띠들로 인한 혼란과 착시는 묘한 시각적 긴장감을 던져 주고 있다. 명료하고 분명한 형태를 파악하기 보다는 그것을 역설적으로 가리거나 모호하게 한다. 전통적인 소조방식으로 구현한 얼굴상 위로 인공의 색채 띠, 일정한 패턴이 뒤덮으면서 조각적 요소 자체를 순간 무화시킨다. 이 작품이 저부조의 조각이란 사실이 슬쩍 망각되고 독특한 회화적 오브제가 시선을 압도한다. 매우 이질적인 조각, 비조각적 조각 혹은 경계가 모호한 회화/부조가 되었다.
일정한 두께에 의해 견인되는 납작한 사각형의 회화적 공간(철판 혹은 자동차 차체)위로 고부조의 얼굴이 부착된 형국인데 세밀한 표현에 의해 위치한 얼굴의 형태를 망각시키거나 훼방하는 듯한 이질적인 색채들이 뒤덮고 있는 상황이다. 이 화려하고 강한 색채들은 소비사회의 유혹적인 색채를 연상시키는 한편 인공의 상품 디자인, 화장 등의 색채에서 추출한 것들이다. 일정한 패턴이나 줄무늬(컬러바)가 얼굴 전체를 가면처럼 혹은 분장처럼 잠식해나갔다. 그로인해 얼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나 표정은 가려지는 편이다. 익숙하고 친근한 캐릭터들이지만 그 위로 겹쳐지는 색채와 줄무늬로 인해 흡사 눌리거나 억압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이 역설은 화려하게 번쩍이는 소비사회의 색채기호들이 행복과 위안을 약속하지만 실상은 웃음 짓는 얼굴을 모호하고 이상한 표정으로 만들어놓는 편이다. 자동차 본네트(후드)위에 그려진 배트맨과 차두리, 여러 스타들의 얼굴 그리고 캐머플라쥐 문양위에 그려진 스마일 형상 등은 그런 역설을 짐작케 한다.
얼굴은 개인으로서의 '나'를 두드러지게 해주는 몸의 출발점이자 내 존재를 부각시키는 '육체의 서명'이다. 누구와도 동일할 수 없는 나의 얼굴은 몸에 앞서 인간 정신의 복잡한 구조물이기도 하다. 얼굴은 한 존재를 전적으로 대변한다. 그래서 얼굴은 우리 안에 내재된 인간을 이해하기위한 통로다. 그런가 하면 얼굴은 내가 속한 집단과 나의 주관성이 만나는 곳으로 한 개인이 되는 유일한 장소다. 그러나 동시에 얼굴은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니기도 하다. 얼굴은 다른 이들에게 보이는 것, 내가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전적으로 타자의 시선에 열려있다. 그래서 얼굴이 얼굴이 되는 것은 얼굴을 통해 타자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얼굴은 한 사회에서 용인되는 얼굴, 가면을 강제 받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대중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얼굴이미지는 행복을 선사하는 듯 하지만 그것은 거짓 약속의 미소들이다. 디지털 카메라와 유튜브, 페이스북처럼 비디오와 웹캠을 포함한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는 모두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강요된 이미지, 얼굴을 욕망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모두가 자신이 아닌, 하지만 진짜 같은 ‘페르소나’를 입고 대중 앞에 서는 연출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저마다 하나씩의 이상한 가면, 헛된 웃음, 위장된 미소를 머금고 욕망하는 것이다. 그 얼굴을 소비하면서, 헛된 미소에 끌려가면서 저마다 강력한 능력과 환상적인 몸매와 얼굴, 돈과 상품을 욕망한다. 스타들은 그 욕망의 가면을 제공한다. 스타들은 원형없는 시뮬라크르다. 일종의 배우다. 그 얼굴은 우리 환상의 총체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얼굴이 없는 셈이다. 그리고 인간의 얼굴이 단순한 상품이 되어버렸다. 판에 박은 듯한 배우들과 그들을 우상으로 삼고 닮고자 애쓰는 또 다른 배우들이 우리들이다. 그들의 미소, 웃음은 끊임없이 유혹한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웃음은 공허하고 슬프다, 가짜 행복과 미소를 팔고 있는 대중매체의 얼굴들이다. 대중들은 그 얼굴을 동경하고 그로부터 행복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소비사회의 유혹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다!> 그러나 과연 그 행복은 어떤 행복일까? 자본주의가, 소비사회가 약속하는 행복은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구멍 같고, 심연 같은 것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약속하며 달콤하게 권유하는 저 행복의 도상들은 실은 헛되고 헛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광휘와 번쩍임을 제공하는 차가운 철판과 생명없는 플라스틱과 인공의 화려한 색채 속에 가리워진 얼굴들이 짓고 있는 웃음이 마냥 슬퍼보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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