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날개.파티> 전시 포스터 배너 미술관 외부 벽면설치, 7200x7200mm, 2017
안상수
<길 위의 멋 짓> 전시 다큐멘터리 영상 비디오 스틸, 30분(미정), 감독: 이미지, 2017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효준)은 한국 작가를 세대별로 집중 조명하는 격년제 프로젝트 SeMA 삼색전(三色展)을 성공적으로 개최해왔다. 그중에서 SeMA Green은 원로 작가의 업적과 자취를 반추하고 한국 미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가늠해보는 전시로서, 올해는 3.14일부터 5.14일까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2013년도 김구림, 2015년도 윤석남에 이어 2017년도의 작가는 시각디자이너 안상수와 그가 설립한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로서, 전시를 통해 한 사회와 문화의 기본이 되는 문자의 근본 속성을 탐구하고 디자인 교육의 미래를 살펴보는 기회를 마련한다.
안상수는 글꼴 디자인, 타이포그라피, 편집 디자인, 로고 타입 디자인, 포스터 제작, 벽면 드로잉과 설치 작업, 문자 퍼포먼스, 캔버스 문자도, 실크스크린, 도자기 타일 등 다양한 형식 실험으로 ‘한글’ 작업을 해왔다. 그의 작품 세계는 ‘문자’에 내재한 여러 시각 요소를 결합하고 반응시켜 우리의 문자 지각을 공감각적으로 확장해준다. 더불어 우리는 그의 작품 속에서 언어의 상징 의미와 조형 체계가 분리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안상수의 작가적 정체성은 세계에서 가장 어린 문자인 ‘한글’이라는 우리 문화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와 디자인 작법을 만들면서 시작되었고,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그만의 디자인 언어는 국내만이 아닌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안상수의 작품 세계 근간에 ‘한글’이 있다면,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는 ‘문자’와 ‘한글의 창조적 정신’을 중심에 둔, 가장 우리다운 교육을 찾아 실험하고 실천하는 디자인 공동체이자 교육 협동조합이다. 이번 전시는 PaTI가 2012년 2명의 학생과 함께 시작한 예비학교를 거쳐 올해 14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하기까지 축적해온 종합적인 성과와 기록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꾸며진다. 미술관 내에 워크숍 공간을 마련하고, PaTI의 스승 6명을 초청하여 관람객과 잠재적인 디자인 공동체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도록 구성한다. 전시 공간에서 작동하는 ‘현재의 이야기’들은 학교라는 사회, 디자인 작업물의 경제적 순환, 유기적으로 연결된 총체적 교육의 중요성 등 PaTI를 관통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현대사회에서 재고해야 할 교육의 방향성과 공동체적 삶에 복무하는 디자인의 미래상을 논의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다.
연계 행사 정보
전시와 함께 진행되는 워크숍과 세부 프로그램 일정은 홈페이지에 공지될 예정이다. 전시와 함께 출판 예정인 책은 두 종류고, 개막식에 맞춰 발표하는 1,000쪽짜리 책은 PaTI의 행보를 기록하는 각종 사진자료와 함께 학교의 철학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한 글은 담은 ‘아트 북’이며, 디자인 교육의 종합기획안이다. 모든 철학이 ‘책’으로 종합되는 날개 안상수와 PaTI 디자이너들이 함께 만드는 일종의 아트상품 개념으로 준비 중이다. 4월 중순에 발간 예정인 다른 도서는 디자이너 안상수를 다양한 각도로 읽어낸 예술 에세이집이다.
• 개막식 : 2017년 3월 14일 오후 5시 - 7시
•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
• 공연: PaTI 음악놀이 스승 김윤태, 이한주와 배우미들이 함께하는 사운드 퍼포먼스
• 워크숍 신청페이지
http://sema.seoul.go.kr/korean/education/educationListSeo.jsp
1. 날개
• 안상수체부터 문자도까지: 한국의 대표 글꼴 디자이너 안상수의 정체성은 1985년 ‘안상수체’부터 시작한다. 그전까지 한글은 한자나 영문과는 다른 원리와 형태를 지녔지만, 갑자기 찾아온 근대가 규정한 네모 틀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실정이었다. ‘안상수체’는 한글을 네모 틀의 질서 속에서 해방시키고, 오랫동안 한자의 틀에 갇혀 있던 한글을 현대적으로 탈바꿈시킨 첫 시도이다. 이러한 시도는 문자를 단지 ‘언어에 종속된 기호가 아닌 인쇄된 활자가 지닌 형태적 물성’으로 파악하는 인식의 전환을 보여준다. 가장 최근의 작업 <홀려라>는 캔버스 위에 아크릴로 그린 문자도 작업이다. ‘홀려라’는 ‘몰입’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며, 창의는 몸을 던져 홀려야 이뤄질 수 있다는 PaTI의 정신을 담은 구호이기도 하다.
