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덕
I Am Not Expensive 2008, mixed media, 284x700x50cm
이용덕
Wash Up 04243 2011, mixed media, 80x190x12cm
이용덕
Aurora Wave 2018, video, loop
이용덕
Black Corridor 2018, FRP, 241.5x241.5x15cm
이용덕
Giggling 11068 2011, Mixed media, 83x200x17cm
이용덕
Narcissus 001281 2000, FRP, SUS tray, water, 240x240x50cm
이용덕
Philip,Newyork 083182 2008, 210x100x12cm
이용덕
Reading 06384 2018(2006), Mixed media, 160x200x18cm
이용덕
Self-Dialogue 2018, FRP, wood, glass, electromagnet, motor, 190x110x150cm each (2 pieces)
이용덕
Standing 110782 2012(2011), Mixed media, 170x110x12cm
이용덕
Walking 063281 2006, Mixed media, 205x95x18cm
이용덕
Windy Hills 040985 2018, Mixed media, 150x115x30cm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은 2018년 8월 23일부터 2019년 1월 6일까지 조각가 이용덕(1956~ )의 개인전 《불가분 INDIVISIBILITY》을 개최한다. 이용덕은 음각으로 새겨진 조각이지만 양감이 느껴지는 독특한 부조 ‘역상조각(Inverted sculpture)’ 의 창시자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이용덕 작가가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최하는 첫 개인전으로서, 향후 서울과 상하이 전시까지 이어질 긴 여정의 첫 걸음이다. 본 전시에서는 모터와 자석 등을 활용한 대형 신작들과 더불어 국내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기존 역상조각 작품들까지 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용덕은 추상화인 단색화가 화단을 풍미하던 1980년대 중반, 일군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 미술의 현실 대면을 추구하는 <현상전(Present-Image)>에 참여하며 구상미술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했다. 그는 음과 양, 안과 밖의 경계에 대한 인식과 모순적 요소들 간의 공존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작품으로 표현했고, 음각이지만 양감이 느껴지는 독특한 부조작품인 역상조각을 창안해 국제무대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역상 조각, 설치, 관객 참여형 미디어 작품 등을 넘나들며 존재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독자적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이전부터 시도해왔지만 역상조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공간 설치뿐 아니라, 처음으로 시도하는 영상, 움직이는 조각까지 대거 선보인다. 이로써 작가는 역상조각 작가로서 부각된 이미지에서 탈피함과 동시에, 세상 만물 존재를 바라보는 작가 자신의 변화된 시각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전에 역상조각으로 ‘음과 양’, ‘안과 밖’과 같은 모순적 요소의 공존을 보여주었던 그는 이제 새로운 작품들을 통해 본디 세상의 모든 존재가 본질적으로 ‘음과 양’ ‘안과 밖’과 같은 언어적 개념으로 양분되거나 나누어져 이해될 없음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붙여진 전시 제목인 ‘불가분’은 사전적 정의로 ‘나눌 수 없음’을 의미하는데, 작가는 ‘존재의 불가분성’을 이야기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파르메니데스(Parmenides, B.C.515~445 추정)를 소환함으로써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전시장에서는 기계 또는 자석을 이용한 움직이는 조각, 영상, 현장 설치 등 다양한 매체와 형태의 작품들을 통해 위에서 언급한 존재에 대한 사유를 확인할 수 있다.
