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 팜 Organic Farm
2017.07.13 ▶ 2017.08.27
2017.07.13 ▶ 2017.08.27
장종완
그가 말하니 모두들 잠잠해졌다 He Spoke and All was Still Oil painting on deer skin, 110x155 cm, 2015
장종완
어딘가 다른 곳에서 In some other place 인조 얼룩말 러그 위에 유화 oil painting on fake zebra rug, 150x235cm,2016
장종완
장종완, 고독한 양치기의 노래 The song of lonely Shepherd, 여우목도리, 나무피리 fox scarf wood pipe, 35x90x19cm, 2017 (detail)
장종완
장종완, 냄새 Smell 2017, 단채널영상 Single channel video, 16.9, Stereo sound
장종완
장종완, 제 말 좀 끝까지 들어 보세요 Please Wait until I have Finished 2017, Oil painting on torn linen with cow hide rug, wood and resin, Painting 130.3x194cm, Cow hide rug 172x151cm
장종완
Organic Farm_지하1층_정면 인스톨
장종완
Organic Farm_1층_인스톨
장종완
Organic Farm_지하1층_전체 인스톨
무한한 빛을 받지 않는 짐승은 없다
이성휘 (하이트컬렉션 큐레이터)
장종완은 회화, 드로잉, 애니메이션 등 평면에 기반을 둔 작업을 전개해왔다. 2011년에 연 첫 개인전에서 유토피아적인 풍경이나 천국의 이미지가 약속하는 이상적 세계에 대한 믿음과 불안, 이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는 회화를 선보인 이래로, 작가의 관심은 주로 다수의 맹목적인 믿음이 만들어낸 신기루 같은 환상에 주목하고 이를 작업을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장종완은 불안, 환상, 구원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를 토대로 하여 지난 6년 간 수집해 온 동물가죽 위에 그린 회화들과, 드로잉을 연결해 무빙 이미지로 만든 영상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작업 전반에서 자연과 동물이 서사를 주도하며 생명에 대한 인간의 이기심을 상기시키는데, 《오가닉 팜》이라는 전시제목 역시 생명에 대한 인간의 헛된 환상을 지적하고 있다.
작가는 불안, 환상, 구원을 인간사에서 주요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굴레로 보는데, 인간이 불안을 느끼게 되면 이를 마취시켜줄 환상을 찾게 되고 그 속에서 안락함이나 구원을 갈구하고자 하는 불완전한 모습에 흥미를 느낀다. 작가가 지적하는 이 굴레는 인간의 유토피아에 대한 허망한 상상이나 독재국가에서 횡행하는 통치자에 대한 신격화와도 맞물려 있고,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온 수많은 분쟁이나 전쟁이 발발하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에게 이러한 감정의 굴레가 있지 않았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종교들이 인간의 역사에 이토록 영향력을 끼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21세기 들어 주요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식품의약산업 역시 건강이나 친환경, 유기농과 같은 말을 내세우면서 생명과 질병에 대해 그럴듯하게 호언장담 하고, 인간으로 하여금 미지의 질병을 극복하여 무병장수를 꿈꾸게 한다. 그러나 불안은 영혼을 잠식시킨다고 하였던가? 우리는 이 모든 무지한 세계에 대한 불안감을 맹목적인 믿음을 통해서 또 한번 떨쳐내려 애쓰는 것이 아닐까?
