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풍경 The Veiled Landscape

2018.01.23 ▶ 2018.03.25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노원구 동일로 1238 (중계동,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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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 작품 썸네일

    김기수

    대단지 입구 Oil on canvas, 112x145cm,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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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균

    Winter Comes Oil on canvas, 130.2x194cm, 2017

  • 작품 썸네일

    뮌(김민선_최문선)

    공공극장 2016, Stainless steel, tree, LED, miniature objects, 200×200㎝

  • 작품 썸네일

    노충현

    원숭이 Oil on canvas, 115x115cm, 2017

  • 작품 썸네일

    황세준

    세계배IV Worldcup IV Oil on canvas, 각 193×130㎝, 2011

  • 작품 썸네일

    장종완

    바르게 살자 Walk with God Oil Painting on lamb skin, 53x72cm, 2016

  • 작품 썸네일

    이창원

    4개도시 바그다드,평양,서울,후쿠시마, Show cases pedestals, LED lighting, 각 113x45x45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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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창홍

    가을과 겨울사이 A Cockscomb Flower Bed Acrylic,oil,pigment ink on canvas,136x346cm, 2014

  • 작품 썸네일

    홍순명

    팽목.2014년4월25일 Oil on canvas, 218x291cm, 2016

  • Press Release

    김기수, 김상균, 노충현, 뮌, 안창홍, 이창원, 장종완, 홍순명, 황세준 등 총 9명의 작가 작품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대한민국의 풍경 이면의 진짜 풍경, 두 번째 풍경을 들여다보는 전시다. 작품은 일견 평범한 일상,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듯하지만 실은 외연에 가려진 물질만능주의, 사회의 불안과 동요, 희생, 고단한 일상 등을 담담하게 또는 우화적으로,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비틀어 담고 있다.
    2016년, 일상의 정치를 통해 대한민국이 변화되고 있듯이, 지속적으로 두 번째 풍경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을 통해 삶의 방향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전시 주제
    과거 유례없는 압축성장과 현재 지속되고 있는 도시재정비 사업, 속속 진행되고 있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으로 2018년 대한민국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 참 잘사는 도시다.
    <두 번째 풍경>은 이러한 외관만큼 과연 우리가 내부의 삶을 잘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전시다. 그럴듯한 서울의 풍경을 걷어내고 그 뒤에 있는 진짜 풍경, 두 번째 풍경을 보여주고자 한다.
    김기수, 노충현, 홍순명, 황세준, 김상균, 장종완, 안창홍, 이창원, 뮌 등 총 9명의 참여 작가들은 과거와 현재에 기인하는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는데, 이들은 일견 평범하게, 아름답게, 또는 환상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한 발 들어서서 본 두 번째 풍경은 우리 현실을 대변하는 물질만능주의, 사회의 불안과 동요, 어이없는 희생, 고단한 삶 등을 함의하고 있다. 알고 보면 불편한, 하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이는 우리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 세계 여기저기를 뜰채로 떠낸 풍경이다. 북 핵, 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 아프리카 난민 등 굵직한 난제 외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 빈부격차 등 삶의 위기와 고단함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2016년, 일상의 정치가 지금의 변화된 상황을 만들 수 있었듯이, 항상 두 번째 풍경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이에 따른 성찰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미약하나마 전시를 통해 삶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으면 한다. ■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김상균(1980)은 인터넷을 비롯하여 영화, 드라마, 광고, 입간판, 회화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한 뒤, 이를 비현실적인 생생함으로 화폭에 옮긴다. 밝은 색채의 풍경은 아름답다기보다 초현실적이다.
    그에게 대중매체 이미지는 비판의 대상이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이는 소비사회에서 절대적으로 대중매체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재와 상관없는, 소비의 미덕만을 내세우는 미디어 이미지는 생각할 겨를 없이 끝없이 생산되고 소비된다. 본래 이미지가 가진 의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조작된 이미지는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로 뒤덮여 마치 모든 것이 충족된 완벽한 풍경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가짜 풍경이다. 그가 명명했듯이 ‘불편한 스펙터클’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대변하는 는 풍경사진과 회화사진 이미지들을 합성하여 그린 인공적이고 기형적인 풍경이다. 작품의 제목은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허구의 세계인 웨스테로스 대륙의 7개의 국가와 하위 몇 개의 국가들로 구성된 연맹 국가인 칠 왕국의 통치권, 철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그려낸 드라마) 속 중심 문장, 시련을 암시하는 “Winter is coming(겨울이 오고 있다)”에서 가져왔다. <후렴구-낭만적인 말의 반복 1, 2>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이러한 방법으로 자연의 광활함, 숭고함, 아름다움을 얄팍하게 표현, 화려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이자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고자 한다.