• 웃는 돌 로고와 죽산국제예술제 포스터: 경기도 안성시에서 해마다 6월에 열리는 예술축제 죽산국제예술제(Juksan International Arts Festival)은 전위무용가 홍신자와 그가 운영하는 <웃는돌 무용단>이 주축이 되어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펼치는 전위예술축제다. 1995년 어느 날 홍신자는 “도피안사 밥상머리에서 반찬 그릇을 이리저리 옮겨주며 안상수에게 포스터를 부탁”했고, 안상수는 그때부터 매년 붓, 칼, 손, 발 등을 가방에 말아 넣고 을지로에 있는 단골 인쇄소에서 직접 잉크로 작업하게 된다.
• 문자도 영상 리프로덕션: 1998년부터 작가 금누리와 함께 총 17호를 공동 발간한 독립잡지 『보고서/보고서』에는 타이포그라퍼 안상수의 실험이 집중되어 있고, 시각 언어 조형상의 물리적 사실을 중시한 모더니스트 안상수가 적극적으로 나타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즈음까지 극변하던 사회, 문화, 기술적인 환경 속에서 안상수는 소통을 위한 기호, 의미의 표상 혹은 정보 전달 매체인 ‘문자’가 지닌 속성을 해체하고, 문자의 조형성을 표현의 주체로 두어 자가 증식하는 감수성과 새로운 질서를 구축한다. 이 전시에서는 안상수가 『보고서/보고서』를 비롯해 안그라픽스 캘린더와 각종 포스터의 밑그림 등으로 작업한 각종 문자도 파일을 디지털 영상으로 재작업해, 오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멀티미디어 문자를 선보인다. ‘문자’를 작업하고 ‘문자’로 살아온 작가의 심상을 관객이 공감하고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도자기 타일: 한글은 영어 알파벳처럼 ‘소리 문자’ 계열에 속하면서도, 24글자의 독특한 홀소리(모음)과 닿소리(자음) 형태로 구분되는 특징을 지닌다. 이 작업은 마치 악보처럼 문자를 이루는 주요 요소인 ‘소리’를 시각화한 작업으로, 한글의 자음, 모음, 받침을 정량화한 단순한 그리드 체계가 자연스럽게 배열된 도자기 타이포그라피 작업이다.
2. 파티
• PaTI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함께 멋짓는 배곳’으로 PaTI의 캠퍼스라고 할 수 있는 파주출판단지를 물리적 거점으로 삼아 ‘디자인 공동체이자 교육 협동체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벽 다이어그램과 영상, 사진, 책자 등 관련 자료들이 전시된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학교가 설립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시대에서 필요한 ‘교육’을 중심으로 이상적인 공동체 실현을 위한 PaTI 참여자들의 노력과 철학을 담는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배움이란 ‘학습의 개별적인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동되고, 삶의 근저에 두 발을 디딘 상태에서 실용적인 쓰임으로 환원될 수 있는 가치를 공유하고, 더 나아가 개인의 삶을 디자인하는 독립된 주체를 향한 여정’이다.
• 두 번째는 전시 주제는 ‘과정으로 배우는 배움’이다. PaTI에서 그동안 실험적으로 선행되어온 100여 개의 커리큘럼 카드와 주요 커리큘럼을 선별해 그 구체적인 결과물을 소개한다. 손과 몸을 중시하는 실기학교인 PaTI는 손에서 비롯된 창의를 중요하게 여긴다. 수업 커리큘럼 또한 스승과 배우미가 함께 만들어가고, 다양한 ‘외부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고 경험함으로써 공동체의 배움을 완성해간다. 이번 전시도 부분적으로 이들이 만든 ‘일’의 일부로 진행된다.
• 세 번째 부분은 ‘배우미’이다. ‘배우미’는 ‘학생’을 뜻하는 PaTI 용어이다. PaTI의 교육 목표 중 하나는 두 발을 삶에 딛고 더 넓은 시각을 품을 줄 아는 ‘삶의 디자이너’를 배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PaTI의 모든 배움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배움이 다른 배움과 만나게 된다. 이번 전시 파트는 배우미들이 창의적으로 참여한 다양한 프로젝트의 결과물들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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