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2018.03.22 ▶ 2018.07.29
2018.03.22 ▶ 2018.07.29
전시 포스터
이성자
눈 덮인 보지라르 거리 1956, 캔버스에 유채, 73x116cm
이성자
천사의 땅 1958, 캔버스에 유채, 130x162cm
이성자
내가 아는 어머니 1962, 캔버스에 유채, 130×195cm
이성자
오작교 1965, 캔버스에 유채, 146x114cm
이성자
장애없는 세계 1968, 캔버스에 유채, 116x89cm
이성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의 자정 1968, 캔버스에 유채, 162x114cm
이성자
10월의 도시 1, 72 1972,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162cm
이성자
음과 양 7월, 75 1975, 캔버스에 아크릴릭, 200x200cm
이성자
초월 12월 1, 75 1975, 캔버스에 아크릴릭, 나무, 160x130cm
이성자
투레트의 밤 8월 2, 79 1979,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150cm
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1월 4, 90 1990,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150cm
이성자
은하수에 있는 나의 궁전 3월 2000,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195cm
본 전시 《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덕수궁관의 ‘신여성’을 시작으로 여성미술가에 대한 집중 조명을 위한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전시 정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의 많은 작가들이 도불을 꿈꾸었던 1950년대 가장 먼저 건너간 이성자(1918~2009)는 프랑스에서 기초를 배웠고, 한국보다 프랑스 화단에 먼저 알려졌으며, 프랑스 화상에게 눈에 띄어 프랑스인에게 처음으로 작품이 소장되었다. 파리에서는 주로 유화를, 프랑스 남부의 투레트에서는 판화를, 프랑스에서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는 도자를 하면서 열정적인 60여년을 보냈다.
당시 유일하게 미술전공을 하지 않고 프랑스에 건너온 이성자는 기법과 표현에서는 철저하게 프랑스 화단의 영향 아래 있었으나, 소재와 주제는 오히려 타국이었기에 더욱 한국적이었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것들이었다. 이성자는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자연과 인공, 삶과 죽음 등 대립적인 요소의 조화를 통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창조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본 전시는 이성자의 작품세계를 네시기로 구분하였다. 1950년대 초 파리의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에서 기초를 배우고 추상에 대한 시도를 보여주는 ‘조형탐색기’, 여성으로서 세 아이의 어머니로서 대지를 경작하는 마음으로 그린 ‘여성과 대지’시기, 중첩된 건물의 도시를 표현한 ‘음양’시기, 자연과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내려다 본 극지와 자연, 우주를 나타낸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성자와 시대를 함께 했던 앙리 고에츠(1909~1989), 조르주 부다이유(1925~1991), 알베르토 마넬리(1888~1971), 미셀 뷔토르(1926~2016), 소니아 들로네(1885-1979), 서정주(1915-2000) 같은 지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이성자의 작품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국제적인 흐름과 입체적인 시각에서 한국미술사의 지평을 넓혀보고자 한다.
1. 조형탐색기
조형탐색기는 이성자가 1953년 아카데미 그랑드 쇼미에르에서 회화 공부를 시작하면서 구상, 추상 등 여러 조형적인 실험을 하던 1950년대에 속한다. 이성자는 당시 국제적인 미술의 중심지인 프랑스 화단을 직접 접하면서 현대미술에 눈을 뜨고, 여행을 통해 안목을 높이면서 조형적인 실험과 탐색의 시기를 보낸다. 특히 아카데미 그랑드 쇼미에르의 스승인 앙리 고에츠의 영향으로 자유로운 ‘추상화’에 깊이 매료된다. 그러나 극단적인 모더니스트였던 고에츠와는 맞지 않아 2년 후 화실을 떠나게 되고 이성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추상작업을 하게 된다. 이 시기 이성자는 다양한 표현방식을 접하는데 그중 유화에 버금가는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목판화이다.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절에서 스님이 찍어내는 부적이나 연꽃의 목판이 기억났던 것이다. 이처럼 목판화에 깊은 매력을 느낀 이성자는 나무를 자르고 칼로 선을 파는 작업에서 자연을 접하고 평생 회화와 변화의 궤를 같이 한다. 이성자에게 캔버스 위에 물감을 쌓아 올리는 회화가 ‘양’이라면 판화는 판을 파내는 ‘음’으로 서로 순환하는 관계로 인식된다.
