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1
한국미술사한국현대미술1
신미술운동의 시작과 모더니즘의 확산
해방이후 민족미술건설을 위한 미술계의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서울대, 이화여대, 홍익대에 미술대학이 설립돼 체계적인 미술교육이 가능해졌다.
1948년 설립된 국전(國展)은 1981년까지 해방이후 미술계를 이끌어갔고, 국전외부에서는 추상화 경향의 확산과 함께 ‘앵포르멜’ 운동이 전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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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노을 앞에서 울루짓는 소>, 1953년경, 종이에 유채, 32.2×49.5cm, 개인소장
‘민족성’에 대한 질의는 당대 많은 서양화가들을 사로잡은 화두이자 고뇌였다. 이중섭은 농경민족인 우리의 정체성을 ‘소’에서 찾고, 소의 전통적인 의미에 새로운 현대적 의미를 부여했다. 강렬한 표현과 거친 붓질을 통해 기존의 전원적인 소의 이미지에 강인한 민족적 힘을 재창조하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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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쾌대,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1948~1949년, 캔버스에 유채, 72×60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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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쾌대, <군상-4>, 1948, 캔버스에 유채, 177×216cm
이 작품들은 1991년 가족에 의해 공개된 월북작가 이쾌대가 그린 박진감 넘치는 영웅적 누드 군상이나 군중작품들이다. 이들 작품 <군상> 시리즈는 그가 월북하기 직전인 1948년에 제작된 것으로, 정확한 제목이나 주제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해방이나 일제통치, 아니면 사회주의나 반미(反美)적인 주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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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상봉, <폐허>, 1953년, 캔버스에 유채, 71×88cm
한국전쟁 당시 서울은 인민군의 점령과 국군의 탈환을 거치면서 폐허가 되었다. 한국전쟁 당시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도상봉은 전쟁이후, 국전의 구상계열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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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빨래터>, 1950년대 후반, 캔버스에 유채, 50.5×111.5cm
1950~60년대 당시 경제적 궁핍함은 박수근의 일상이었을 뿐 아니라, 그 시대의 보편적인 풍경이기도 했다. 그의 작품에 항상 등장하는 일하는 아낙과 할 일 없이 앉아있는 노인과 아이들, 도시변두리의 풍경, 앙상하게 마른 나무들이 서 있는 자연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모습들이었고, 이것은 그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공감대를 갖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다. 이렇듯, 박수근의 작품은 한국전쟁 전후의 소외된 계층을 독자적인 기법으로 그려 민족적인 개성을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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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부인좌상>, 1955년, 캔버스에 유채, 100.4×80.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 작품은 하얀 한복을 입은 여인이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배경을 단순화하면서 화면 속 가득히 여인의 모습만을 그려냄으로써 관객의 시선이 집중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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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승, <춘몽>, 1961년, 브론즈, 56×36×32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구상주의 경향을 띤 이 작품은 주제의 심각성이 부재한 가운데 한없는 상념에 사로 잡혀 있는 여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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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리석, <그늘의 노인>, 제7회 국전 대통령상, 1958년, 캔버스에 유채, 158×11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와 바닥을 확대하여, 햇빛이 쏟아지는 배경과 대비시키면서 시대를 살고 난 무기력한 노인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주변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대담한 터치와 풍부한 색채를 사용하여 건강하고 소박한 서민적 서정을 밀도 있게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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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 <산>, 1964년, 캔버스에 유채, 182×22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한국 모더니즘 1세대 작가 유영국(1916-2002)은 우리나라 현대미술사에 추상미술의 발판을 마련하였으며, 꾸준히 추상에 바탕을 둔 자기세계의 심화를 보여준 작가이다. 