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
Henriette Oil on Canvas, 105.0x193.9cm, 2016
김병진
Francis Oil on Canvas, 105.0x193.9cm, 2016
김병진
Listeners1 Oil on Canvas, 130.3x193.9cm, 2017
김병진
Listeners2 Oil on Canvas, 130.3x193.9cm, 2017
김병진
Listeners3 Oil on Canvas, 130.3x193.9cm, 2017
김병진
Letter Oil on Canvas, 80.3x116.8cm, 2018
김병진
LaPoste Oil on Canvas, 97.0x130.3cm, 2018
Interaction
예술을 접할 때 정보를 공부하듯 다가가는 것보다 '그림과 대화'하듯 감상하는 것이 시대적 트렌드이다. 김병진 작가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작품과 작품 간의 대화를 시도하고, 관람자 스스로의 경험이나 기억이 작품을 해석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설명하는 주체(explicans)'나 '설명되어야 하는 대상(explicandum)'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한 주제나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닌,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 간의 대화, 서로 다른 작품과의 대화, 그리고 작품 속 인물들과 관람자 사이의 대화의 장(場)을 열어줄 뿐이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이미지와 작품들의 배치는 관람자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들과 결부되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는 'Conversation'이라는 주제 하에 Sight, Listener, Word의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진행된다. 먼저, 'Sight' 섹션의 작품들은 화면 속 인물들이 서로를 바라보거나, 같은 곳을 응시하고 있다. 특정 영화 속의 인물들이지만, 전후 상황이 제거된 채 존재하는 이미지 속의 그들은 본래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시선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두 번째로 'Listener'섹션에서는 일상의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풍경들이 작품 속 이미지로 전환되면서 대화의 내용은 사라지고, 순간의 모습으로 정지된 인물들은 화자와 청자 사이의 경계에 머문다. 그림 속 인물들이 처해있는 상황이나 하고 있는 행위들은 특별한 순간들이 아니다. 익숙한 공간에서 일상적 행위가 이루어지는 모습들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러한 순간들이 화폭에 저장되면서 특별한 의미를 함유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Word'섹션은 편지나 글에 대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편지나 수첩 혹은 벽에 붙여진 종이 안의 글자들은 제스처나 목소리의 높낮이 등과 함께 전달되는 말과는 달리, 활자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뜻만이 존재한다. 작가는 글자가 지워진 채 상황을 암시하는 풍경들로 캔버스를 채워놓았다. 괄호 넣기 문제처럼 비어져있지만, 정답은 없다. 관람객 스스로가 상황을 생성해내면 된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매우 특이하고, 특별한 감정을 나만 느낀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보편적인 경험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나의 기억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매개를 통해 서로 위로가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공간인 이랜드 스페이스에서 김병진 작가의 그림이 대화의 매개가 되어 또 다른 이야기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 김지연
언어와 행동, 표정은 대화의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축적된 경험과 기억, 그리고 상황과 맥락을 바탕으로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한다. 'Conversation' 작업은 작품을 해석하는 도구가 되는 관람자의 경험이나 기억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으로, 상황과 맥락이 제거된 채 존재하는 제한적 언어나 행동, 표정을 제시한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이미지와 작품들의 배치는 관람자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들과 결부되어 작품들 간의 관계를 만들어내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발생시킨다.
Conversation : sight
화면 속 인물들은 서로를 바라보거나, 같은 곳을 응시하거나, 초점을 흐린다. 영화가 전달하려는 이야기 안에서 그들은 특정한 감정을 표현하고 영화 속 인물로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전후 상황이 제거된 채 존재하는 이미지 속의 그들은 본래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우리와 함께 한 공간 안에서 시선을 주고 받으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있다. 그들이 하는 무언의 대화를 듣기 위해서 우리는 시선을 따라가거나, 표정을 통해 감정을 상상하거나, 그들의 관계에 개입한다.
Conversation : listener
대화를 통한 관계 맺음에서 우리는 화자와 청자의 역할을 주고받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소통한다. 일상의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대화의 풍경이 작품 속 이미지로 전환되면서 대화의 내용은 사라지고, 순간의 모습으로 정지된 인물들은 화자와 청자 사이의 경계에 머문다. 작품 속 인물은 서로 다른 공간 속에 존재하는 대상을 향하여 이야기 하거나 같은 공간에서 분리되어 우리를 향하여 이야기 한다. 또한 이들은 이를 바라보는 우리를 바라보며 말하는 동시에 듣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형성된 다양한 관계들은 작품 속에서 제거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전시장이라는 공간안에서 보다 사적인 대화를 시도한다.
Conversation : word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언어로써 의사를 전달한다. 표정이나 소리의 톤과 함께 전달되는 말과 달리 글은 언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뜻와 그것이 전달되는 상황이 결부되어 의미를 발생시킨다. 편지 혹은 수첩, 벽에 붙여진 종이 등은 누구나 흔히 경험하고 마주했던 것들이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내용에 대한 기억은 모두가 다르다. 글자가 지워진채로, 즉 그것이 전달하려는 구체적인 단어와 문장이 지워진채로 높여진 종이의 여백은 그것과 함께 보여지는 풍경들을 통하여 그것의 내용이나 의미를 상상하게끔 하고 이는 서로 다른 기억들을 상기시킨다. ■ 김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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