참고작품 : ①<눈 덮인 보지라르 거리>, ②<천사의 땅>
2. 여성과 대지
이성자는 자신의 작업을 시기별 특징에 따라 분류하고 있는데 1960년대를 ‘여성과 대지’로 명명하였다. 이성자는 “나는 여자이고, 여자는 어머니이고, 어머니는 대지이다.”라고 언급하면서 여성으로서의 삶을 수용하였고, 어머니로서의 자신에 자부심을 가졌다. 또한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고국에 대한 애정 그리고 세 아들에 대한 모성애는 이성자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고 삶의 목적이었다. 프랑스에서 그림을 시작한 이성자는 형식적으로는 철저하게 프랑스 화단 영향 아래 있었지만, 내용적으로는 프랑스에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철저하게 한국적이었고, 동양적인 감수성으로 일관한다. 이러한 독특한 작품세계는 당시 프랑스에서 영향력 있는 비평가 조르주 부다이유의 관심을 끌었고, <내가 아는 어머니>를 에콜 드 파리에 출품하여 프랑스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라라뱅시, 샤르팡티에 같이 유명한 화랑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프랑스 화단에서 인정받기에 이른다.
참고작품 : ③<내가 아는 어머니>, ④<오작교>, ⑤<장애없는 세계>
3. 음과 양
1965년 이성자는 15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개인전을 갖고, 가족을 만나고 몇 년 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땅, 아이들에게 매였던 것에서 자유로워진다. 아울러 미국 여행에서 본 층층이 포개져 있는 고층건물과 형형색색의 전기불 등 물질적 풍요로움에 깊은 감동을 받으며 작품에도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전의 땅을 경작하듯 치밀한 터치는 사라지고 자유로운 선과 원의 형상이 등장하고, 재료도 겹쳐 칠하기에 용이한 아크릴로 변화한다. ‘중복’을 시작으로 ‘도시’, ‘음양’, ‘초월’ 등의 작품을 제작하며 재료와 기법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합일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원의 형상과 선으로 도시를 나타내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음양으로 이어졌다. ‘초월’에서는 에어 브러쉬를 사용한 이차원 평면 위에 오브제인 ‘나무’를 직접 붙여 자연과 기하학이라는 상반된 요소의 새로운 화면을 만들었다. 또한 이성자는 이 시기에 프랑스가 사랑하는 문인이자 누보 로망의 기수인 미셀 뷔토르(1926-2016)를 만나 판화작업 위에 시를 쓰는 공동 작업을 하게 되며 <샘물의 신비>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후 뷔토르는 이성자 삶을 노래한다.
참고작품 : ⑥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의 자정> ⑦ <도시> ⑧<음과 양> ⑨ <초월>
4.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이성자의 시각은 1980년대부터 작고할 때까지 하늘 혹은 우주로 향한다. ‘극지로 가는 길’ 혹은 ‘대척지로 가는 길’과 같은 의미인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작가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여정 속에서 본 극지의 풍경을 그린 것이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극지’ 혹은 ‘대척지’를 작가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즉, 프랑스에서는 한국을, 한국에서는 프랑스가 작가에게 지구 반대편이 된다. 1994년까지 이어지는 이 작업에 대해 이성자는 ‘동과서의 극을 오가는 내 생활의 그림일기’라고 언급하였다. 프랑스와 한국간의 항로가 변경되면서 이성자는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에서 ‘우주’로 시각을 확장한다. ‘우주’에서도 대립되는 요소들의 화해의 장은 여전히 지속된다. <은하수에 있는 나의 궁전>, <금성에 있는 나의 여인숙> 등 작품제목 에서부터 서양의 과학적인 사고와 동양의 철학을 담으며 상생을 추구하였다.
참고작품 : ⑩<투레트의 밤>, ⑪<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⑫<은하수에 있는 나의 궁전 3월>
■ 전시해설
ㅇ 일 시: 2018. 3. 22. ~ 7. 29.
정기해설: 13:00
■ 학술행사
ㅇ 일 시: 2018. 5. 11. 오후 2시~6시(예정)
ㅇ 장 소: 과천관 소강당
ㅇ 내 용: 이성자의 작품세계(패널 4인)
■ 큐레이터 토크 : 4. 7.(토), 5. 26.(토) 오후 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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