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선
소중한 흔적들.. Mixed media on panel, 20x40cm(일부분), 2009
김세중
공간의 재구성 N°7 나무,스타킹, 200x130cm, 2005
오태원
무제 Woodcut,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 and ink, 90x120cm, 2009
심미영
新-胡蝶夢(신-호접몽) Mixed Media, 가변크기(설치 부분), 2008
누쏨 그룹전 숲속에서 파리출신의 개성넘치는 4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의기투합한 세번째 '누쏨'그룹전이 '숲속에서'라는 주제로 4월 15일부터 27일까지 갤러리 스페이스 선에서 전시된다. 이번 전시의 특이할 점은 단순히 주제만 공유하여 구분된 영역에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공간에서 서로의 주제가 뒤섞여 펼쳐진다고 한다. 이들은 숲이라는 주제아래 창작의 의미가 담긴 각자의 전령들인 나비.눈물, 시간, 거미줄을 한 공간에 펼쳐 보이는 것이며, 따라서 조화와 개성 넘치는 네개의 작품이자 하나의 작품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술비평> 네명의 작가가 보내온 숲의 전령들 숲이라는 한마디 전언에 네명의 작가들이 숲의 전령들을 자신의 손에 담아 보내왔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인류의 숨겨진 공간, 숲. 그 이미지만큼이나 광대하고 다층적인 의미를 가진 숲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네 전령들이 숨어든 이 비밀스러운 공간에는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을까?
일상의 기억과 흔적을 쫓아 들어간 이영선의 숲에는 그녀만의 작은 세상이 있다. 시간의 흔적을 고이 간직한 숲은 새로운 언어를 쏟아낸다. 시간을 멈추고 자신의 흔적과 기억을 담아두려는 작가의 의도와 그것에 다시 새로운 시간성을 부여하고 의미와 생명력을 불어 넣으려는 이중적 의도가 미묘하게 대비를 이루며 역설을 담은 작품으로 탄생했다.
'퐁텐블로의 숲 그림자들의 눈물'에서 보석같이 반짝이는 눈물을 쏟아냈던 오태원은 한번 더 숲에 들어가기를 즐거워했다. 숲은 그림자를 받아주고 대신 반짝이는 보석을 만들어준다. 숲은 얼마나 오랫동안 인간에게 회복을 선사했던가! 다양한 모양과 빛깔의 눈물은 모든 것을 정화시키는 숲의 순환을 통해 새생명을 공급한다. 정화와 회복은 오태원의 눈물과 심미영의 샘물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심미영은 나비와 프레임 작업을 통해 작가의 창작세계와 현실의 경계에 대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프레임을 통과해 날아온 나비가 다시금 찾아온 곳은 숲 속 어딘가에 숨겨진 수많은 샘물들. 샘물은 눈물의 정화력보다는 투영과 반영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듯 하다. 샘물은 프레임의 재투영이며 나비라는 자아의 반영공간이며 동시에 자아 수정의 공간이며 쉼터이다. 프레임과 나비, 샘물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들의 이색적인 결합이 주목할만하다.
세 작가의 전령들이 이 전시의 각각의 요소들을 이룬다면 김세중의 작업은 이들 작업의 밑그림이 되어준다. 회화와 조각적 요소를 통해 공간의 의미화를 획득하고자 했던 김세중의 작업에서 핵심적인 것은 공간을 채워 넣는 독특한 그만의 방식이었다. 내부로 혹은 외부로 향해가는 소용돌이 공간, 나선형구조는 그가 보내온 숲의 전령인 거미숲의 이미지와 기묘하게 닮은꼴이다. 그가 숲에서 상상한 것은 숲속 은밀한 구석에 이슬을 머금고 있는 거미줄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선형과 거미줄이라는 은밀한 상호작은 그만의 독특한 창작세계를 지시하는 형상물일것이며 어쩌면 가장 원초적이며 동시에 현대적인 의식의 형상일지도 모른다.
네숲의 전령들은 한 공간에서 뒤섞여 스스로 하나의 숲을 이루고 이들은 따로 또 같이 의미를 만들어낸다. 숲은 감성과 기억의 공간을 지나 비밀스런 독백의 공간, 고해의 숲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숲은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고 삶의 비밀을 속삭여줄 치유의 공간이 되어 줄 것이다. 숲이 현대인에게 거미줄처럼 얽힌 감정의 실타래와 묶인 삶의 사슬을 풀어주는 공간인것처럼 이들 작품이 관람자들에게 해소와 소통의 통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 글: 임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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