우선 정체를 모르는 것을 마주 했거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낌새를 눈치챘을 때 우리는 어떠한가? 장종완이 색연필 드로잉을 연결하여 무빙 이미지로 만든 <냄새>(2017)는 마치 TV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에서 봤을 법한 초원의 동물이 등장한다. 우리는 동물이 적의 낌새를 눈치 채고 경계 태세를 갖추거나 적의 공격을 피해 사력을 다해 도망치는 모습을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익숙하게 보아왔다. <냄새> 영상에서도 이 전형적인 장면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서 겁에 질린 얼굴로 도망치는 존재는 언뜻 고릴라 정도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인간 자신의 모습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상 내내 정체를 모르는 것에 대한 경계심으로 순간 정지한 동물들, 이들은 모든 감각을 곧추세워 주위를 살피다가 점점 엄습하는 기운에 마침내 공포에 질려 사력을 다해 뛴다. 도망치는 일에는 몸집이 크든 작든, 새, 뱀, 쇠똥구리, 사자 할 것 없다. 영상의 절정은 패닉 상태의 유인원 얼굴이 화면을 채울 때다. 작가는 이전 그림들에서 종종 인간 대신 유인원을 등장시켜 인간의 진보에 대한 믿음을 무력화시키곤 했는데, 이 영상에서도 텅 빈 눈과 공포에 질린 얼굴이 우리 인간 그 자체다. 이 공포에 질린 얼굴이 더이상 생경하지 않은데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의 일상에 이러한 불안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리라. 특히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서 살짝 보여주는 연기와 액체 이미지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 공기나 물에 의해 쉽게 전파되는 질병에 대한 불안을 상기시킨다.
<이상한 돌>(2012)은 신앙이나 사상, 과학기술 등 정신적 또는 문화적 전파에 대한 환상에 더 가까운데, 불가사의한 힘이 만드는 기적과 그것에 매료된 자연을 보여준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나오는 모노리스처럼 어느날 우주로부터 이상한 돌이 출현하였다. 어둠속에 있던 동물들은 처음에는 경계하다가 어느 순간 돌이 행하는 기적에 도취 된다. 동식물의 왕성한 번식, 그리고 어느새 인간처럼 직립하게 된 동물들, 이 모두가 기적이 행한 일들이다. 그러나 많은 우화가 교훈을 주듯이 <이상한 돌> 역시 기적에 쉽게 도취되지 말 것을 경고한다. 돌의 신비한 능력을 보여주듯 표면 구멍에서 나온 인간의 실루엣 같은 것들이 퍼져나가며 우주를 채우고 수려한 형상을 만들어나가지만 이것은 마치 오늘날 지구상 곳곳에서 방사능이 일으킨 자연의 돌연변이와도 같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250km>(2012)는 제목이 지시하는 숫자, 쌍안경, 소초 등 몇가지 요소들 인해 영상의 배경이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휴전선임을 유추할 수 있다. 쌍안경으로 살펴보는 험준한 산들은 DMZ의 여느 풍경처럼 보인다. 그 풍경의 어둠 속에서 적외선 카메라에 감지된 생명체들이 움직인다. 손을 흔드는 사람, 우리는 그 손이 환영의 손인지 도움을 바라는 손인지 알 수 없다. 매복했다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사람.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그리고 상서로운 불빛이 먼 산 정상에서 깜박일 때 갑자기 나뭇가지에서 알 하나가 떨어진다. 공중에서 툭 떨어진 알에서 사람이 걸어나오고, 이 사람이 향하는 곳에는 산비탈을 따라가는 행렬과 어떤 희생이 암시된다. 이 사람이 무기로 내리치는 대상이 뭔지는 알 수가 없다. 반복되는 행위가 폭력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좌에서 우로 흐르는 이 영상은 이윽고 연못 한가운데서 만나 죽어가는 두 인물과 핏물이 흐르는 누각을 보여줌으로써 계속되는 어떤 희생과 비극을 암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이어 등장하는 ‘안녕하세요’, ‘우리는 행복해요’라는 문구는 모순의 극치다. 