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fined Scene 공리(公理)적 풍경

2010.03.31 ▶ 2010.04.25

성곡미술관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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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0-03-30 1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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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포자(The spore)1 Oil on canvas, 162X130 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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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포자(The spore)2 Oil on canvas, 162X130 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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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포자(The spore)3 Oil on canvas, 130X130 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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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미궁(The labyrinth) Oil on canvas, 162X130 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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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My favorite landscape oil on canvas, 132X132 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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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First thinking after breath Oil on canvas, 117X91 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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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포자(The spore)5 Oil on canvas, 162X130 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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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First breath after thinking Oil on canvas, 162X130 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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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Reversable fear Oil on canvas, 194X130 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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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The way what through deep inside Oil on canvas, 110X110 cm, 2009

  • Press Release

    공리(公理)적 풍경 Undefined Scene
    * 공리(公理, Axiom) : 하나의 이론에서 증명 없이 바르다고 하는 명제, 즉 조건 없이 전제된 명제를 말함.
    수학에서는 이론의 기초로서 가정한 명제를 그 이론의 공리라고 함.

    작가 이주형은 머리카락을 그린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스스로의 뒷통수를 그린다. 결 따라 집요하게 그리고 또 그려진 머리카락들은 다발들, 즉 일련의 개체군들을 만들며 증식하고 있다. 우리는 생각지도 않은 배신이나 충격을 당했을 때 흔히 뒷통수를 맞는다란 표현을 쓴다. 이처럼 뒷통수란 눈의 반대편에 달려있기에 스스로는 절대로 직접 볼 수 없는 미지의 장소라 할 수 있다. 분명 스스로의 신체이지만 아무리 돌아보려 노력해도 볼 수 없는 부분인 동시에 또한 나의 눈으로는 보지 못했지만 어떠한 증명도 필요 없이 분명히 그것이 존재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각의 캔버스를 기초로 시작되는 이주형의 작업은 무한의 공간으로 확장하듯 여백의 미를 보여주는 흰 배경과 세밀하게 그려진 대상 즉, 검은 부분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심플한 단색의 배경과 밀도 높게 묘사된 대상이 주는 깊이감은 서로를 긴장시키며 관람객의 눈을 화폭에서 뗄 수 없게 만든다.

    미대를 졸업하기까지 약 10년을 교육받고 그림을 그려왔지만, 고전미술은 알듯해도 동시대 미술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막막해진 그는 한동안 작업을 포기한다. 단지 돈을 벌기위해 회사원이 된 그는 3년만의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단지 무언가를 그리고 싶다는 욕망하나로 다시금 작업을 시작한다. 빈 캔버스를 마주한 그는 무엇을 그려야할지 고민 끝에 작가 자신의 내면에 솔직해지는 방법을 택한다. 즉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실낱같았던 그 무엇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미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다소 원론적인 질문은 그를 조형의 가장 기본요소라 할 수 있는 점, 선, 면의 연구로 되돌아가게 했다. 가장 잘 알려진 칸딘스키의 점, 선, 면의 정의에 동의할 수 없다는 그는 조형요소로서의 점과 면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면은 점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따라서 그는 기본적인 조형요소는 면과 선 두 가지라 생각하며, 이때의 선은 면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확장되는 것이라 말한다.

    이처럼 조형의 형식에 대한 그의 고민들은 첫 개인전인 모드(Mode), 두 번째 개인전인 무정의술어(Undefined Term), 세 번째 개인전인 이름(Name)을 통해 잘 드러난다. 두 번째 개인전에서 그는 점과 면을, 세 번째 개인전에서는 선을 연구했다. 무정의 술어(無定義述語)란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지 않고 그 성질을 공리로 규정하는 일종의 수학적 개념이다. 그리고 이름(Name)展에서의 가늘고 얕은 보라색의 선들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힘 있는 굵고 검은 선들은 화면에 리드미컬한 율동감을 부여한다. 마치 물속에 잠겨있는 머리카락과도 같이 손을 넣어 휘저으면 한웅 큼 건져 올려질듯 한 선들의 집적은 점점 덩어리감을 획득한 머리카락의 묘사로 이어진다.

    2009년부터 시작된 포자(The Spore)시리즈에서는 보다 내용적인 측면이 강조된다. 이 양감을 얻게 된 종(種)을 결정짓기 힘든 기이한 혼성체는 일련의 방향성을 갖고 세밀하게 묘사된 머리카락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데, 그는 작가의 뒷통수이자 머리카락으로 이루어진 이 덩어리를 ‘포자’라 정의한다. 포자란 무성적인 생식세포로 보통 홀씨라고도 하며, 다른 것과 결합하는 일 없이 단독으로 발아하여 새로운 개체가 되는 것이다.

    두말 할 나위 없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숨 막힐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된 머리카락들이다. 작가는 이것을 곧 ‘불안’이라고 설명한다. 성인이 되면 신체는 성장을 멈추지만 머리카락만은 계속해서 자라난다. 원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자라 온몸을 뒤덮는 머리카락은 곧 작가 내면에서 자라나는 두려움의 증식으로 연결된다. 생계에 대한 두려움, 작업에 대한 두려움, 관계에 대한 두려움 등 이 복합적인 혼합물은 조금씩 그 크기를 팽창시킨다. 휜 색의 배경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이 털 복숭이 개체는 삐죽삐죽 튀어나온 돌기를 갖거나,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내거나, 검은 균열들과 갈라진 틈을 통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공포감을 주거나 때로는 미궁(The Labyrinth, 2009)에서 알 수 있듯 입구도 출구도 없는 미로가 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자명하지만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기이한 풍경(Undefined Scene)을 만들어 낸다. 본인의 뒷모습에서 시작된 이미지는 이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장면이자 기묘한 풍경으로 읽힌다. 이 기괴하면서도 흥미로운 풍경들은 다분히 심리적, 정서적 풍경 즉 작가 내면에서 기인한 상상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어린왕자 The Little Prince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캐릭터의 등장인물들이 살고 있는 소행성과도같이 이주형이 만들어낸 친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은 자명하지만 정의내리기는 모호한 경계의 장면들이 된다. 시작과 끝, 안과 밖의 구분이 모호한 이주형의 소우주들은 특유의 깊은 공간감과 양감으로 부유하듯 허공에 홀로 떠서 관객들과 교감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풍경에서 공간 그 자체로 작품을 확장시킨다. 어두운 전시공간에서 집중된 조명을 받으며 마치 곧 발아라도 할 듯 설치된 개체들은 관람객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감싸고 있는 것인지 감싸인 것인지의 구별조차 모호한 형상들은 세부를 확장하여 검은 사각형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내부에서 빛을 내는 듯한 신비로운 푸른 물결을 이루기도 한다. 점차 형태역시 입방체(큐브)나 곧 부화하려는 듯한 알의 형태를 포함한다. 근작 배아(Embryo, 2010)에서 알 수 있듯 터질 듯 팽창한 혹은 갈라진 틈 속에서 앞으로 무엇이 새롭게 탄생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진섭

    전시제목Undefined Scene 공리(公理)적 풍경

    전시기간2010.03.31(수) - 2010.04.25(일)

    참여작가 이주형

    초대일시2010-03-30 17pm

    관람시간10:00am~18:00pm

    휴관일 월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

    연락처02-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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