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구: 먼 그림자
2018.10.18 ▶ 2019.01.13
2018.10.18 ▶ 2019.01.13
전시 포스터
강경구
우러라 우러라 캔버스에 아크릴, 110x259cm, 2018
강경구
우러라 우러라 캔버스에 아크릴, 110x259cm, 2018
강경구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합판에 수묵, 244x244cm, 2018
강경구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합판에 수묵, 244x244cm, 2018
강경구
DMZ 합판에 판각, 61x58x122cm, 2018
강경구
먼 그림자-썰물 캔버스에 아크릴, 194x259cm, 2018
강경구
먼 그림자-아름다운 것들 캔버스에 아크릴, 194x518cm, 2018
강경구
흐르지 않는 강 캔버스에 아크릴, 259x388cm, 2018
강경구
흐르지 않는 강 캔버스에 아크릴, 259x388cm, 2018
강경구
무제 종이에 혼합재료, 109.5x79cm, 2018
강경구
무제 종이에 혼합재료, 109.5x79cm, 2018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작품세계가 탄탄하게 확립되어 있으면서도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개인전을 개최해 왔다. 2012년 ≪판타스마고리아: 김구림의 여정 2012≫을 시작으로 ≪역사적 상상: 서용선의 단종실록≫(2014), 차명희 개인전 ≪숲으로 가다≫(2017)에 이어 올해는 강경구 개인전 ≪먼 그림자≫를 개최하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 미술∙디자인대학 회화과 교수로 재직해왔던 강경구는 자신에게 불러일으킨 감정과 정서를 회화에 과감하게 내뿜는 표현주의적인 작업을 해왔다. 종이와 수묵에서 캔버스와 아크릴로 옮겨오며 강경구의 작업은 더욱 자유분방해졌다. 자유롭게 드러나는 색채감은 작품에 생명력을 더하며 작가가 주위 풍경과 일상을 통해 느끼는 정서를 더욱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은 모두 지난 3년간 제작한 신작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지축을 흔들어 놓을 만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침몰하는 세월호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렸고, 국가를 제멋대로 주무르는 한 개인의 존재에 분노했으며, 수치심과 두려움에 입을 열지 않았던 성폭력/폭행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구에 회자되었던 많은 유명인, 정치인들이 여러 가지 혐의로 법정에 섰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고 남북한 정세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강경구 개인전 ≪먼 그림자≫에는 이러한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깊은 한숨이 배어 있다. 작가가 지속해서 그리는 대상은 산과 물, 나무와 같은 자연, 그리고 인간이다. 강렬한 색채와 힘 있고 간결한 필체로 그린 인간의 형상은 마치 거인처럼 바다로 보이는 물을 건너고 하늘과 땅 사이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그런 모습이 어딘지 강하게만 느껴졌다. 이번 전시의 전시명과 같은 제목의 <먼 그림자> 연작에 등장하는 인간 또한 기존의 그의 작품처럼 캔버스를 가득 메울 만큼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 주변의 물과 나무, 바람에 어쩌지 못하는 힘이 없고 나약한 존재로 느껴진다. 특히 <흐르지 않는 강> 연작의 계단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인간 군상은 더없이 무기력하게 보인다. 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계단은 이 나라의 정치적 지형을 흔든 촛불집회가 벌어진 광화문 광장의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곧바로 연상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변화를 위해 모였고 촛불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단에 서 있는 사람들은 그 계단을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한 채 삼삼오오 모여 있다. 서로 가까이에 있지만 의지하기는커녕 아예 상대방의 존재를 의식하지도 못한 채 어깨가 처져 있다.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소통되지 않는 사회, 점점 심해지는 이념의 양극화, 그 속에서 실망하고 낙담한 사람들의 군상이다. 이러한 인간의 군상은 <우러라, 우러라> 연작으로 이어진다. 사람의 형상처럼 보이기도 하고 괴암 혹은 산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작업은 작가가 한강변에서 발견한 식물을 그린 것으로 작가는 한강변에 괴이하게 자란 넝쿨 더미에서 서로 엉키고 설키어 꼼짝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본 것이다. 이처럼 강경구는 우리 사회를 유토피아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것을 제안한다. 그의 드로잉에서 보이는 것처럼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구조물과 삐뚤삐뚤하게 쌓여 있는 건물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인간의 형상 그것이 바로 그가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자 그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인 것이다.
강경구가 작품명으로 사용한 ‘우러라, 우러라’를 차용해 온 고려시대의 가요 「청산별곡」이 속세를 떠나 청산에 살고 싶으나 그러지 못하고 현실에 머무를 수 없는 화자의 마음을 노래한 것처럼 그의 작품 앞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을 외면 할 수 없을 것이다.
■ 강성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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