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민화에 스미다
2017.10.28 ▶ 2017.11.10
2017.10.28 ▶ 2017.11.10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캔버스에 유채_162.2×97cm_2017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캔버스에 유채_162.2×97cm_2017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 인왕제색도 캔버스에 유채_91×91cm_2017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 금강전도 캔버스에 유채_60.6×60.6cm_2017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캔버스에 유채_60.6×60.6cm_2017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 복온공주활옷 캔버스에 유채_65.1×90.9cm_2017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캔버스에 유채_80.3×80.3cm_2017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17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16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캔버스, 나무에 유채_41×37cm_2016
김시현-보자기, 이데아와 메타포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근작 ‘기사단장 죽이기’는 화가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하루키 소설답게 현실과 판타지가 버무려져 특별한 상상 공간을 보여준다. 화가가 주인공이어서인지 이 소설에는 그림이 중요한 연결 고리로 작용한다. 작가의 생각을 대신해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펼치는 촉매제다.
예술의 주제와 표현하는 형식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도 담겨 있다. 이는 ‘현현하는 이데아’와 ‘전이하는 메타포’를 부제로 붙인 작가의 의도에서도 드러난다. 이데아는 작가가 말하고 싶은 내용으로 작품의 주제다. 이를 전달하는 것이 메타포다. 작가의 생각을 담은 이데아는 작품에서 끊임없이 나타나지만 콕 집어내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접근하기 쉽게 안내하는 것이 메타포다. 메타포는 상황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독자는 이를 따라가며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게 예술을 즐기게 되는 이유다.
사람들의 생각은 메타포 없이도 전달된다. 오히려 더 명확하게 보인다. 신문 기사가 그렇다. 그러나 여기에는 울림이 없다. 사실만 알 뿐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메타포가 필요한 것은 생각을 입체적으로 전달해 공감을 얻고 오래도록 가슴에 새기기 위함이다. 메타포의 적절한 활용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이유다. 세상의 모든 예술 작품에는 메타포가 들어 있고, 명작일수록 기발한 메타포가 존재한다.
김시현의 작품에도 뛰어난 메타포가 등장한다. 그가 선택한 메타포는 친근하면서도 변신이 가능하다.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에 따라 모습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시현은 보자기를 그린다. 솜씨 좋게 잘 그린 보자기는 화려하기까지 하다. 그림에 등장하는 보자기는 무언가를 포장한 상태다. 보는 이들은 보자기의 사실감에 빠져들면서 보자기 안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한다. 작가의 생각이 감상자의 마음에 파종되기 시작한 셈이다.
어떤 생각일까. 보자기가 가진 인문학적 가능성이다. 김시현은 보자기의 다양성과 실용적 효용성에서 예술의 기능을 보았던 것이다. 여러 가지 가치와 사고, 세대별 편차가 공존하는 이 시대 예술의 정체성을 묻고 있다.
보자기에는 우선 물건을 포장하는 기능이 보인다. 내용물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부피와 형태를 달리한다. 모든 것을 품어 안는 포용성을 갖고 있다. 물건을 싸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머리에 쓰거나 목에 두를 수도 있고, 얼굴을 가리거나 쪽잠을 위해 이불처럼 덮을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상처를 위한 응급조치까지도 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쓰임새와 함께 은유적 표현에도 적합하다. 선물을 품위 있게 해주고 마음을 슬며시 보여주는데도 제격이다. 김시현이 보자기를 그리는 이유는 이 모든 것을 모두 담고 있다. 바로 보자기의 마음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보자기는 메타포인 동시에 이데아인 셈이다.
■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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