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似異) : A gap between emotions
2018.03.07 ▶ 2018.03.25
2018.03.07 ▶ 2018.03.25
함미혜
기분 160x264cm, 장지에 먹과 채색, 2016
함미혜
기분의 틈 125x194cm, 장지에 먹과 채색, 2018
함미혜
순간의 문 130x130cm, 장지에 먹과 채색, 2018
함미혜
순간의 틈 130x130cm, 장지에 먹과 채색, 2018
함미혜의 작품에서 형태란 현대미술이 그러했던 것처럼 자유로운 속성을 갖는다. 무엇을 전달하려는 이야기 라기보다 형태로 다가오는 곡선과 직선, 엷게 퍼지는 색채란 얼핏 봤을 때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베이컨의 작품처럼 불편함으로 약간의 우울함이 있으나 이내 사라져 객관적이라 볼 수도 있다. 얼굴보다 부분적인 신체가 들어가고 한데 뒤엉켜 덩어리로 표현되어 그 자체로 모호함이나 동시에 정해지지 않는 전달력을 갖는다. 시작도 끝도 잘 확인되지 않는 예측 불가능이지만 행위의 초점을 둔 그 옛날 회화사의 추상표현은 아니다. 밑그림 단계에서 작가의 감각화된 작용은 참조된 대상을 전복시켜 공간으로 부분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화면 전체로 어울리면 강력한 추상 단계의 진입이다.
베이컨 Francis Bacon이 기존의 대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보이지 않는 흐름을 보여주려 했다면 피카소 Pablo Ruiz Picasso는 사물들을 다층적 시점으로 형태를 분석하고 강렬한 색채로서 감정을 풀어냈다. 흩어 뿌리는 행위의 초점을 둔 물감 덩어리 자체가 저절로 살아 숨 쉬길 바란 폴락 Jackson Pollock의 작품은 회화가 더 이상 재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모더니즘 시작의 출발이었다. 관찰되는 현실 너머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주어진 조건을 만들어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철학과 예술은 현실의 사물들을 재현의 대상이 아닌 개인 사고의 따라 만들어지는 무한의 의미부여로 차이와 반복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그 이면엔 자본주의 패권과 과학이 갖고 들어온 테크놀로지와 매스미디어 발전이 있고 그리드 위로 형성된 도시구조가 있다. 익명을 전제로 한 각자의 역할로 맞물려 살아가는 방식은 다수보다는 개인이 우선시되며 전통적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는 끊임없는 자아 찾기 방식으로 질 들뢰즈 Gilles Deleuze 말한 노마디즘 nomadism이다.
시간의 틈, 간극을 바탕으로 잡히지 않는 감정들이 있다 말하는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 기억도 모호해지는 현상들을 본다. 사물의 재현이 아닌 추상 형태로 곡선과 직선은 평면 회화의 조형이 된다. 화려하지 않은 차분하게 올라온 색채와 먹선을 바탕으로 꾸며진 신체 덩어리는 감각화 된 작용으로 감성적이나 긍정도 부정도 아닌 이성이 포함된다. 아름답게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자유분방하게 작가적 시점으로 완성한 형태들은 그래서 당연한 것이며 마치 개인과 다수의 관계 형성의 공간처럼 이것들은 에너지를 갖고 일정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동양화를 전공한 덕분에 작가는 보이지 않는 흐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매체로서 먹선의 표현은 조심스럽지만 명확하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 어디 즈음에서 베르그송 Henri(-Louis) Bergson이 얘기한 물질과 기억처럼 작가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으며 질 들뢰즈의 삶을 지향하는 태도로서 불편한 진실도 때로는 끌어안으며 형태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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