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궁 (Palace of Seoul)
2017.08.15 ▶ 2017.08.30
2017.08.15 ▶ 2017.08.30
성태훈
날아라 닭 72.5x100cm, 한지에 수묵담채, 2017
이여운
monument1서울역 캔버스천에 수묵, 97x145cm
진리바
진리바_不遠復 화선지에 수묵, 34x73cm, 2017
곽수연
presentⅠ(봉황문 인문보) 91x72cm
박능생
붉은 산수(경복궁) 화선지에 홍묵 수묵, 150x216cmx2ea, 2016~2017
김정란
봄의 정원을 거닐다 비단에 채색&프린팅 배접, 120x114cm, 2017
경복궁을 위시한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 등 서울의 궁은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관광지인 동시에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 받고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졌고 서울의 궁은 이들의 필수 여행코스가 되었다.
근 현대 모진 역사의 아픔을 견딘 서울의 궁은 옛 모습이 완벽하게 남아있지 않다. 경복궁의 경우는 광복 당시 옛 모습이 10%도 남아있지 않았었고, 경희궁은 겨우 터만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이니 잔존하는 궁의 모습을 통해 민족의 아픔도 고스란히 반영 되는 듯하다. 그나마 창경궁의 경우는 일부 건축물의 훼손은 있으나 비교적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라 있는데, 이것으로 우리 옛 궁의 분위기를 기억할 수 있을 뿐이다.
서울의 궁은 현대에도 중요한 장소에 위치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서울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고, 청와대와 인근 해 있는 탓에 최근 서울의 궁 주변은 크고 작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이 주변은 역사를 변화시킨 중요한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 ‘서울의 궁’이 작가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그 동안 한국적인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들에게 ‘서울의 궁’이라는 모티브에 대한 해석이 요구되었다. 이들은 이미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멈출 수 없는 창작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하고 탐험하는 자세로 새로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작가적 과제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미 창작된 작품으로 전시장을 디스플레이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지고 생각을 나누며 자신의 창작 영역을 확장하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그 동안 자신의 틀 안에서 멈추어졌던 사고의 중심을 다른 각도로 이동할 수 있는 계기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작가들 스스로도 의미 있는 시간들 이었다는 고백을 하고 있다. 8개월 여 시간 동안 한 전시를 위해 생각을 모아왔던 작가들의 관심과 열정에 깊은 감사를 보내며 그런 점에서 더욱 뜻 깊은 전시이기를 기대해 본다.
곽수연 작가는 화려한 색채와 상징적인 물건들로 궁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왕실의 존엄과 품격을 나타내는 왕권의 상징물들 중 하나인 보자기는 ‘복(福)’을 쌓아둔다는 의미에서 상징적이며, 물건을 소중히 다룬다는 의미로 정성과 예의를 표현하는 물건이다. 또 웅장하고 의리의리 하지 않은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소박하며 실용적인 우리민족의 정서를 반영해 주는 물건이기도 하다. 한국 전통의 회화인 민화에서 영감을 얻어 민화적 표현법으로 현대 기물과 애완견 등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곽수연 작가는 이번 작품
김정란 작가는 섬세한 필치로 주로 인물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한복 입은 여학생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고궁과 서울 시내 한복판을 휩쓸고 다니는 한류 풍속을 사진과 세필이라는 극단적인 매체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겨울부터 시작된 광화문 일대의 집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녀들의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낮에는 한복을 팔랑거리며, 밤에는 촛불을 들고 이 주변을 맴도는 소녀들의 모습이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최근 김정란 작가의 작업은 그림의 주제인 인물을 비단에 세필로 묘사하고 배경은 사진을 포토샵 처리하여 레이어 하는 작업과정을 거친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이미지인 사진이라는 매체와 한 달 여 정성을 기우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묘사하는 그림이라는 매체 사이에서 고민하는 과정이다. 사진의 발명 이후 ‘회화의 종말’ (Paul Delaroche, 1797~1856, 프랑스)이라는 화두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그림에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다.