그는 1957년 ‘모던아트협회’를 결성하면서 산, 길, 나무 등 자연적 소재를 거시적인 시각으로 분할하여 추상적인 구성요소로 사용하면서 엄격한 기하학적 구성과 강렬한 색채를 통해 지적 아름다움과 음악적 울림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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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섭, <수중지대>, 제20회 국전 추천작가상, 1971년, 캔버스에 유채, 144×11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창작미협에서 활동했던 박항섭은 구상 계열의 독특하고 자유로운 화면과 내밀한 상상력을 결합하는 작업을 보여주었다. 이 작품에서는 1970년을 전후로 하여 화면이 밝아지며, 선명한 검은 선들이 미묘하게 윤곽을 짓는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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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두, <자화상>, 1957년, 캔버스에 유채, 87.5×61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하인두(1930-1989)는 1946년 해방직후 설립된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수학한 화가로, 해방 후 한국을 기반으로 교육 받고 성장한 제1세대 작가이다. 1957년 현대미술가협회의 창립회원으로 활동하였고, 전후 한국 앵포르멜(Informel)을 주도하는 핵심인물이 되었다. 이후 그는 1962년 악뛰엘 등 실험적인 미술단체에서 활동하였고 1970년대 이후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구축하면서 <만다라>, <혼불> 연작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은 1950년대 후반 한국 미술의 일대변혁이 이루어지던 시기 제작된 이 작품은 그 시대를 살았던 작가의 생생한 고뇌가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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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유전질 1-68>, 1968년, 캔버스에 유채, 79×79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한국현대미술에서 앵포르멜(Informel) 세대를 대표하는 박서보(1931~)는 1960년대 후반 기하학적인 추상과 허상을 통한 팝아트(Pop Art)적인 성향의 <유전질> 연작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이는 오늘날 그를 대표하는 '지움'으로써 그리는 묘법시대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다. 전통 단청색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인 <유전질 1-68>(1968)은 원색의 적, 청, 황 등의 색채를 통해 화려하고 장식적인 가운데 매우 절제된 화면 분할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제된 그의 기하학적인 작품 세계는 앵포르멜과 기존의 화단에 부정적이었던 측면을 극복하고 냉철한 시각의 세계관으로 보고자 하는데서 기인한다. 또한 색채와 화면구성은 당시 미국의 추상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측면도 보이나, 서구 일변도의 추상세계를 극복하고 우리 민족 문화와 정서에 바탕을 둔 추상화를 시도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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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해방이후 민족미술건설을 위한 미술계의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서울대, 이화여대, 홍익대에 미술대학이 설립돼 체계적인 미술교육이 가능해졌다. 1948년 설립된 국전(國展)은 1981년까지 해방이후 미술계를 이끌어갔고,국전외부에서는 추상화 경향의 확산과 함께 ‘앵포르멜’ 운동이 전개되었다.
해방공간의 미술인식과 명제
1945년에서 48년까지 해방공간의 미술은 극심한 사회정치적 혼돈 속에서 새 국가의 문화건설에 복무할 것을 자처하는 입장들이 여과 없이 분출되었다. 미술단체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유난히 극성을 부린 시기였지만, 그 모두가 향후 실현될 민족미술에 대한 이상적 조감도를 목적으로 했기에 일제강점기 아래 누려보지 못한 자유를 마음껏 향유한 시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민족미술을 성취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는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극단적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옹호하는 경향과 순수 민족미술을 지지하는 경향 그리고 어떤 정치적 경향성도 표방하지 않으면서 전통적 미의식을 현대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경향 등이 혼재해 있었다. 또 정치적 견해에 따라 미술인들도 좌익과 우익, 그리고 중도로 나뉘어 이합집산화 되어 ‘민족미술의 구현’이라는 대명제를 제대로 발현시키지 못했다.