이용덕은 인간이나 사물 등 우리에게 친숙한 대상들의 모습과 행위를 교묘하게 비틀어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시각화한다. 그 예로,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내젓는 커다란 인물 두상 조각들을 보며 우리는 그들이 마치 긍정과 부정을 표현하며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에 따르면 이는 우리가 부여한 의미일 뿐, 두상 그 자체의 존재 방식과는 무관하다. 또한 작가는 존재이자 실존으로서의 우리의 삶의 모습에 대한 통찰을 작품에 담았다. 팽이 형상의 구조물 위에 불안정하게 회전하는 인물 조각들, 반쯤 가라앉은 스폰지 배 조각은 무심코 매일을 살아가며 간과했을 실존으로서의 우리 삶의 숙명적 조건들을 상기시킨다. 이외에도 전시장 벽 곳곳에는 일상적 풍경의 역상조각 작품 20여 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들은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을 사로잡으며 볼록함과 오목함, 안과 밖, 음과 양의 공존을 눈으로 확인시켜준다. 전시작인 < I Am Not Expensive >(2008)는 네 개의 부분이 하나를 이루는 가로길이 7미터짜리 대형 역상조각으로, 같은 장소에서 시간차를 두고 전개된 네 개의 다른 에피소드들을 동시에 보여준다. 어딘가 낯익은 듯한 배경과 인물 이미지에 끌려 다가간 관람객은 볼록해 보였던 형상이 어느 순간 오목했음을 발견하는 특별한 시각적 경험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 아라리오갤러리
기획의 글
아라리오갤러리
작가 이용덕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저마다 그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수식들이 있을 것이다. 역상조각(Inverted sculpture)의 창시자, 1980년대 《현상전(現像展, Present-Image)》 참여 작가, 미술대학 학장을 역임한 교육자. 전시를 앞두고 작가를 처음 만나기 전, 머리 속에 가지고 있었던 이용덕 작가의 이미지는 바로 그것이었다. ‘이용덕’ 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기억하게 한 것은 표면적으로 알려져 있던 정보들의 파편이었다. 그러나 작가를 만나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록, 기존의 인식들이 점차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30년이 넘게 활동한 베테랑 작가임에도 ‘다른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겠다는 그의 의지는 몹시도 확고했다. 그는 이번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의 전시가 이제껏 응축되어 있던 무엇인가를 발산할 수 있는 장(場)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 듯했다.
이용덕은 ‘역상조각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는 사실 작업 초기부터 여러 가지 조형적 실험을 하며 개념적이면서도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1980년대 중반 단색화가 여전히 성행하던 무렵, 사회를 대면하고자 하는 목소리에 뜻을 함께하면서도 과격하고 거친 민중미술과는 달리 세련된 구상미술 조형언어를 추구했던 《현상전》의 참여작가다. 작품의 소재로 일상의 사물이나 길거리의 사람들과 같은 친숙한 이미지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 음과 양, 안과 밖, 모순적 요소들의 공존과 경계에 대한 인식과 같은 철학적 사유를 담았다. 음각으로 되어 있으면서도 멀리서 보면 양감을 지니는 부조인 역상조각 또한 그러한 고민 속에서 시작된 것이다. 작품 속 일상적 이미지가 주는 친숙함과 경이로운 시각적 경험의 공존이 주는 효과는 실로 강력했고 국제무대에 그의 이름을 각인시키기 충분했다. 그런데 그의 이름을 알린 이 표식이 너무도 강렬했던 것일까. 전통 조각, 관객 참여형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꾸준히 해왔음에도 2000년대 들어 그를 수식하는 표현은 어느 순간부터 ‘역상조각의 창시자’로 굳어진 듯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수식이 본의 아니게 작가에게 일종의 굴레가 된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더욱 이용덕 작가가 이번 아라리오갤러리의 전시를 통해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 더욱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개인전에서 이용덕은 역상조각뿐 아니라 새로운 방식들의 신작들을 선보인다. 모터나 전자석을 이용해 움직이는 조각들, 영상, 그리고 현장설치를 아우르는 작품들은 조형적으로나 개념적으로 이전과는 다소 변화된 양상을 띠는데, 작가가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과 방식이 변화한 지점들을 보여준다. 이전에 음과 양, 안과 밖의 공존 등 언어가 부과한 개념적 경계와 이를 기준으로 나뉜 양면성을 인식하고 이를 역상조각 작업으로 풀어냈다면, 이제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들이 본디 특정 경계를 기준으로 양분되어 이해될 수 없는 실존임을 이야기한다. 일례로, 전시장에서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내젓기를 반복하는 두상 조각들을 보면서 우리는 마치 그들이 서로 긍정과 부정을 반복하며 대화하고 있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작가에 따르면 이는 우리가 인위적으로 부과한 의미와 관습에 의해 인식된 모습일 뿐, 그들이 존재하는 방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처럼 작가는 우리가 인위적 기준으로 세상의 존재들에게 개념을 부여하고 경계를 나누어 대상을 인식하지만, 이들은 본질이 아니라는 자신의 관점을 시각화한다. 그리고 작가가 존재를 바라보는 변화된 관점은 자연스럽게 실존으로서의 인간과 그들이 처한 조건들에 대한 사유와도 연결된다. 원뿔 모양의 지지대 위에서 위태롭게 자전하는 인물 조각들과, 수면 아래 절반쯤 가라앉아 있는 스폰지 배 등은 인간으로 태어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왠지 모르게 닮아있다.
