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철: 기억공작소Ⅱ-실크로드 프로젝트 - 기록 2016
2016.03.25 ▶ 2016.05.22
2016.03.25 ▶ 2016.05.22
정재철
전시 전경 2016
정재철
1st Silk Road Project Route Map 종이에 아크릴채색, 190x380cm, 2006
정재철
기록, 아테네(그리스) 2010
정재철
기록, 쿠쳐(중국) 2005
기억 공작소Ⅱ『정재철』展
‘기억 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그러니 멈추어 돌이켜보고 기억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위대한 해석과 그 또 다른 가능성의 기억을 공작하라!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한다.
「여행, 또 다른 조각」
작은 글씨의 수기手記 문자와 관념적인 구球 드로잉을 포함한 3장의 세계 지도, 연계 지역을 그린 이 3개의 커다란 종이 지도 사이를 수평으로 잇는 수십 개의 액자와 사진들, 천장 형광등 빛을 가린 현수막 천 햇빛 가리개, 그 너머 벽면에 투사한 비디오 기록 영상과 다양한 현장의 소리 등 전시실 곳곳에 배치한 기록 행위와 그 사물들은 원래의 시공간적 맥락과는 분리되어있지만, 얼핏 보아도 어떤 ‘수행 과정’의 기억과 그 시각화이며, 이를 참조하는 관객의 ‘자기 기억’ 재생을 비롯한 우리의 의식 확장에 관계하는 개입介入, 간여干與, 매개媒介적 지점들이다. 이번 전시 ‘실크로드 프로젝트-기록2016’은 제한이 없는 미술의 또 다른 가능성에 관한 작가의 태도로부터 파생한 여행 흔적들의 주요 목록이며, 그의 ‘생각’과 ‘행위’를 간추려 짐작하는 ‘또 다른 조각’이라는 사건의 전말顚末이라 할 수 있다.
2004년 3월1일 서울에서 시작하여, 7년여 동안 1~3차에 걸쳐 서쪽으로 중국, 파키스탄, 인도, 네팔, 이란,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영국 런던에 이르는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수행은 조각가 정재철의 개인 여행사와 폐현수막을 매개로 기획한 미술적 소통 행위이다.
1차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서울에서의 폐현수막 2,000매 수집과 세탁, 포장, 퍼포먼스 그리고 실크로드 길 위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4개국 22개 지역 현지인에게 폐현수막 전달과 현지인들의 필요에 의한 사용례 기록을 위한 2회의 현장 여행과 전시를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문화적 중첩의 현장 사례로 볼 수 있었던 중국 쿠챠 수박농가의 햇빛가리개, 대문커튼, 파키스탄의 오토릭샤 커튼, 모자, 인도의 노천이발소 천막, 꼬마모자, 네팔의 가방과 방석 등은 대표적인 소통 참여적 사물이다. 정재철은 우리가 ‘또 다른 조각’이라 짐작하는 자신의 7년 행위에 대하여 “돌이켜보면 나의 작업은 나무에서 사물로 그리고 폐현수막으로 관심이 바뀌었고, 공간과 물질→장소와 기억→현장과 사람으로 내용은 변화해 갔다. 그때마다 나는 어딘가를 향해, 불안을 품고 공간을 이동했고, 안정된 장소에 도달하기를 희망하면서 길 위에 있었다. 작업실을 바람 부는 길 위에 올려놓은 셈이었다. 그 길은 성장하는 장소다. 그 길은 실크로드였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2차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적극적으로 ‘현장’에 개입하여, 현지인들과 공동작업의 형태로 폐현수막을 이용한 실생활 활용가능 오브제로 만들어 현장에 배치하였다. 3차에서는 작가가 선택한 특정 여행지에 폐현수막으로 만든 햇빛 가리개를 설치하고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등 조각의 마무리 작업처럼 미술가로서의 간여와 매개 행위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행위의 기록들은 1980년대에 작가가 신뢰해온 ‘조각’, 즉 나무 내부를 파내다 멈추는 조각에 대한 형식적 틀을 깨고, ‘여행’, ‘우연한 만남’, ‘수집’과 같은 긴 과정을 통하여 새로운 조각 작업으로 나아가는 변화의 흔적들을 보여준다. 깎고 새기는 기존의 전통적인 ‘조각’ 작업이 아닌, 여행을 통한 현장에서의 소통과 작가가 수집하고 만나는 오브제들의 재조합이며, ‘시간성’, ‘역사성’에 집중하고 ‘문화적 중첩’ 등 추상적인 문제들을 조형언어로써 담아내려는 실험적인 시도, 나아가 작가와 관객, 중심과 주변, 창작과 감상 사이의 전통적이고도 일방적인 구조의 틀을 깨는 것에 대한 실험적인 실천이 ‘실크로드 프로젝트’라는 ‘조각’의 또 다른 가능성을 호출한 것이라 해석된다.
지금, 여기 ‘실크로드 프로젝트-기록2016’에서 정재철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생경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긴장과 함께, 보이지 않는 사물 혹은 태도와 제도적, 사회적 관계 같은 개념들을 겹치고 쌓고 이어붙이는 신체적 소통 행위를 통하여 깊이 잠들어있는 본연의 감성들을 흔들어 깨우듯이 조각의 다른 가능성을 찾는다. 이번 전시는 가능성으로서 ‘또 다른 조각’에 관한 기억을 깨우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작가의 행위에 관해 박숙영은 “과거에는 고도로 개체화된 예술가가 나름의 분명한 메시지를 관람자에게 전달하였다. 그러나 정재철의 프로젝트는 사건을 일으키고 그것이 현존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것은 관람자가 시각적 오브제를 감상하는 관조의 영역에서 행위의 영역으로 옮아갔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 행위는 예술의 물리적이면서도 개념적인 영역의 경험이다. 작가가 경험으로서의 예술이라는 맥락을 제공하고 예술의 ‘전개’는 대중이 하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작가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실크로드 지역의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정신과 감정을 자극하고 행위를 촉발시켰으며, 마침내 새로운 정서를 경험하도록 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정재철의 태도와 그의 행위는 일상 세계를 바라보는 현장의 사회성과 결합하는 예술의 신체적 ‘행위’에 의해 상상, 현장, 기억의 스펙트럼 속에서 자신만의 조각으로 남게 된다. 또한 또 다른 ‘가능성’으로부터 다시 기억하게 하는 ‘여행-조각’으로서 우리 자신의 태도와 행위들을 환기시키는 장치이기도하다.
-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정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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