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언의 작업에 관한 (2017년 12월 현재의) 미완성 메모
: 참조적 현대성의 향방에 관한 질문 몇 가지
임근준(미술·디자인 이론/역사 연구자)
하나. 차승언은, 예술적 가설(hypotheses)에 의해 전개되는 직조 행위/프로세스를 통해, 20세기 추상회화의 역사에 비평적으로 대응하는 21세기의 문제적 추상회화를 귀결시켜온, 참조적 현대성의 조형예술가다.
하나. 1999년 홍익대학교 섬유미술과를 졸업한 차승언은, 2002년 동대학 산업공예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2010년 시카고예술대학 회화과에서 석사학위를 추가 취득했다.
하나. 스튜디오 섬유공예의 세계에서 출발한 차승언은, 2010-2011년경, 설치미술의 문법을 통해 공예적 프로세스를 특정성(specificity)의 시공에 펼치는 단계로 나아갔다가, 2011-2012년, 공예적 프로세스를 통해 현대미술의 역사를 재해석-확장하는 길로 작업의 방향을 선회했다. 정반합(thesis-antithesis-synthesis)의 진로 변경이 이뤄졌던 셈.
하나. 2013년 나는, “메모: 미술가 차승언의 참조적 직조 회화”에서 이리 단언한 바 있다:
“차승언의 작업이 지니는 특징은, 직조 행위를 참조적 전유(referential appropriation) 삼아, 인용되는 것과 인용하는 주체 사이의 거리를 표지하고, 그를 통해 현상학적 현대성을 의태-갱신해내는데 있다. 그의 직조 과정에서 긴요한 것은, 전유하는 약탈자의 자세―이른 바 ‘그림들 세대(Pictures Generation)’의 작업 태도에서 두드러졌던―가 아니라, ‘과거’와 ‘인용된 과거’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유지 혹은 확보하는 시공간 감각이다. 2010년대의 일부 예술가들의 작업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참조성(referentiality)을, 포스트모던 시대의 참조성이나, 모더니스트의 자기-참조성(self-referentiality)과 구별 짓는 특징이, 바로 그 2중의 거리감에 있다.”
하나. 2014년의 나는, “어떤 이야기: 좀비-모던의 상황과 인식; 차승언의 직조 행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에서 이리 주장한 바 있다:
‘참조적 추상미술에서 핵심은, 독창적 (비)이미지와 그를 야기하는 돌출적 붓질에 있지 않다. 화면을 구성하는 표면적 요소들은 스킨을 구성할 따름이다. 오늘의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매체의 재창안과 재발명을 통해 참조 대상들과 나 자신을 연관 짓는 섬세한 재맥락화의 감각이다. 쉽게 말해, 좀비-추상의 새로움은 조형적 요소들에 있지 않고, 그것들을 연결 짓는 특유의 유기적 메타-프로토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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