    노충현(1970)의 동물원을 그린 <자리> 연작은 대학생 때 열화당에서 나온 『신구상주의』책에서 우연히 보게 된 프랑스 화가 질 아이요(Gilles Aillaud)의 그림에서 착안,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 두 작가는 공통적으로 동물원을 소재로 우리를 둘러싼 정치, 사회적인 상황과 이에 좌우되는 인간존재에 관해 발언한다. 동물원은 오락 외에도 일종의 보존, 연구, 교육의 필요성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사실 순전히 인간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이기적인 공간이다. 아이요가 이러한 동물원의 충실한 형상, 동물에 집중했다면 노충현은 동물을 그리지 않는다.
    동물원의 주인공이 부재한 상황에서 우리의 관심은 그 배경에 쏠릴 수밖에 없다. 그림에는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낡은 벽, 녹슨 문과 쇠창살, 또는 인공바위 등이 있는 을씨년스런 우리에는 다만 동물들이 갖고 놀던 공, 폐타이어, 나무 조각, 밧줄 등만이 자리한다. 당연한 풍경 이면의 풍경이다. 이는 그가 직접 동물원에 가서 찍은 사진을 참조하여 그곳의 사물들을 자의적으로 구성, 일종의 무대 장치로 기능한다. 무대 위 사물 또는 사람은 공중에 떠 있거나 매달려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불안과 위기, 때로는 세월호 사건처럼 너무나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 상황, 이에 따른 개인의 심리적 상태 등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는 그림을 통해 이 위태로운 현실에서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눈길 주지 않던 텅 빈 우리는 그의 표현대로 삶의 아이러니로 가득 찬 비극적이면서 동시에 희극적인, 세밀히 들여다봐야 하는 진짜 풍경이다.

    황세준(1963)은 초기 80년대 민주화 투쟁 속 인물을 그리는 작업을 하다가 기획자, 비평가를 거쳐 다시 그림으로 돌아와 꾸밈없는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을 그려왔다. 그는 그리는 내내 불안할 만큼 잘 사는 대한민국의 현실, 과도한 개발, 욕망을 우려한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세게 말하지 않는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풍경, 본래의 모습에서 살짝 기름기를 걷어낸 듯 낮은 채도로 얇게 칠해진 화면은 쓸쓸하면서 담백하여 본질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의 그림은 삶의 지표에는 무감각하고 그저 잘살고자 하는 시대에 대한 우화로, 그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결핍과 우울이라는 내면 풍경을 슬쩍 보여주고 있다.
    <세계배Ⅳ>, 일명 월드컵은 미군캠프와 마을을 병치한 배경으로 전투기가 이륙하는 풍경이다. 세계 곳곳에서 테러와 전쟁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고, 우리 역시 휴전이 일상이라 무뎌져 있지만 바깥에서는 언제나 가장 우려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풍경은 군사시설, 무기, 전쟁이 일상화될 수 있는 허약한 시대에 대한 우려다.
    <애잔잔 1>, <애잔잔 2>는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강변도로와 고가도로 풍경이다. 그는 공중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바라보면서 허공에 매달린 듯 불안한 우리 삶을 떠올리는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숭고한 모습을 느꼈다고 한다. 교만한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에 연민의 감정을 더하여 과하지 않은 방식으로, 특별히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 발언이다.
    그는 그림이 이러한 세상을 ‘위로’한다기보다 ‘시야’를 터주는, 현실 속에서 현실을 볼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기 십상인 평범한 대상을 골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리는 행위는 세상의 변화를 기도하는 주술적 힘이다.

    김기수(1968)의 작업에 지속해서 등장하는 도시 경기도 ‘성남’은 작가의 고향이자 1971년 8. 10 광주대단지 사태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광주대단지사태는 서울시의 인구분산 정책에 따라 광주군 중부면 일대에 도시 빈민을 이주시키려는 이주정책 시행에서 비롯되었다. ‘선 입주 후 건설’이라는 개발의 구조적 모순으로 치솟은 분양가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빈민들의 분노는 결국 시위로 폭발하였다. 그 결과 정부에서 기본대책을 마련, 일정부분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정부주도 압축성장의 상처를 지닌 성남에서 나고 자랐으며 여전히 거주하고 있다. 그림에는 이러한 과거의 흔적과 작업실 주변 생활 반경에서 만나는 건물, 골목, 공원, 남한산성, 노래방, 때로는 가족 앨범 속 사진이미지들이 뒤섞여 있다. 저채도로 뿌옇게 담아낸, 구체성이 떨어지는 풍경은 꼭 성남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풍경이다.
    그가 40년도 더 된 과거를 여전히 안은 채 현재 삶의 터를 그리는 의미는 아마도 이러한 사회구조적 문제가 1970년대 성남에서처럼 여기저기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잊고 지내던 가슴 아픈 기억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화롭게 보이는 일상의 단편들을 그린 붓질 안 켜켜이 단정하고 품위 있게 담겨 있다. 이는 공적 기억과 사적 기억 그리고 현재 우리의 삶을 느슨하게 엮어 그린 대표적 실경(實景)이다.

