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억 개인전: 붉은 얼굴

2018.08.29 ▶ 2018.09.23

갤러리 조선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64 (소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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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8년 08월 28일 수요일 06: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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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억

    애월해변 화첩에 분채와 수묵, 35x98cm,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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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억

    안덕곶자왈 화첩에 분채, 34x46 cm,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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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억

    덕숭산III 화첩에 분채, 33x50cm, 2018

  • Press Release

    갤러리조선은 2018년 8월 29일부터 9월 23일까지 이호억 작가의 개인전 <붉은 얼굴>를 진행한다. 이호억은 종이와 먹을 주재료로 하여 동시대 한국화 혹은 수묵화의 영역을 연구하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 이호억은 본인에게 주어지는 고립과 침전의 시간 그리고 내면의 속삭임들을 온전히 받아들인 후, 이러한 내용을 다시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선보이고자 한다. 그에게 종이는 단지 추상적 이미지가 담기는 하나의 표면이 아니다. 그에게 종이는 촉각의 감각이 존재하고 감정에서 드러나는 표정이 존재하는, 마치 피부와 같은 물성을 간직하고 있는 매체이다.

    “나는 종이를 피부와 같다고 인식한다. 잘 찢어지고 다시 붙고 피나고 번지고 하는 특징이 종이와 같은 물성으로 느껴진다. 내가 그리는 산수풍경은 신체의 일부이거나 표정의 주름을 표현한 것이라 말하면 가장 근접한 설명이 될 것 같다. 얼굴을 만지듯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마른 붓과 묵힌 먹, 그리고 분채와 석채로 감정(마음)을 담아 종이에 남긴다.(작가노트 중)”

    이러한 작업에 대한 이호억의 태도는 작업을 할 때에도 드러난다. 그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숭고함을 표현하기 위하여 흡사 종교적 의식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작품에 대한 태도와 몸짓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연약한 피부와 같은 종이 위에 천천히 수놓듯 선을 이어간다. 스스로 선택한 고립과 고독으로부터 출발하여 작가의 내면에 켜켜이 쌓인 어두운 침전의 시간은, 이후 피부 위로 표현되는 작가의 세상으로 새로이 태어나게 된다. 이호억은 그의 내면과 마주하여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풍경을 바라보고 현장에서 그려야지만 그의 내면과 마주하며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위에 언급된 작가의 시선은 어쩌면 개인적 감각의 영역에 대한 이야기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호억은 자신의 작업을 개인적인 자리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그가 스스로의 작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동서양이라는 구분을 넘어 시대적 흐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에도시대 이후, 근대화를 도모하며 나타났던 일본화의 변천과정에서부터 중국에서 서예를 근간으로 시작된 화풍에 이르기까지 동양화에 대한 그의 식견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이호억의 작업은 가히 범아시아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작가노트

    나는 사방이 가로막힌 이곳에서 나아 갈수도 돌아설 수도 없었다.
    나의 고통. 억울함. 좌절. 망연자실함 속에서도 살아가려는 희망은 시시각각 절망으로 다가와 무력하게 발버둥치는 나를 더욱 확인시킬 뿐이었다.
    위리안치圍籬安置. 나는 스스로를 유배시켰다. 인간관계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큰 영광 뒤에 그늘처럼 나의 무력함은 수면 아래로, 아래로 나를 침전시켰다. 감정이 바닥에 닿았을 때. 더 도망칠 곳이 없어졌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놀이가 시들해졌을 때. 나는 나의 내면을 마주하여 나의 의식이라는 실체를 마주 할 수 있었다. 고립으로 마주한 산수풍경 그 자체를 그리드 삼아 나의 의식(생각)과 감정이 투박하게 걸리기 시작했다. 마른 붓과 묵힌 먹으로 그려진 산수는 아주 느린 속도로 그려진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중요한 말인 까닭에 천천히 말하고 선택하여 필요한 말만 해야 했다.
    나는 사생수묵 작업을 할 때에 온몸을 사용하는 편이다. 고정된 팔과 손목. 가능한 척추와 어깨를 사용하여 발가벗은 채(의식적 발가벗음) 온몸을 사용하여 그린다. 금처럼 아껴 묻힌 먹을 온전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온몸의 근육과 운동에너지를 집약시켜 쏟아내야 한다.
    내가 종이를 대하는 자세는 인간의 피부를 대하는 것과 같다. 잘 찢어지고 다시 붙고 피나고 번지는 물성이 언제나 ‘피부’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피부’에 움직이지 않는 나무와 바위를 그리드 삼아 ‘사람의 표정’을 주름으로 잡아낸다. 내면을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고립과 침전에서만 이 감정에 닿을 수 있다. 인적 없는 숲과 해안선에서 그려진 사생수묵 작업은 피부를 매만지듯 아주 천천히 그려졌다. 내면을 끌어올리는 이 장치는 철로 만들어진 잿빛 프레임에 들어갈 것이다. 연약한 종이의 예민함이 더욱 강조될 수 있도록 연출한다.
    제주로 떠나 사계의 비와 바람을 맞으며 나는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한줄기 해방감을 느꼈다. 도피와 고립이 뒤엉키고 원망과 그리움이 뒤엉킨 채 외부인으로 살아갔다. 원시림에 들어가서 한참을 관찰하느라 온몸에 풀독이 올라 고생했고, 인적 없는 등대에 올라 식은 용암을 그리다 해경들에게 에워싸이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홀로 맞이하는 이 씁쓸한 외로움을 더 이상 아픈 것이라 여기지 않고 내가 평생 안고 가야할 숙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흔들리는 산수풍경과 박제된 듯 고정된 동물을 그려오던 나는, 이것들을 수면 아래로 침전시키기로 했다. 태평양 외딴 섬에서 일본인에게 빌린 물안경과 오리발에 의지하여 해저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깊은 바다로 멀리 둥둥 떠내려 간 적이 있다. 심연의 공포와 작고 약한 나를 느끼며 둥둥 떠내려갔다. 육지로 헤엄쳐서 돌아오는 중에 바닷물을 얼마나 마셨는지 모른다. 일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수면아래 열대어와 산호 군락의 별천지가 기억에 남아 꿈틀거린다. 수면 위 인간계의 잿빛현실과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 아니 죽으려했던 의지도 망각했던 수면 아래에서의 유영. 이 고립의 시간과 침전의 시간은 수면아래 ‘나의 발견’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이는 무명의 숲에서 겪었던 어둠의 시간과 같은 맥락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았다. 문명으로부터의 박락은 이전에 알 수 없었던 관조觀照의 눈을 뜰 수 있도록 했다.

    2018. 07.16. 이호억

    전시제목이호억 개인전: 붉은 얼굴

    전시기간2018.08.29(수) - 2018.09.23(일)

    참여작가 이호억

    초대일시2018년 08월 28일 수요일 06:00pm

    관람시간10:30am - 06:30pm

    휴관일월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조선 gallery chosun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64 (소격동) )

    연락처02-723-7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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