박능생 작가가 바라보는 ‘서울의 궁’은 붉은 산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 <붉은 산수-경복궁>에서 경복궁 뒤쪽으로 북악산으로 보이는 산은 전통적인 수묵이나, 보편적 인식의 푸른색 산이 아닌 붉은 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 위에 하얗게 흘러내리는 물줄기, 또 그로 인해 하얗게 묻혀버린 경복궁의 모습은 정체성 모호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박능생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장소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가 다니는 곳은 언제나 그림의 소재가 되고 있다. 남산을 비롯하여 서울시내 곳곳을 대작으로 표현해 왔던 박 작가가 붉은 북악산 배경의 경복궁을 216cm의 대작으로 표현하고 있다. 궁을 하얗게 덮은 붉은 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색 줄기는 미처 삼키지 못하고 뱉어낸 가슴 아픈 역사처럼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성태훈 작가는 ‘날아라 닭’ 시리즈를 통해 관습화된 사회적 틀 안에서 규격화된 모습이 마치 본성인 양 살아가고 있는 현 시대를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한동안 볼 수 있었던 그의 옻칠 작업은 무수한 실험과 실패를 통해 얻어낸 그만의 독특한 표현 양식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날아라 닭>은 다시 과거의 필법을 회상시킨다. 그다지 낮아 보이지 않은 담장 위로 어미닭의 뒤를 쫒아 병아리들이 날고 있다. 이들 무리는 잠시 펄떡거리는 일회성 동작이 아니라 익숙한 비행자세로 제법 높이 날아오르고 있다. 어쩌면 닭들은 날지 못하도록 훈련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엄격한 궁중의 법도를 무시한 채 담장 너머로 날아오르는 닭의 이미지는 성태훈 작가 자신의 소망이자 인간 본연의 무의식적 열망으로도 보인다. 그의 익숙한 붓놀림 역시 그 동안 색으로, 무게감으로 치장했던 옻칠화 와는 달리 자유를 갈망하는 닭의 날갯짓처럼 가볍고 익숙하고 경쾌하게 느껴진다.
이여운 작가가 바라보는 ‘서울의 궁’은 역사의식을 담고 있다. 주로 잘 정돈된 상품처럼 깨끗한 이미지의 건축물들을 표현하였던 이여운 작가의 기존 작품과는 달리, 광화문을 중심으로 역사를 간직한 채 혼재되어 있는 사대문과 조선의 궁들 사이로 과거를 묻어버린 채 세워진 근대 건축물들의 흔들리는 이미지를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담아내고 했다. 조선의 역사를 단절시키기 위해 지어졌던 건축물. 그리고 현재 그 용도와는 달리 다른 목적을 수행하고 있는 건축물들을 통해 그녀가 표현해 내고 싶었던 것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서울의 궁’을 생각하며 아픈 역사의 흔적들을 간접적으로 우회하여 표현한 건축물의 흔들리는 이미지들은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어버리는 역사의식의 비판이자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결코 과거는 없었다는 듯 살아가고 있는 과거와의 단절을 표현해 낸 것으로 보인다.
진리바 작가는 작품은 사실적이기 보다는 관념화에 가깝다. 그녀가 표현해 내는 장소들은 사람의 눈이나 카메라 앵글에 잡히는 장소가 아니다. 과거 진경산수 속에 포착된 자연과 더불어 현재의 도시풍경, 또 그와 어우러진 궁의 모습을 그녀만의 화면 속에 재건하고 있다. <不遠復 Ⅹ>는 전통 산수의 이미지와 현대적 도시 이미지를 적절히 관념화 시킨 그림이다. 멀리 원경은 서울의 상징물과도 같은 남산타워가 위치하고 있고 중경에는 서울 한복판의 건물들과 궁의 이미지, 그리고 가까운 근경에는 소시민들이 살 것 같은 주거지가 보인다. 이미 사라진 자리에 다시 도래하는 공간을 만들고 오늘의 풍경이 이전의 풍경의 근거해서 다시 살아나게 하는 표현법은 과거 산수화를 통해 와유(臥遊)하려 했던 선비들 이상의 재현이 아닐까?
1977년 출생
1973년 출생
1968년 출생
1971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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