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상자-아트스타2017 Ver.3 권효정
2017.06.09 ▶ 2017.08.06
2017.06.09 ▶ 2017.08.06
권효정
Oasis : Fountain of life 혼합매체, 4.4x4.4x3m, 2017
권효정
Oasis : Fountain of life 혼합매체, 4.4x4.4x3m, 2017
권효정
Oasis : Fountain of life 혼합매체, 4.4x4.4x3m, 2017
권효정
Oasis : Fountain of life 혼합매체, 4.4x4.4x3m, 2017
SO, HAPPY TOGETHER
무더위가 찾아왔다. 태양 아래 도시는 뜨거워진다. 그 열기를 뚫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물소리가 들린다. 콘크리트로 숨막히는 도시 한 켠을 단번에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바꾸는 마법, 분수다. 화이트큐브 갤러리에 초원을 달려야 할 말들을 풀어놓았던 아르테 포베라의 야니스 쿠넬리스(Jannis Kounellis, 1936-2017)처럼 거리에 있어야 할 분수가 유리상자에 자리를 잡고 물을 뿜고 있다. 그것도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샤워꼭지, 서랍장, 드럼통, 물놀이 튜브로 만든 분수다. 이 쾌활한 분수는 왜 여기서 물을 뿜고 있을까?
아버지의 시간으로부터
“매일 새벽 3시,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 소리와 함께 거실 불이 켜진다. 양치질 소리는 아버지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버지는 시장에 멸치를 파셨다. 23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울리던 새벽 3시의 알람 소리와 아버지에게 깊이 배어있던 멸치 냄새로 나는 그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늘 아버지의 책임감과 인내심을 배우고 싶었다.”
권효정의 작가노트에서 발췌한 위의 글은 그녀의 예술의지의 시작을 짐작하게 한다. 권효정의 작업에는 아버지로부터 배운 책임감과 성실이 배어있다. 이는 우리가 권효정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알아야 할 중요한 태도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마주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예술가로서 아버지처럼 성실하게 표현하고 전달하겠다는 진지한 태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권효정은 초기에 보편적이지만 쉽지 않은 주제인 시간을 다룬다. 현대미술에서 시간은 핵심적인 주제지만, 접근 전략에 있어서는 각양각색이고 방대하다. 권효정은 수많은 시계의 무브먼트가 움직이는 장면을 연출하여 관람자에게 시간의 흐름을 상기시키거나, 잔디 혹은 장미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들면서 드러나는 이미지 변화를 통해 시간을 재현하는 전략을 썼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의 유한성과 허무함을 경고하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덧없음을 뜻하는 바니타스(vanitas)가 작업의 또 다른 주제가 된다. 알다시피 바니타스는 인생의 허무함을 말하는 용어지만, 그 이면에는 현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권효정은 바니타스의 이면에 주목하여 “현재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 안에 작가적 정체성을 찾는다. 이러한 현재에 대한 성찰은 공존, 연결, 관계와 같은 범주로 확장되어, 사람들과 함께 고로케를 튀겨서 먹는 퍼포먼스 <크로켓(P. R. Croquette)>(2012), 수백 명의 손을 석고로 떠낸
발견된 오브제의 노래
권효정은 다양한 사물과 기계장치를 이용한 설치, 영상 그리고 드로잉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기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문제를 푼다. 작가는 전국에서 생산되는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들고 나는 대구의 서문시장 한복판에서 성장했다. 그 사용처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물들이 내뿜는 아우라, 산처럼 쌓인 물건들이 주는 압도감은 작가의 원감각으로 기능한다. 일상을 구성하는 사소한 사물들은 권효정의 감각적 선택을 통해 새로운 얼굴로 등장한다.
분수를 만들기 위해 동원한 사물 역시 우리가 일상에서 한번쯤 보았던 사물이다. 그러나 분수를 구성하는 사물로는 전혀 쓰일 것 같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낯선 구조물과 대면한다. 우리의 기대를 벗어난 이질적 대상의 병치로 만들어진 낯선 구조물은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오브제 작업처럼 새로운 경험의 통로를 연다. 분수를 이루는 각각의 사물은 권효정의 선택을 받아 재정의 되면서 사물 자체에 내재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회를 가진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물의 평범함, 그 평범함에 가려져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부드러운 물의 힘, 물의 색, 그리고 물의 소리를 권효정의 분수를 통해 새롭게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호모 데우스(Homo Deus)의 시대, 죽음조차 비웃어 넘기는 세태 속에서 권효정은 시간/바니타스/관계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그리고 다양한 오브제의 감각적 조합으로 매체 특유의 내적 공명들 위에 자신의 의지를 실어 발랄하게 전한다.
내일이 소거되어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시대 속에서 무겁지만 무겁지 않게 그리고 성실하게 나아가는 권효정의 아직 오지 않은 미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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