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Friendly Banter 친절한 농담
2017.11.03 ▶ 2017.11.21
2017.11.03 ▶ 2017.11.21
전시 포스터
우주에서 온 편지
우주는 질서의 또 다른 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질서의 의미와 원리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어찌되었든 우주는 질서를 기반으로 하는 균형이 있어야만 그 속에 살고 있는 행성들을 비롯한 다양한 존재들이 말 그대로 존재할 수 있다. 질서는 이분법적 논리에 의해 작동될 수도 있고, 다원적인 논리와 법칙으로 작동되는 경우도 있다. 우주의 질서는 지극히 다원적이다. 규칙적인 불규칙. 혹은 불규칙적인 규칙. 이것이야말로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는 가장 적당한 말 일 것이다. 그 작동의 에너지는 중력! 즉, 끌어당기는 힘이다. 이것은 공간과 시간을 만들기도 하고 없애기도 한다. 끌어당기는 힘은 인간 사이에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에너지다. 그 당기는 힘이 지향하는 곳이 달라서 서로 밀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인간들에게 작용하는 힘은 애초에 끌어 당기는 에너지가 원동력이다.
김대현 작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상적인 모양들에서 강력한 에너지의 근원을 찾는 작가다. 즉, 무엇이 그의 욕망을 끌어 당기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다. 그에게 성적 에너지는 육체와 정신을 관통하는 에너지면서 자신의 조형언어를 생성하는 원초적 에너지다. 작가가 집중하는 물건들 역시 그의 성적 에너지의 발현이다. 즉, 무엇인가로 향하는 지향적 형태와 모든 것을 흡수해 버릴 것 같은 구멍과 그릇과 같은 형태가 그것들이다. 결국 음과 양 또는 요와 철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것들이다. 이 역시 우주의 질서를 이루고 있는 끌어당기는 힘의 원천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김대현의 재료는 흙이다. 모든 성적 상징적 모양들을 가진 물건들을 흙으로 캐스팅하거나 직접 빚어서 굽는다. 태초에 남녀 모두 흙으로 빚어졌다고 했던 종교적 의미를 넘어 우리의 육체는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그가 흙을 선택한 이유는 무의식에서 비롯되었지만 어쩌면 죽음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해 진다는 사실에 입각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은 인간 그 자체로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그의 재료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 하다. 어쨌든 작가는 구운 흙에 색을 입히는 것 자체도 아예 흙에 염색을 해서 색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게 한다. 작가에 있어 흙은 인간의 원류이자 끝이다. 그리고 인간 그 자체 평등의 상징인 것이다.
김대현의 상징은 노골적이면서 은밀하다. 그 노골적이면서 은밀함의 조합은 마치 우주에서 온 연애편지 같다. 잔뜩 발기된 성기를 드러낸 인체 주변에는 패턴화된 상징물들이 규칙적으로 조합된다. 무엇인가에 속박되거나 반대로 풀려나거나 자신을 어루만져 주거나 반대로 찌르거나 하는 상징들이 규칙적으로 조합된다. 밧줄, 손, 부풀려진 원형, 무엇인가를 담는 그릇, 뾰족한 형태들... 성적 상상력이 극도로 자극된다. 이는 전혀 다른 느낌의 자극이다. 이 자극은 우리를 성별의 구별보다는 성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집중시킨다.
또한, 이 자극들은 우리로 하여금 우주에서 온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만든다. 과연 그가 전하는 편지는 연애편지일까 아니면 그저 그런 외계 생명체의 넋두리 일까. 성적 자극은 굉장히 육감적이긴 하지만 그 자극은 지난했던 사랑에 대한 갈등과 해소의 의미를 지닌 듯 하다. 어디까지나 사랑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행복한 사랑의 결과는 인류 전체를 감동시킬 수 있는 메시지로 확장된다. 또한, 사랑의 범위는 단순히 인간 대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시적 의미의 사랑은 인류와 자연 나아가 생명 그 자체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김대현이 전하는 메시지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작가 자신의 숙제로 남아있겠지만 그의 메시지는 우주의 질서 혹은 끌어당김의 에너지. 그 모든 것들은 조화로운 생명 그 자체인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 임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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