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오륙도 망치, 14x14x30cm, 2009
박주현
고독 다딤이, 방망이, 14x14x30cm, 2009
박주현
결투 가위, 35x40x60cm, 2008
박주현
기다림-2 도끼, 13x13x40cm, 2008
박주현
기다림-1 장도리, 14x14x40cm, 2007
박주현
사랑 빨래방망이, 20x20x30cm, 2009
박주현은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도구를 빌어서 이야기해왔다. 엄밀히 말하자면 도구를 만들기 위한 도구의 자루’를 이야기 전달을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 그는 본래적 기능수행과 지지대라는 도구 머리와 자루의 역할적 위계를 역전시켜서 이야기의 토대와 구현체라는 새로운 도구성과 장소적 의미를 부여한다.
조각가 박주현에게 도구는 재료인 동시에 소재이다. 그는 도구와 도구적 인간이 이룩한 세계, 그 안에서 욕망하는 인간의 모습들을 도구의 자루에 극소형상으로 새겨 넣는다. 그리하여 그의 <도구 이야기>는 감성과 이성이 충돌하며 유목과 정주, 구속과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는 동시대인들의 모순적 욕망을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상징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이 본 이야기, 제3자로부터 들은 이야기, 그리고 제3자적 관점에서 전하는 자신의 이야기 등 특정 서술시점이나 일정한 서술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있다. 또한 시간적 전후 관계나 기승전결의 일관된 내러티브도 없이 수평적으로 펼쳐 놓아서, 개별 에피소드들의 (실재와 상징, 상상의) 시공간들이 교차하며 작가적 우주를 이룬다.
도구 위에 올려 진 에피소드들은 애초의 작가적 서술시점에 상관없이 연극적 상황을 연출하며, 누구보다 먼저 조각가 박주현을 서정적 심리 공간과 대면하게 한다. 낡은 도구와 자루, 그리고 그 안에서 (혹은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형식 구조는 세계 안에서 인간의 자율적 의지와 시도 그리고 순환적 한계를 경험하게 한다. 그는 자신의 <도구 이야기>를 도구에 새겨 넣으면서, 자신이 새겨 넣고 있는 이야기를 보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도구로부터 듣는 듯한 행위 주체의 혼란을 유발한다. 그리고 자신의 창작행위를 포함하여, 도구적 인간이 창조한 도구문명의 세계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행위에 내재한 자기 복제성 혹은 자기 반복성에 직면하게 한다. 이러한 작가적 경험은 멜랑꼴리한 감성을 자아내며, 스스로 이루어낸 기술문명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문제라는 동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조각가 박주현은 자신이 바라본 인간 군상들의 모순적 욕망과 한계를 질타하거나 비판하기 보다는 도구와 인간의 심리적 대결구도 속에서 독특한 골계를 이끌어낸다. 그의 <도구 이야기>는 해학과 유머, 반어적 모순을 오가며 자신이 이룩해낸 기술문명으로부터 소외되어 하나의 도구로 전락한 우리 스스로로 하여금 창조적 인간 존재에 관한 물음을 던지도록 한다. 그리고 예술가의 도구적 행위가 지닌 사회적 역할과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끊임없이 묻게 한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도구를 쥐고 선 지점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되는 지점, 그리고 이야기의 토대와 구현체를 연결하는 또 다른 구현체인 바로 그 지점에서 해답을 찾은 듯하다. 첫 개인전에 이은 이번 <도구 이야기>에서 도구 개체들을 결합하여 만든 의자와 새의 형상은 도구 사회와 도구적 인간의 이질적 관계를 회복시키는 매개지점, 즉 ‘사이’ 장소의 역할에 대한 은유적 상징으로서 작가적 성찰이 돋보인다.
-SONGE(예술학,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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