    홍순명(1959)은 2004년경 우연한 계기로 풍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중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이 많아 인터넷 보도사진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막상 관심은 사건이 아닌 사건 주변의 이미지로 이를 화면 중심에 둠으로써 보조 역할에서 벗어나 그들 스스로 존재하는 순수한 풍경화 연작 <사이드스케이프>을 전개해왔다.
    긴 시간 동안 세계 각국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그려오면서 그는 점차 안으로 시선을 돌려 반성적인 태도로 2014년부터 우리 삶에 밀착된 사건을 다루는 연작 <메모리스케이프>를 시작했다. 이는 밀양시, 여수 봉두 마을 거주민의 송전탑 건설 반대, 세월호 사건, 8개 군부대 사격장이 있는 경기도 포천 사격장 폭발 등의 사건과 사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직접 사건의 발생지를 방문해서 쓰레기처럼 나뒹굴던 여러 사물들을 수집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얼기설기 엮은 뒤 다섯 겹 이상 캔버스 천으로 감싸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고 그 위에 사건 현장의 한 부분을 그렸다. 사물은 사건의 목격자로, 겉에 그려진 풍경과 함께 새로운 오브제로 거듭나 사건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저장소로 기능한다.
    그 중에서 <팽목. 2014년 4월 25일>은 기존의 <사이드스케이프> 연작과는 달리 작가가 세월호 사건 소식을 접하고 무작정 달려가 직접 바라본 팽목항을 담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그래서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던 풍경이다. 304명이 어이없이 희생된 바다를 바라보며 느꼈던 막막함, 부끄러움, 자괴감, 분노의 감정을 꾹꾹 눌러가며 만든 <메모리스케이프–팽목>은 사회적 시스템 부재에 따른 참혹한 결과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는, 기념비적 풍경이다.

    장종완(1983)은 미디어에 떠도는 풍경, 광고, 홍보 엽서, B급 조형물 등에서 다양한 이미지들을 차용, 분해하고 재조합하여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세상에 없는 유토피아적 풍경이다. 이는 어린 시절 외국인의 왕래가 많은 울산에 살면서 종교단체 사람들에게 받은, 알프스를 배경으로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곡식과 과일을 풍성하게 수확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웃고 있는 풍경의 전단지 그림에서 받은 강렬한 느낌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접하게 된 공산주의 선전포스터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이 알 수 없는 아름답고 낯선, 그러면서도 묘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위 천국의 이미지는 작품에 반영되어 우리가 사는 현실에 대한 의구심, 미래에 대한 불안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Utopia)』(1516)에서 당시 현실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그 토대 위에 이상적 사회상을 제시했던 것처럼 그는 우리가 처한 현실의 핵 위협, 환경오염, 신자유주의 시대의 물질만능주의 등을 천국으로 대변되는 이상적 사회를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고모에게 얻은 러시아산 은빛 여우 목도리 몸통 가죽에 그려진 <붉은 산 아래>는 러시아 자연 풍경과 그 안에서 행복하게 거닐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다. 이는 아름다운 이미지의 그림과 그로테스크한 털가죽의 대비를 통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재의 안락함 이면의 희생되어진 것들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두르고 입는 털에 대한 양가적 감정에 대한 지적이다. 그의 작품에서 유토피아는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꿈인 동시에 ‘지금’, ‘여기’ 없을 뿐 실현될 수도 있는 이상 사회를 의미하기에 그 결과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안창홍(1953)이 그린 맨드라미 꽃밭은 선바위 마을 작업장의 뜰 안에 있다. 언젠가 자연을 그리겠다는 생각을 실제로 옮기면서 작업실 앞마당을 가꾸기 시작했다.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2,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꽃 한 송이가 나고 자라 소멸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들과 요소들이 뒤엉켜 치열하게 터를 잡아가는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마치 인간의 세상사를 옮겨 놓은 듯 말이다. 어렵게 이루어진 꽃밭을 바라보며 그가 가장 그리고 싶었던 대상이 맨드라미꽃이었다. 맨드라미는 식물보다 동물에 가까운 느낌으로, 원초적이고 강렬한 붉은 빛, 좌우비대칭의 형태,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억센 줄기, 다양한 색의 잎들 그리고 시들어갈 때 온몸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듯 처연하기까지 하다.그가 이 그림을 그리던 2014년에는 말레이여객기 피격, 파키스탄 탈레반의 교사와 학생들을 향한 무자비한 테러, IS의 이라크 모술 점령, 오랜 내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창궐 등 전 세계적으로 비극적인 사건들이 가득했던 한해였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가혹했던 세월호 사건은 이 땅의 어른으로서 자괴감, 부끄러움, 분노 등의 감정이 복잡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뜨거운 여름 내내 고스란히 맨드라미 꽃밭에 실어졌다. 그동안 작가가 주로 익명의 초상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그 안에서 고통 받았던 사람들의 상처를 비판적으로 드러냈던 것처럼 맨드라미 꽃밭 역시 이 잔인한 현실에 대한 고발이자 영문 모르게 희생된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화다.

