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철
사색 혼합재료, 53x45cm, 2010
강구철
사색 혼합재료, 73x60cm, 2010
강구철
사색 혼합재료, 162x130cm, 2010
강구철
사색 혼합재료, 73x60cm, 2010
강구철
사색 혼합재료, 259x193cm, 2010
미세하게 묻어나는 바람 속에서 봄의 향기를 느끼듯 우리는 때가 되면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그대로인 듯 또 변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게 될 것을 안다. 강구철의 그림은 계절의 먼 길을 지나 새로운 생명이 움트듯 긴 겨울을 견디고 준비한 연두 빛의 싱그러움과 같이 최초의 색을 찾아 들어가는 시간이며 처음의 마음을 기억하게 하는 통로와 같다.
강구철의 화면은 수많은 시간의 흔적과 자국을 안고 감춤과 드러냄을 반복하며 그가 들인 시간만큼 풍성해진다. 하얀 지점토 사이로 화사한 바탕색이 드러날 때 화면은 비로소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아름다운 몸짓으로 다시 태어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면 가득 작가의 몸짓들이 겹쳐지고 일상적인 손놀림은 그의 화면에서 의미 있는 언어가 되며 그 깊이를 알아가는 것은 보는 이의 기쁨이 된다. 그에게 그림이란 자신의 생각을 화면을 통해 형상화하는 과정이며, 세월의 덧없음과 부질없는 욕심도, 잡을 수 없는 시간에 대한 불안과 믿음에 대한 실망과 좌절도 모두 진정시키고 마음의 덧문을 한 겹씩 벗겨내 가만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바탕색과 함께 지점토를 반복적으로 접착시켜 두꺼운 백색의 화면이 서서히 굳기를 기다려 조각칼로 파내거나 긁어내는 연속적인 몸짓을 반복하는 동안 요철의 깊이에 따라 바탕색에 숨겨져 있던 색채들은 다시 꽃과 새, 물고기, 나비로 형상화되고 바탕색과 하나가 되어 여백을 이루게 된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말하고 있지 않은 이 여백에서 서로 다른 음들이 조화를 이루며 하나로 융합되고 그 속에서 새, 물고기, 나비는 흐름을 타고 자유롭게 노닐게 된다. 한때의 화사함을 벗고 무채색의 향기로 다시 피어나는 듯 그의 화면 속 여백은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나 보는 이의 마음 속에 자리 잡는다. 여백이 가지는 풍요로움은 그림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먹이 한 가지 빛이 아니듯 흰빛을 뿜어내는 무(無)의 공간은 모든 빛을 갖추고 있는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그의 그림은 사색의 과정이다. 보는 이는 그의 그림을 오래오래 읽고 그 뜻을 마음으로 살펴 그 속의 미세한 소리마저도 경험하게 된다. 층층이 쌓인 바탕색과 그 위에 사물들은 전체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들어가기도 하고 나오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가 되고, 융합하고 침투하여 서로 서로에게 연관되고 의존하는 화면이 된다. 이때 우리 모두는 쓸데없는 아집과 편견, 이기주의, 오만 등에서 풀려나 관용과 아량, 조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자유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렇듯 그는 익숙하지 않았던 화면과 자신 사이의 벽을 허물어 아름다운 몸짓이 되게 하였다. 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며 때로는 대화의 여지를 남겨 화면과의 소통을 멈추지 않고 우리들 역시 그의 그림 안에 있게 된다.
-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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