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희
투워즈 Towards 2017, 천 위에 채색 Color on fabric, 180x280cm
김보희
투워즈 천 위에 채색, 160x130cm, 2017
김보희
투워즈 천 위에 채색, 160x130cm, 2017
김보희
투워즈 천 위에 채색, 160x130cm, 2017
김보희
그 날들 천 위에 채색, 400x1460cm(27ea), 2011-2014
김보희
투워즈 Towards 2017, 천 위에 채색 Color on fabric, 160x130cm
김보희
투워즈 Towards 2016, 한지에 채색 Color on Hanji, 25x34cm
김보희
투워즈 Towards 2017, 천 위에 채색 Color on fabric, 44x57cm
일상의 파라다이스
김보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제주도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밝은 햇살, 토종식물,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광 등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후 제주도 자연을 담은 작품을 제작해왔다. 1990년대 점묘법에 기초하여 평면성이 강조된 서정적인 강변산수와는 달리 제주도 작업은 동식물로 가득 찬 에너지가 충만한 원시림을 다루고 있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도 점차 변화하였다. 강변산수에서는 자연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조응하려는 태도였지만, 제주도 시기부터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대상과의 거리가 보다 가까워졌다. 작가는 제주도 시기부터 생명의 근원으로서 원형의 자연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자 했다. 작품 속의 모든 존재는 색과 형태를 뚜렷하게 지니면서 저마다의 기운을 뿜어내게 되었다. 필치가 속도감 있게 표출되거나 질감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각양각색의 동식물들은 화면의 전면에서 살아 숨 쉬는 드라마를 이루어냈다.
무엇보다도 제주도 작업에서 꽃이 만개하거나 성하(盛夏)의 녹음(綠陰) 작업이 많은 이유는 우주와 자연의 기운이 가장 활성화된 상태를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모든 우주와 자연에는 나름의 주기, 법칙과 체계가 있다고 믿으며 어떠한 존재이건 간에 스스로 지닌 원리의 최정점에 달하면 자연스럽게 완벽한 모습을 발산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작가에게 자연이란 압도적인 경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추억을 담은 매개체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자신이 본 풍경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 담겨진 부분을 화폭에서 조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러 폭으로 이루어진 대형화면은 자연에 대한 종합적인 인상을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작가는 근래 들어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오롯한 기회를 감사하게 여기면서 자연을 새롭게 관조하게 되었다고 한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변화함에 따라 근작들은 제주도 초기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자연에 대한 환희, 경외, 감탄, 찬가 너머 보다 근본적인 삶과 생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이제 작가는 모든 생명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예리한 직관과 관찰력뿐만 아니라 대상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려는 내적 관조를 함께 화폭에 담고자 한다. 그리하여 근작들에서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대상에 대한 몰입과 일상의 반추(反芻)라고 할 수 있다.
대상에 대한 몰입이 가장 잘 반영하는 이미지는 바로 씨앗이다. 작가는 씨앗이 떨어지거나 발아하는 순간과 찰나의 장면을 포착하고자 한다. 화면 속 씨앗은 실제로 존재하는 형상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작가의 환상에 의한 이미지이기도 하다. 작가가 씨앗 형태 그대로를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상에 의한 이미지를 그리는 것은 작가에게 씨앗이란 자연의 순환 체계를 지님과 동시에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또 다른 생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씨앗은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임과 동시에 생명의 소멸에서 얻어지는 또 다른 출발을 의미한다.
또한 시들어가는 꽃잎, 빛바랜 화면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 또한 새로운 변화이다. 싱싱한 꽃잎과 시들어가는 꽃잎이 동시에 존재하거나,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정원의 풍경이 흑백으로 표현되는 화면은 삶과 생명의 이중적 의미를 지닌 바니타스(Vanitas)적 관점에 의해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 만물을 그 자체로서 인정하고 존중하는 무위자연의 개념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어느덧 삶과 죽음, 유와 무 등 상반된 개념을 구분하여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반된 개념 자체를 자연 그 자체의 본성으로서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화면에 담는다.
그런데 화면 속에서 씨앗과 꽃잎은 대개 한두 개로 제한되어 고요한 정적 속에서 빛과 색을 발한다. 내밀한 관조와 정밀한 관찰은 화면 전면에 씨앗을 더욱 강조함과 동시에 화면에서 배경을 없애고 여백을 확대하는 형식을 낳게 하였다. 화면 내외부 공간 속에서 대상과 작가와의 사이를 교차하는 시선만이 존재하는데 이는 관람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며 화면 속 대상에 시선을 집중하도록 한다. 대상의 전면적인 등장과 여백의 강조는 단순한 구성을 만들어내는 반면 세밀하면서 신비롭고 동시에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보희는 자연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작업 이외에 숫자와 공간에 주목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숫자는 작가가 살아온 삶의 궤적과 시간의 경과를 담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우주의 일정한 법칙을 보여주는 식물과 자연의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숫자와 공간의 조화는 삶의 원칙을 의미하는 또 다른 주제로 등장하였다. 사실 작가가 숫자 작업을 시작한 출발점은 시간의 경과를 시계를 통해 확인하고, 세월의 흐름을 나이라는 숫자를 통해 느낀다는 단순한 깨달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유리창에 비친 숫자들은 실내공간과 외부공간의 혼재된 다층적인 구조에서 드러남으로 인해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추억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예술가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한다. 단순히 흥밋거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풍(作風)이나 작업태도를 기반으로 하여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또 다른 태도와 시각으로 보고자 한다. 삶을 보다 진지하게 바라보려는 김보희의 근작은 상상력, 호기심과 내적 성찰에 기반하여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기에 작가의 작업세계가 이제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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