전시를 준비하고, 작품들을 마주하며, 작가와 대화를 나눌수록 그의 작품세계가 결코 한두 마디로 설명될 수 없는 복합체라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진다. 이용덕의 작품세계는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며, 동시에 마치 그물처럼 서로를 가로지른다. 현재의 새로운 작업은 과거의 작업과 다시금 만나고 교차하며 새로운 의미들 층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기존의 인식을 부정하며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나아가 스스로 질문 던지기를 반복하면서 기존의 인식마저도 포용하며 나아간다. 이번 전시가 그간 다양한 작품에 자신만의 철학을 묵묵히 담아온 이용덕을 다시 발견하는 기회가 되리라 감히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과연 경계란 있는가? 우리 인식이 만들어낸 수많은 경계들은 존재 자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그것은 또한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의 실존은 무엇인가? 본 전시 《불가분 Indivisibility》 은 이와 같이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진 무수한 질문들과 해답의 실마리들 사이를 오가며 진동한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번 전시는 “이전과 현재의 서로 다른 작업 스타일과 방향을 서로 충돌” 시켜보는 자리에 다름 아니다. 전시에서는 새로운 조각, 설치 작업들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그간 소개되지 않았던 기존의 역상조각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들 모두 이용덕 작가가 진행해나갈 작업의 굵직한 흐름들 중 일부로서, 앞으로의 행보를 예고하는 무언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언제나 그렇듯 이 충돌의 현장 속 가장 중요한 주체는 결국 관람객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용덕의 작품은 일상적인 사람들이나 주변 사물들처럼 친숙한 모습들을 소재로 삼는다. 이는 보는 즐거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이와 같은 연극성은 우리에게 마치 여러 편의 실존주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감상을 제공한다.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의 전시장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이용덕의 작품들이 함의한 다층적 단서들을 발견하는 재미에 어느새 빠질 것이다. 작가가 마치 수수께끼처럼 펼쳐 놓은 수많은 질문들 사이에서 거닐고 작품과 교감하며 관람객 스스로도 다양한 질문들을 던져보았으면 한다.
1956년 출생
폴린 부드리/레나테 로렌츠: 초상
리움미술관
2024.07.18 ~ 2024.11.24
예술, 보이지 않는 것들의 관문
서울대학교미술관
2024.09.12 ~ 2024.11.24
Mindscapes
가나아트센터
2024.10.16 ~ 2024.11.24
부산 청년예술가 3인전 《응시: 세 방향의 시선》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
2024.10.26 ~ 2024.11.24
송준: Blue Eclipse Episode 3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2024.11.14 ~ 2024.11.24
Wherever : 순간이 새겨진 곳
이응노의 집
2024.10.29 ~ 2024.11.24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
이천시립월전미술관
2024.09.26 ~ 2024.11.24
송영규: I am nowhere
갤러리 그림손
2024.10.30 ~ 2024.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