여기까지의 영상의 내용은 쌍안경으로 염탐하듯 바라본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 이 모든 광경을 비밀스럽게 보고 있는 나를 지켜본 상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안전했던 것일까? 불안과 공포가 순식간에 증폭되어 버린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장종완은 수십 점의 동물가죽 회화를 선보인다. 토끼, 소, 양, 사슴 등 동물의 가죽 위에 오일, 아크릴로 그린 그림이다. 그는 어린 시절 주변에서 해외에서 기념품으로 구입한 동물가죽 카펫을 접하곤 했는데 자신의 집에도 이런 카펫이 있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자 카펫이 방치되는 것을 본 장종완은 이 동물가죽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충동이 들었고, 처음에는 실제 가죽에 그리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쓰다 버리거나 방치한 카펫을 재활용하는 것인 만큼 곧 실제가죽과 인조가죽을 구분하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막상 가죽 위에 그리기 시작한 이상 실제가죽이냐 인조가죽이냐 하는 문제보다는 카펫이 동물의 피부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즐거운 나의 집>(2016)을 한번 살펴보자. 소가죽 위에 그린 이 그림은 같은 제목의 색연필 드로잉이 한 점 더 존재한다. 두 그림은 각기 유화, 색연필 드로잉이지만 거의 복사한 것처럼 보일 만큼 구도와 내용이 똑같다. 둘 다 초록 언덕 위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규칙적으로 나열되어 있는데 그 풍경이 평화스럽기까지 하다. 그나마 차이라면 가죽 그림에는 밤하늘이 펼쳐져 있다는 것뿐이다. 두 그림은 사실 소를 넓은 목초지에 방목하지 않고 육류의 대량생산을 위해 좁은 곳에 가두어 키우는 것을 비판한다. 이 점은 가죽 위에 그린 그림에서 좀더 강조가 되는데, 소가죽 위에 소 사육장을 그려놓고 이를 <즐거운 나의 집>이라고 하는 아이러니 때문이다. 반면, 색연필 드로잉은 심리적 측면이 강한데, 건식 재료의 부슬부슬한 질감은 신기루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며 형광톤 색채는 이 평화로운 풍경을 의심하라는 힌트 같다.
작가가 사용한 인조가죽은 표면 질감을 흉내 낸 것에 그치지 않고 한결 같이 동물 형상의 외곽선으로 재단이 되어 있다. 특정 동물을 지칭한 것도 있으나, 세 점의 <징후> 시리즈(2017)처럼 막연하게 동물 느낌으로 외곽선을 뜬 것도 있다. 아마도 이 인조가죽 카펫을 만든 사람들에게는 가죽의 질감뿐만 아니라 이 가죽이 동물에서 기원했다는, 즉 동물성을 부여하는 것이 꽤나 중요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점 때문에 작가로서는 그림의 서포트가 되는 가죽이 실제 가죽이든 인조 가죽이든 중요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동물가죽의 운명이 회화라고 하는 인간이 세운 벽에 걸려야 하는 운명으로 다시 탄생한다고 한다면 우리는 어떤 시험대 위에 서는 걸까? 아마도 장종완은 우선적으로 이들을 위로하는 것을 택한 것 같다. 그의 동물가죽 작업들 중에는 고독한 양치기라고 불리우는 피리 부는 여우가 두 번 등장한다. 첫 번째는 토끼 가죽 위에 그린 그림으로, 두 번째는 여우 목도리로. 가죽만 남은 수십 마리의 동물들 앞에서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는 여우 역시 가죽만 남아 있는 상태다. 작가는 가죽만 남은 동물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인간이 아닌 여우에게 부여했다. 그가 보는 인간은 여전히 전능한 힘에 의존하려는 미약한 존재이며 이 힘에 의해 언제든지 유인원과 진배 없는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그가 보는 인간은 여전히 인간 중심인 이상 세계에 빠져 있으며, 동물은 인간이 꿈꾸는 이상 세계를 향해 “제 말 좀 끝까지 들어 보세요”라고 절규한다. 그러나 “무한한 빛을 받지 않는 짐승은 없다. 비열하고 추잡한 시선도,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격렬한 저 멀리의 태양빛이 어루만지지 않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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