국전(國展)의 성립과 쇠퇴
광복 후의 한국 화단은 광복의 감격과 정치적 혼란, 그리고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기를 거쳤다. 국전은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된 1949년에 창설되어, 1981년 30회전을 마지막으로 폐지되었다. 그동안 동양화·서예·서양화·조각·공예·사진·건축 등 분야에 걸쳐 한국의 대표적인 화단의 등용문 구실을 하였다. 일제강점기의 조선미전의 형식과 제도를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많은 작가를 배출하고 미술에 대한 관심을 높여 대한민국 미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신인 작가 등용을 위한 공모전 외에도 초대작가전과 추천작가전을 혼합해 실시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전은 본래 취지였던 신인작가 부문보다 기성작가 부문이 비대해졌고,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1981년의 제30회를 끝으로 폐지된 후, 신인작가 발굴만을 담당하는 대한민국미술대전이 1982년에 창설되었으며, 기성작가를 위한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현대미술초대전을 통해 대체하였다.
초기 국전의 구상화 경향국전의 입선이나 특선에 따르는 명예는 많은 갈등과 잡음을 불러왔다. 심사위원 선정에서 특선작 선별에 이르기까지 ‘나누어 먹기’라는 불명예스러운 소문이 있었을 뿐 아니라, 서울대와 홍익대 미술대학의 경쟁의식이 시간이 갈수록 가시화되면서, ‘국전’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돼 갔다. 특히, 초기 국전의 경우 일제 시대에 활약했던 미술인들이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동양화부문에서는 고희동․김은호․이상범이, 서양화부문에서는 이종우․장발․김인승․도상봉 등이, 그리고 조각부문에서는 김경승․윤효중 등의 구상계열 위주의 작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였다. 실내나 야외정원에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여인, 노인을 그린 작품들이 당시 가장 무난하게 입선되거나 상을 받은 작품이었다.
추상화 경향의 확산과 ‘앵포르멜’
1950년대 말, 젊은 나이에 ‘정신적 공황상태’를 경험한 해방 이후 세대들은 구시대의 잔재를 답습하는 기성세대들에 의한 화단의 분위기에 허무와 분노를 느꼈고, 그것은 50년대 말 집단적 추상운동을 일으키는 배경이 되었다. 1957년을 기점으로, 모던아트협회, 창작미협, 신조형파, 백양회 등 많은 미술단체들이 결성되었다. 모던아트협회는 유영국, 정점식, 한묵, 문신, 정규, 김경, 박고석, 황염수 등 당시 분명한 재야적 의식을 가지고 결속한 양식적 모더니즘 작가들이 40대의 기성작가들로 그 변모를 보여주었다.
창작미협은 국전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서정적 반추상 내지 추상적 양식화를 시도하던 작가들로 이봉상, 유경채, 고화음, 박항섭, 박창돈, 황유엽, 홍종명 등이 있다. 신조형파는 화가와 건축가 디자이너들의 구성체로 바우하우스의 이념의 구현이라는 종합적인 조형운동을 지향하던 단체로서 변희천, 조병현, 김관현, 이상순, 손계풍, 변영원, 이철이, 황규백 등으로 출발하여 김영환, 김충선, 정건모, 이철, 이상욱 등으로 결성 되었으나 59년 3회전으로 단명하였다.
가장 전위적으로 미술이념과 행동윤리를 결합시키고 있던 그룹은 현대미협이었다. 이 그룹은 김창렬, 하인두, 박서보, 장성순, 나병재, 조용익 등이 참여했고, 58년 4회전부터는 ‘앵포르멜’이라는 분명한 조형이념을 내비치면서 성장하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저항적 아방가르드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시작한 추상표현주의 운동은 1960년 4.19혁명과 함께 등장한 제2세대들에 의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4.19혁명의 기세를 타고 60년 10월 덕수궁 담벼락에 500호, 1000호 크기의 추상화 캔버스들이 등장했던 것이다. 이들은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로 당시 미술대학의 분위기가 추상일도로 변해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렇게 추상표현주의의 열풍은 60년대에 오면서 벽전과 60년 미협, 악투엘로 이어져 전체화단의 지배적인 흐름이 되었다.
뮤움 미술사연구팀 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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