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희: 기억의 상자
2010.04.17 ▶ 2010.05.29
초대일시ㅣ 2010-04-16 18pm
2010.04.17 ▶ 2010.05.29
초대일시ㅣ 2010-04-16 18pm
차우희
La boite de la memoire (기억의 상자) Mixed media, 100x100x109cm(1piece), 2010
차우희
La boite de la memoire (기억의 상자) Mixed media, 244x102x24.5cm(1piece), 2010
차우희
Stray Thought on sails Oil on canvas, 182x153.5cm, 1992
차우희
Sail as Wing Print ink on paper, 55x63cm(1piece), 2003
워터게이트 갤러리는 3주년 개관기념전으로 오는 4월 17일부터 5월 29일까지 차우희 – 기억의 상자 ("la boîte de la mémoire" ) 展을 개최한다. 작가의 최근작으로 선보이는 이번 기획전은 2008년 독일 개인전 이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형 설치 작과, 드로잉 및 회화 총 47여 점을 선보이게 된다.
비움의 미학
기억의 상자
하얗다. 흰색이 아니라 하얗다. 無의 색은 가장 고결하고 너무나 가볍고 여린 속내를 보여주는 것과 같이 순수하고 껍질 없는 속안의 알맹이와 같다. 사물을 투영하는 빛의 색이다. 그 이면에는 지울 수 없는 자국 (멍에)와 같은 검은 기호가 보인다. 이 자국은 존재를 알리는 표시와 같다. 사물이 지난 시간의 모든 멍에를 짊어지고 존재를 알리는 심(心)표가 되었다. 사물의 기록, 자취, 흔적, 그리고 지워질 수 없는 자국은 마치 성스러운 흔적- *스티그마(Stigma)처럼 찍혀있다.
*바울로는 자신의 몸에 예수 그리스도의 성흔을 지니고 있다고 고백했다. 갈라디아서 6장 17절에 “이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가졌노라”고 고백했다.
프란체스코의 성흔사건은 널리 알려진 것이다. 1224년 프란체스코는 세속을 떠나 수련하는 기간 중에 환상을 보았다. 이 환상 후에 십자가의 성흔을 몸에 지니게 되었다.
이세상 모든 사물과 인간에게는 그만의 기호가 존재하는 것처럼, 차우희의 항해에는 고유의 기표가 존재한다. 꿈을 향해 던져진 작가의 나침반이 (안젤름 키퍼, 요셉 보이스, 막스 베크만 의 나라) 독일 베를린으로 인도하였고, 낯선 꿈들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이국 삶에서 터전을 이어나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체계를 받아드린다는 것이다. 순간마다 외형과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 한 부분이 될 수 없기에 거꾸로 나, 개인의 실체를 깨닫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 기억들이 출몰하고 시간 속에 파편화 되어 그만의 기호들로 다시 재구성되고 집약된다. 기호들은 상상의 언어가 되어 불투명하면서도 매혹적이고 율동적이며 미묘함을 보여준다.
상상의 언어로써 기호의 신비스러움은 묘사를 하는 순간 마법처럼 사라져버릴 것이기에 음 (陰, 숨겨진 의미로)의 요소이며 긴장감을 더해준다. 이 기호를 해독할 필요는 없겠으나, 관람객에게 명상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 과정에서 관객의 영혼으로부터 언어가 들려주는 전율이 전달되고 음미하게 됨으로써 실체와 대상을 의도적으로 서술하려 하지 않았던 오브제의 기억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돛-배-오디세이라는 주제를 통해 차우희는 오랜 기간 동안 유랑하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 여행, 기억, 그리고 일상의 이야기를 변주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게 될 대형 설치 작은 지난 1995년 베니스 안의 베니스(Venice in Venice–Flying Dutch, 1995)에 선보였던 램프와 얽혀진 전선들, 굵은 마포와 같은 범포들로 이루어낸 형상, 그리고 2002년 [베니스의 단상]의 전시됐던 시적인 공간구성 작의 연장선이 될 것이다. 전시장 전면에 배치될 12개의 선반에 들어앉은 108개 세트의 캔버스 가방들은 이전 차우희가 작품과 함께 항해한 오디세이의 돛배를 움직이던 돛 폭의 기억을 담고 있는 오브제들이다. 108개의 꾸러미, 108개의 불교적인 의미가 바탕이 된 가방의 숫자는 사람의 오감과 감각의 대상이 조합돼 나타나는 과거-현재-미래의 번뇌들을 품고 가기 위해 수행하는 샤먼처럼 매일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들이다. 가방은 일상의 가장 필요한 요소들을 담고 보호하는 중요한 임무를 띤 하나의 사물이다. 진열된 오브제들은 색채나 명암이 존재하지 않는다. 연금술사의 주문을 통해 이 하얀 가방들은 원래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무(無), 역할의 존재감이 상실된 신기루가 된다. 비워진 가방 속에 들어있는 물건을 찾는다거나 기호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발견할 이유는 없다. 설치작품은 모두 12라는 숫자가 간직하고 있는 12별자리, 12가지의 십이(十二)지신 에 담긴 의미가 묘연하게 담겨있다. 흰 캔버스 가방 위의 흑색의 문자기호들은 신의 조형물로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기호를 담고 있다는 해석과 그 안에 숨겨진 인간 본연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것을 기표로 표현한 것이다.
복잡함을 풀어내는 것이 심플함이다. 예술을 통해 원래의 순수함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 조화와 일치를 이루어 원래의 모습을 위해 씻김과 같은 행위를 통해 형태의 본질을 찾아가고자 하는 것이 차우희의 미학이다. 간결하고 순수한 형태를 만들기 위해 거쳐가는 이 항해, 행위들은 샤먼이 자연을 통해 불필요한 헛심을 씻겨버리고 가장 겸손한 상태로 돌이키게 하는 행위와 비슷하지 않은가. 요셉 보이스가 현대사회와 개인은 스스로의 상처를 드러내며 치유되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며 예술을 통한 유토피아의 실현을 하고자 하였듯이, 차우희 그 자신도 예술행위를 통해 영적 세계와 물질세계의 화해와 조화를 추구하는 샤먼의 치유적 역할을 자처하였다.
현대사회의 발전 그 과잉적 모습 안에서 노스텔지아적 자연으로의 귀화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포화현상으로 인해 함축된 상징성이 더 고결하게 생각되는 시대이다. 차우희의 [기억의 상자]는 기억을 기술하려는 것도 재현하려는 것도 아닌 새로운 생성을 위해 텅 빈 상태로 만들고자 한다. 무(無)보다 더 넓은 영역이 존재할까. 예술은 고유한 영역이다. (Art is a singular form). 지나간 의미들이 배제되었을 때 새로운 세상으로 항해는 지속된다.
내면의 고찰은 평온함을 동반한다. 오디세이 항해는 평탄할 수 없었으리라. 그러나, 긴 항해를 거쳐 배는 출렁이는 기억의 소리를 담은 파도를 넘어 평온의 상태 – 무아지경(無我之境)으로 진입하고 있다.
-워터게이트 갤러리 김율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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