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태
Blow up Romance Digital print, 2017
황규태
Blow up Romance Digital print, 2017
황규태
Blow up Romance Digital print, 2017
황규태
Blow up Romance Digital print, 2017
1960년대 ‘리알 포토’로부터 ‘확대된 로맨스’
- 아릿하고, 두근거리는... 황규태 사진전
사진가 황규태의
“사진의 정도인 사진성을 거부하고, 반(反)사진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1973년 열린 <제1회 황규태 칼라사진전>에 대한 당시 전시평이 이 사진에서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그러나
황규태의 사진 시리즈 중 하나인 ‘Blow up’은, 황규태가 처음 시도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또한 위에 열거된 수식에 위배되지 않는 ‘매우 황규태 다운’ 작업이다. ‘확대하다(Blow up)’라는 뜻 그대로, 1960년대 리얼리즘이 유행하던 시대에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2000년대에 스스로 다시 재해석했다. 재해석의 방식은 간단하다. 마치 그의 유명한 ‘픽셀(Pixel)’ 시리즈들이 TV 화면 등을 찍어서 크게 확대한 것이듯, 과거의 흑백사진들을 포토샵으로 ‘확대’한 작업. 이토록 간단한 방식은 픽셀 시리즈가 스트레이트로 실체를 찍었음에도 우리들이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전에 없던 풍경’을 펼쳐 보인 것처럼 전혀 새로운 이미지와 해석으로 변주된다.
검은 코트 위에 두 손가락을 살짝 그러잡은 흰 손, 꽉 잡은 손의 완고가 그곳에는 없다. 수줍음과 설렘이 손가락 틈새 사이에 머문다. 그것은 환하게 빛나며 밖을 향한 단추와 보일 듯 말 듯 어둡게 아래를 향하고 있는 또 다른 단추의 대비와도 닮았다.
본래 사진의 지극히 일부분이 확대된 이 사진은 60년대 당시 어떤 장소, 어떤 상황에서 찍힌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상관없이, 지금의 이미지 그 자체로 흥미로운 긴장을 유발하며 시적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즉 1960년대 황규태가 찍은 사진들이 일종의 ‘산문’이었다면, 그 사진의 일부만을 잘라내서 확대한 이것은 일종의 시처럼 보인다. 구체적인 서사의 문장들이 빠져나가자, 찍을 당시에는 거기 있는 줄도 몰랐던 뼈대가 순정한 이미지를 드러낸 것이다. 아릿하고 두근거리는.
황규태는 이렇게 주관적으로 확대한 사진들을 ‘Romance(로맨스)’를 주제로 분류하였다. 그것이, 2001년
신작 외에도 기존 ‘Blow up’ 시리즈에서 다시 일부를 ‘Romance’라는 주제에 맞춰 잘라내고 확대했으니, Blow up의 Blow up이기도 하다. 또 ‘확대’했다고는 하나, 생활주의 리얼리즘이 만연했던 1960년대 다른 사진가들의 사진 속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모던한 감각과 도회적 정서, 로맨틱한 서정성 등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황규태가 포착해 한 장의 사진 속에 담아 둔 여러 씨앗들이 50여 년이 흐른 2017년 봄, 오늘에 이르러서야 ‘로맨스’라는 꽃으로 만개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강운구의 경주남산>에 이어, 원로 사진가들의 기존 작업을 해체하고 재구성함으로써 다시 새로운 시각적 관점을 창출하려는 류가헌의 두 번째 기획전이기도 하다. 전시는 3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류가헌 전시1관과 2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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