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희 : 초월적 접근의 압도적인 기억들
2018.03.09 ▶ 2018.05.12
2018.03.09 ▶ 2018.05.12
전시 포스터
구동희
Overwhelming Memories of Transcendental Approach 2018, HD color video, sound, 30min
구동희
Overwhelming Memories of Transcendental Approach 2018, HD color video, sound, 30min
구동희
Overwhelming Memories of Transcendental Approach 2018, HD color video, sound, 30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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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whelming Memories of Transcendental Approach 2018, HD color video, sound, 30min
구동희
Overwhelming Memories of Transcendental Approach 2018, HD color video, sound, 30min
구동희
Overwhelming Memories of Transcendental Approach 2018, installation view
"초월적 접근의 압도적인 기억들" _흥미로운 시대를 가로지르기
신승오(페리지갤러리 디렉터)
구동희의 작업에 관한 이전 글들을 읽으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작업들을 살펴보면 뭔가 살짝 내용이 어긋나 있음을 발견한다. 그가 지금까지 다루어 왔던 작업들은 내용이 일단 가지각색으로 다르고, 영상작업과 설치, 오브제 작업, 디지털 프린트 등 사용하는 매체도 전시나 상황에 따라서 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이전의 글들을 바탕으로 몇 가지의 단어들로 추려볼 수 있는데, 급변동성, 가벼움, 연쇄작용, 비정형, 변덕스러움, 날것, 단순함, 투명함 등이다. 작업 전반에서 이러한 비슷한 성향의 단어들 언급되는 것은 무엇인가 특정한 단어들 만으로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 다양한 것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그의 지금까지의 작품과 전시에 관련된 여러 텍스트들은 현재의 작업을 유추하게 할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들을 담아내는 구동희의 현재의 작업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 선보이는 <”초월적 접근의 압도적인 기억들”>에 관한 글은 최대한 그의 작업에서 볼 수 있는 세부적인 장면들을 분석하기보다는 현재의 작업의 기본적인 구조와 제목을 바탕으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기술함으로써 관객들과 독자들이 작품을 보고 난 후에 나눌 수 있는 단서 정도로 사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이 글은 작품이 촬영되고 편집하는 과정과 동시에 작성되었다는 점과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작가와 틈틈이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밝힌다.
먼저 작업의 기본적인 구조와 전시의 제목이자 작품의 제목인 <”초월적 접근의 압도적인 기억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작업의 시작을 촉발한 것은 가수면 상태의 몽롱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대한 관심이다. 하지만 <”초월적 접근의 압도적인 기억들”>은 이러한 상황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게스트하우스나 에어비앤비 같은 기존의 숙박 공간과는 다른 형태의 공간의 등장에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 이는 정주형의 고정된 주거생활공간이 임시적 숙박공간(전시장도 포함)으로 변화되는 장소성과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전 작업에 등장하는 인물이 다시 출연하거나), 이전의 작업이 삽입되거나, 등장인물이 영상 속에 영상으로 나타나는 등 다양한 관계항을 만들어 내면서 시간성을 영상 안에서 자유롭게 전환시킨다. 작가는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기본적인 계획을 세우고 촬영에 들어가지만, 촬영을 해나가는 도중에 발견되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이 연속적으로 추가되어 많은 양의 정보를 획득해 나간다. 이는 대부분 벽으로 분리된 공간들에서 다양한 성별과 나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행위를 하거나 집단적인 모습들로 나타난다. 그들의 행동에서는 일상적인 것과 일상적이지 않은 것이 뒤섞여 나타나며, 분리와 변화들이 혼재되어 나타나서 자유로운 것 같지만, 외부에 의해 통제된 공간에 대한 작가의 관찰적 시선이 담겨있다. 작업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지속적인 변환과 관심의 전환은 어떻게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이는 어떤 특정한 계획에 의해서 만들어진 고정된 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전이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이러한 전환으로 획득된 정보들이 바로 작업의 완결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이 공간과 저 공간을 넘나들면서 기존의 온도, 빛, 대기 등 자연적인 시간들의 변화에 반응하며 살아간다. 여기에 여러 공간의 경계가 모호한 온라인의 세상까지 더해진다. 하루에 접해야 하고 적응해야 하는 정보들은 이 순간에도 넘쳐난다. 우리는 이러한 세상의 정보를 어떤 이유로 획득하는가? 대부분은 눈길을 끄는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흥미를 통해 얻는 것들은 어떤 특정한 정보라기보다는 그냥 파편적인 단계에서 멈추어 있다. 세상에 넘쳐나는 정보로 환원된 것들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며, 스쳐 지나가듯 가벼운 것들이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이제 흥미라는 것은 사라지고 남은 파편적인 것들이 어떻게 재조직화되고 작동하는 가이다. 수집된 것을 골라내고 다듬는 재생산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벌어지고 있는 시공간의 혼재, 혼성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축적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새로 읽어 내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초월적 접근의 압도적인 기억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 장황하고 거창한 단어들의 조합은 작가가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찾아낸 것이 아니다. 이는 자동적으로 미술에서 언급되는 담론들의 조합으로 제목을 생성해주는 알고리즘을 가진 사이트에서 생성해낸 것이다. 여기서의 제목은 작품이 완성되기 이전과 작품이 완성된 사이에서 임시적으로 작업을 대변하도록 설정된 것이다. 물론 임시적으로 만들어준 제목이라도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영향을 주기도 하였을 것이지만, 오히려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것과 비례해서 제목은 거창하지만 그 속은 점점 비어 가게 된다. 그저 속이 빈 껍데기로 격하되어 버린다. 