    이창원(1972)은 정치사회적인 보도사진, 반사광, 플라스틱 등을 이용한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통해 예술과 일상의 현실적 문제들 사이의 관계를 다뤄왔다. <네 개의 도시>는 바그다드, 평양, 서울, 후쿠시마를 원경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이 도시들은 간접적으로는 대중매체를 통해 언제든지 바라볼 수 있고 정보도 얻을 수 있지만 실제로 방문하기는 매우 어려운 장소들이다. 작년 말 종식됐지만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는 3년 반이라는 긴 세월동안 IS와의 전쟁을 겪은 도시다. 평양과 서울은 이념의 대립으로, 지금은 그 이념 때문이라 할 수도 없지만 왕래가 불가능한 도시다. 후쿠시마 역시 2012년 동일본대지진에 의한 원전사고로 유출된 방사능으로 모든 사람들이 기피하는 도시가 되었다. 그는 전쟁, 이념, 재해라는 벽에 가로 막힌 도시들에 관해 생각한다. 하루면 갈 수 있는 곳인데,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으로 인해 비극적 장소가 되어 갈 수 없는 곳이 비단 네 곳뿐일까.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다. 네 개의 도시는 쇼 케이스 프레임으로부터 투영된 상을 통해 만나고 겹쳐져 하나의 풍경이 된다. <에인절 오브 더 미러>는 전직 대통령 일가가 소유했던, 하얀 천사가 보석으로 장식된 거울을 들고 있는 <에인절 오브 더 미러> 라는 공예품에서 비롯되었다. 전두환 대통령 일가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소장품 경매를 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난 뒤 안목이 높다는 둥, 소장품들이 모두 고가에 낙찰되었다는 등의 기사를 읽으면서, 작가는 미술작품이란 권력과 부의 장식품에 불과한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거울에 실크스크린으로 광주의 풍경 이미지를 붙여 벽에 투영함으로써 그가 훌륭한 수집가가 아니라 군사반란으로 장악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비극적인 사태를 만들어낸 장본인임을 다시 확인시키고 있다. 대중매체의 표피적 이미지들 이면에 자리한 진실이다.

    뮌(1972)의 <캐릭터>는 전구와 아크릴 판, 철제 선들이 복잡하게 연결된 오브제로, 한국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의 관계망을 의미한다. 마치 서사극의 등장인물 관계도 같은 형태에서 빛을 발하는 전구가 연극 속의 주요 등장인물을 뜻하는 ‘캐릭터’인데, 정계·재계·언론계의 주요 인물을 의미한다. 이는 상류사회의 번지르르 한 겉모습처럼 아름답지만, 실은 자본과 권력의 결속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공고히 하는, 우리 사회의 특수한 단면을 비판하는 추상적 풍경이다. <공공극장>은 가운데서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에 관한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공적영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같은 장소에 있던 각 개인들에게 똑같이 보이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이는 각 개인의 위치, 입장, 판단 능력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각기 개인 극장에서 이를 바라보고 개인의 경험치로 판단하곤 한다. 미디어에서 생산되는 동일한 이미지, 뉴스를 보는 방식 역시 다르지 않다. 그래서 뮌은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이란 의미의 ‘공공’ 이미지를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정해지지 않은, 시대와 집단의 속성에 따라 변화하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상정한다. 따라서 작품은 하나의 객관적 풍경에 대한 주관적 판단 너머 진정한 공공성 실현에 관한 고민이다.

    전시제목두 번째 풍경 The Veiled Landscape

    전시기간2018.01.23(화) - 2018.03.25(일)

    참여작가 김기수, 김상균, 노충현, 뮌(김민선_최문선), 안창홍, 이창원, 장종완, 홍순명, 황세준

    관람시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화~금 10:00am - 08:00pm
    토, 일, 공휴일 10:00am -06:00pm
    뮤지엄나이트 (매월 첫째, 셋째 주 수요일) 10:00am-10: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휴관, 1월 1일 휴관

    장르회화, 설치

    관람료무료

    장소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THE SEOUL MUSEUM OF ART (서울 노원구 동일로 1238 (중계동,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 1,2)

    연락처02-2124-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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