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ARE YOU HAPPY ? 3 iron plate, polyester, paint , 130×145×30㎝ , 2009, 국립현대미술관
김석
ARE YOU HAPPY ? 4 iron plate, polyester, paint , 118×142×27㎝, 2009, 중국
소비사회의 웃음에 관한 심미적 보고서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김석은 묻는다.
그리고 답한다. “네, 아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안 그럴지도 몰라요.”
청춘의 미소에 관한 리포트,
입체를 평면 위에 압착하는 조형 언어인 부조는 어느 한 시점에서 완벽하게 형상이 잡히는 작품이다. 따라서 그것은 특정한 지점이 아닌 곳에서 보았을 때 왜곡된 형태의 형상인식을 유발하곤 한다. 우리는 여기서 김석 작품이 한 작품을 둘러싼 관찰자의 시점에 따라서 매우 변화무쌍하게 변화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평면과 입체의 차이를 실감하는 것은 물론이고 입체 그 자체에 있어서도 차별화를 이룬다. 그의 고부조 방식은 특정한 시점이 아닌 여러 시점에서 규범화한 미소의 이면을 드러낸다. 김석은 고정된 시선과 유동하는 시선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는 고부조라는 언어를 채택함으로써 자신의 질문을 가장 적절하게 드러내는 길을 찾은 셈이다. 입체라는 물질에 대한 우리 눈의 반응은 고정 시점보다는 유동 시점일 때 더욱 명쾌하게 드러난다. 가만히 서서 바라볼 때의 사물의 입체감과 움직이면서 바라보는 사물의 입체감은 질적으로 다른 법이다. 이러한 장치를 동원해서 김석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작품을 감상하기보다는 관찰하게 만든다. 고정된 시점에 서서 고정된 이미지를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왼쪽에서 오른 쪽에서 또는 위에서 아래로 커다란 얼굴 전면을 이모저모 뜯어보게 만드는 것이다.
김석의 질문과 대답은 소비사회의 웃음에 관한 심미적 보고서이다. 그는 ‘모조 미소의 낭비’를 말한다. 마치 놀이동산 조각처럼, 또는 흔히 쓰는 말로 이벤트 조각처럼, 김석의 조각은 컬러풀한 색채를 구사하고 있다. 싸구려 가짜 이미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 그는 놀이동산 조각의 어법을 도입하고 있다. 그는 이 시대의 생기발랄한 젊은 여성들의 미소를 통해서 일상사를 살아나가는 사람들이 행복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들여다본다. 그는 청춘의 미소를 통해서 행복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을지를 묻고 답한다. 어느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세상이다. 이 모습이 진짜인지 아닌지 장담할 수 없는 세상이다. 가짜가 진짜이고 진짜가 가짜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과잉 미소에서 싸구려 플라스틱 꽃의 화려함을 발견하곤 한다. 그는 젊은 여성들의 행복을 포착한 스테레오타입을 발견하기 위해 여러 매체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얼굴 생김새, 표정, 헤어스타일, 각도 등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이렇듯 여기저기서 채집한 이미지들로 구성된 행복의 전형들은 각각의 캐릭터에 맞는 형태와 구도로 압축되었다. 이어서 그는 실제의 인물을 섭외하여 그 인물의 얼굴을 스테레오타입에 대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미소를 낭비하는 사회에는 행복을 가장한 소비사회의 경박함이 들어있다. 김석이 포착한 함박웃음들은 우리사회의 결핍을 대변한다. 현대사회는 웃는 개인을 조작한다. 웃음을 직조하는 사회, 웃는 얼굴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사회인 것이다. 그 수많은 웃음 가운데 박제화하고 상품화하지 않은 미소를 발견하는 일은 미디어가 아닌 우리의 삶 속에서의 일이라는 점을 망각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넘쳐나는 웃음들 가운데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웃음마저도 소비하면서 살아간다. 또는 웃음에 의해서 소비한다. 따라서 김석이 말하는 웃음은 행복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있어 결핍한 진정한 행복의 부재를 대변하고 있다. 그는 무의식의 수준에서 잠재하는 행복의 부재 상황을 비판하기 위해서 소비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매우 정확하게 간파하고 그 결핍을 메우는 웃음을 흩뿌리고 있다. 그는 미소를 통해서 행복의 이미지를 반복재생산하는 사회의 이면을 차분하게 바라본다. 김석의 얼굴 패널은 미소조작의 사회에 대한 예술가로서의 질문이다. 나아가 그것은 웃음을 직조하고 소비하는 소비사회에 관한 심미적 리포트이며 행복을 조작하는 문화정치에 비판적 성찰이다.
김준기(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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