이는 어떤 텍스트로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명쾌한 방법이다. 지금까지 두 가지 요소로 살펴본 이번 작업은 복잡하게 엉켜있기보다는 단순하고 자유롭게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도 그가 편집해 내는 어떤 특정한 시선으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이는 임시적인 상태가 방향성을 가지고 전환되는 작동 방식 그리고 이를 연속성을 가지고 반복하는 동시대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는 거창한 담론이나 인식의 전환을 야기하기보다는 온전히 작업을 읽어내는 사람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작업에서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그의 작업은 무엇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시작되어 어디를 향해 갈지 예측이 불가능한 방향으로 작업이 진행되며 편집이라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런 방식은 자신의 주변에서 발견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다른 것들로의 전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동시대의 것을 동시에 드러내게 된다. 그럼 지금 동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현재의 우리의 시대는 일시적인 열광과 함께 반대급부적으로 쉽게 잊어버리고, 따분해지기를 반복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이를 남들과 공유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는 온라인의 세상이 오프라인의 세상과 연결되고 자연스럽게 경계가 모호해지는 가운데 하나의 새로운 환경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우리 모두는 수집가처럼 어떤 경험들을 채집한다. 그리고 어떤 벽에도 굴하지 않고, 경계를 넘나드는 것, 사고나 공간의 빠른 전환에 익숙해져 간다. 여기서 어떤 공간을 선택하고 링크를 타고 넘어가는 것은 일시적 관심과 가벼운 흥미에 바탕을 둔다. 이를 사람들은 어떤 세계에 묶여있기보다는 그 표면 위를 미끄러지듯이 스쳐 지나가면서 움직인다고들 말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위에서 언급한 행위들과 사고가 인간의 역사 이래로 그 어떤 시대보다도 시공간적 제약에서의 해방되고, 전에 없던 자유로움이 새로운 무엇인가를 생산한다고 믿게 된다. 그러나 어떤 태세에서 다른 방향으로의 전환은 유한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과부하를 준다. 이 수많은 전환들의 새로운 결과물들은 흥미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변덕스럽고, 불충실하고, 뭔가 짜임새가 견고하지 않은 임시적인 것들을 생산한다. 예술에서는 어떠한가? 현대의 미술은 거창하고 위대한 목표를 버린 지 오래되었다. 모더니즘 이후에 여전히 무엇인가로 규정하지 못하는 포스트 혹은 네오라고 명명되는 흐름들 속에서의 예술은 아직도 예측불가, 불확실, 불명확, 불안정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예술 또한 지금까지 모든 스타일이 공존하고 되풀이되는 시대 다시 말해 무게감이 사라진 흥미로운 것을 찾아 소비하는 가벼운 것들의 시대로 진입했다.
이번 작업인 <”초월적 접근의 압도적인 기억들”>도 사회적 무게를 거창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일견 가볍고 자유로워 보인다. 여기서 발견되는 것은 잠시 무엇인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도취이자 소소한 일탈, 적절하고 용인될 수 있는 반칙, 논리적이지만 논리가 없다. 따라서 이 작업은 지금 시대에 동화된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것은 단순히 가볍게 만들고 무가치하고 평범한 것에 가까워지게 만드는 흥미로움을 추구하는 예술이 아니다. 오히려 예술에서 과도한 의미 부여와 과장된 논리들, 혹은 철저히 가볍고 표피적인 대량생산과 소비로 점철된 가볍고 흥미로 가득 찬 세상을 경계하는 본질적인 테제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예술에서 어떤 작가가 주장하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무형의 생각과 실체화된 작업이 과연 일치할 수 있는가? 최근의 미술에서 볼 수 있는 의미로 충만하기보다는 스펙터클을 추구하는 작품들은 과연 지금 이 시대에 어울리는가? 위에서 살펴본 대로 이렇게 쉽게 흥미로워하고 빠르게 흥미를 잃어가는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이미 동시대의 공간은 변하였고 지금도 변해가고 있는 중이며, 예술은 점점 더 현실과 타협하고 자신의 위치를 낮춤으로써 모든 것이 공존하는 흥미로운 시대이다. 예술에서 관객들이 발견하는 흥미는 순간적인 큰 자극으로 다가오지만,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지속하지 못하는 가벼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흥미들로 인해 시각적인 느낌과 유희를 중요시 여기며, 그 어느 때 보다 빠르게 자극들에 반응하는 지각적이고 감각적이며 표피적인 시대를 만들어간다. 우리는 그의 작업에서 이러한 시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가벼움이 본질인 현재의 공간은 어떻게 구조화되고 변해가는지, 이런 세상에서 새로운 일탈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이러한 흥미로운 것을 소비하는 시대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구조화되고 움직이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필자는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새롭게 쓰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든다. 그러나 아마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며, 정해져 있는 마감 시간에 의해 시간이 다할 때 글쓰기를 마무리할 것이다. 같은 시간 동안 작가도 엄청나게 많이 찍어놓은 영상 소스들을 선택해서 정리하면서 편집하고 있을 것이고, 매 순간마다 편집에 대한 생각과 방향이 달라져 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시에 맞추어 어느 순간에 편집은 멈출 것이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다시 관객들의 몫으로 넘어가 그들의 관심을 유발할 것이지만, 지금까지 위에서 살펴본 것들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것으로 변해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필자의 글이 시작됨과 동시에 <”초월적 접근의 압도적인 기억들”>은 이미 제목과 어긋난 것처럼 작품과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을 것을 예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행위로 작업을 기술하려는 것은 이런 묘한 상황을 유발하는 요소들을 통해 흥미롭고 가벼운 시대를 가볍게 관통하고 있는 작품의 흔적을 기록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 흔적들이 관객들이 이번 작업을 읽어내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여 작품과의 공명을 이루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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