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Balance
2017.11.15 ▶ 2017.12.04
2017.11.15 ▶ 2017.12.04
전시 포스터
정해진
작업실의 손님들 Guests in the Studio 비단에 석채, 185×132cm, 2017
정해진
지위 status 비단에 석채, 42×52cm, 2017
정해진
Late Autumn 비단에 석채, 190×136cm, 2017
정해진
Trinity 비단에 석채, 지름 37cm, 2017
정해진
프시케의 균형 Balance of psyche 비단에 석채, 180×120cm, 2017
정해진
Balance 비단에 석채, 81×64cm, 2017
정해진
푸른 드레스의 지성 The Intellect in Blue Dress 비단에 석채, 105×85cm, 2017
정해진
Peace of Mara 비단에 석채, 180×120cm, 180×80cm, 2017
변화의 중심에 있는 여성의 시각
세계곳곳의 유수한 미술관과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명화는 그 이름 자체만으로 거대한 힘과 감동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명화의 전개는 그 시대적 상황과 배경, 작가적 조형성을 바탕으로 그 당시 시대상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명화를 통해 그 시대의 개념과 삶, 관계, 추구하는 방향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명작이 주는 힘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력을 발휘하여 현대미술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작가적 개성과 조형성을 좀 더 확장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예술문화는 그 시대적 환경과 사회를 기본으로 변화해 왔으며, 현재에 이르러 다양성의 범위는 표현형식의 무제한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현대 작가들이 명작을 바탕으로 오마쥬를 하거나 패러디, 풍자, 변화를 거쳐 또 다른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하고 있다.
정해진 작가는 서양의 명화에 한국전통 고려불화의 제작기법을 도입하여 재료와 기법의 오묘한 차이를 서양명화에 완벽한 시각예술로 구현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명화 그대로의 표현보다는 작가의 언어인 '호피'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다. 명화 곳곳에 표현된 호피는 한국전통에서 무인의 강인함을 배경으로 권력과 부를 과시하는 의미로도 쓰였으며, 작가는 호피명작을 통해 한국채색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서양명화의 캔버스는 비단이 되고, 명화의 채색은 한국전통 채색재료인 아교를 사용한 진채법을 사용하여 새로운 작가만의 명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진채란 조선시대 궁중화가들이 그린 채색화를 일컫는 말이며, 보석을 갈아 만든 광물성 안료를 사용하여 종이나 비단에 그리던 화려한 그림이다. 진채는 고대 고분벽화는 물론 불화, 초상화, 궁중기록화 등의 그림에서 특징을 잘 볼 수 있으며, 한국 그림의 가장 근원적인 기법이자 아름다운 전통이다. 작가 특유의 접근방식으로 서양명화는 미적 감각을 기본으로 위트, 풍자, 상징적 의미를 담아 한국 진채의 화려함과 동양적 미감으로 재탄생 되었으며, 이런 동양적 기법이 서양화에 응용하여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전통채색기법이 서양 채색방식과 정신에 비해 그 우수성이 다르지 않음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작업이 선묘가 중심인 르네상스 호피명작위주였다면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명화시리즈는 여성 변화의 중심을 이야기 하고 있다. 많은 명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현대 여성과의 변화, 관계, 역할 등에 대해 작가는 새로운 삶을 명화 속 여성에게 부여해 주었다.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중심의 명화 속 여성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기존의 삶이 아닌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여성의 지위와 역할의 변화를 작가의 장치적 요소를 넣어 새롭게 해석, 의미를 이끌어 내었으며, 명작 재현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새로운 연출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명화 속 여성들이 현대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며, 어떻게 자신을 이끌 수 있는지를 작가는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명화 속 여성들이 보여주는 극명한 삶은 벨라스케스의 마르가리타 테레사 초상이 대표적이다. 스물 두 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마르가리타는 태어나면서 정략혼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 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성장 모습을 초상화로 그려 오스트리아 문중에 보내져야 했다. 공주로서 왕후가 될 준비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는 작가의 개념을 명화 곳곳에 넣어 새로운 역할, 의미부여를 통해 여성의 삶과 주변의 변화, 어떠한 감정들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변화시켰다.
또한 말의 의기양양하고 진취적인 모습이 표현된 명화는 왕이나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작가는 그 당시 명화에 대항 하듯 벨라스케스 「Queen Margarita de Austria on Horseback」에 강인하고 역동적인 말을 표현함으로써 여왕의 지위와 권위, 힘의 권력, 과거와 현재의 변화, 더 나아가 중년여성으로서 새로운 도약을 표현함으로써 신여성의 모습을 말의 기운찬 기상으로 나타내었다. 현대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명화 속 여성들에게 대변하면서 작가 또한 여성이므로 그 삶과 운명이 다르지 않음을 교감하고자 하였다. 작가가 표현한 여성들은 그 당시 화가와 다른 개념, 다른 사상을 가졌다 하더라도 동서양의 여성들이 가졌던 사고와 불평등은 현재에 이르러 많은 변화와 관계로 밸런스(Balance)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파엘로(Raffaello Sanzio)의 「The Three Graces」를 보라, 각각 정숙·청순·사랑을 상징하고 있는 세 여인은 「Trinity」란 제목아래, 각각의 인종으로 변화했으며, 들고 있는 색깔 별 호피사과는 우울·짜증·고통이라는 개별적 성향과 의미를 가지고 성격 또한 다르지만 조화를 이룰 때 모든 게 균형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듯 작가는 많은 여성의 모습에서 현재 여성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현실의 세태를 진지하게 때로는 위트 있게 표현함으로써 우리사회 여성들의 변화를 명화방식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과거에 명화 속 여성들의 역할과 의미가 부정적이나 위축된 것이었다면, 작가의 명화 속 여성들은 독립적이며, 당당하고, 운명에 맞서는 여성으로 새롭게 재해석되어 과거의 여성에게 현재의 밸런스를 전달하였다. 작가의 명화 속에 표현된 요소와 장치를 발견하여 새로운 의미부여를 느끼는 것도 이번 전시의 묘미일 것이다. ■ 심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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