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희
관람자들#1 112x162cm, 한지에 채색, 2019
전은희
관람자들#2 112x162cm, 한지에 채색, 2019
전은희
관람자들#3 112x162cm, 한지에 채색, 2019
전은희
관람자들#4 112x162cm, 한지에 채색, 2019
전은희
관람자들#5 112x162cm, 한지에 채색, 2019
전은희
관람자들#6 112x162cm, 한지에 채색, 2019
전은희
관람자들#7 130x200cm, 한지에 채색, 2019
전은희
관람자들#8 97x145, 한지에 채색, 2019
전은희
관람자들#10 200x240cm, 한지에 채색, 2019
영은미술관은 창작스튜디오 11기 입주작가 전은희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전은희는 일상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아 간과되는 것에 주목한다. 본 전시를 통해 작가는 지나쳐버리기 쉬운 장소, 사건, 사람들에 대한 ‘다시 보기’를 요청한다.
일상이란 너무나 평범하여 따분할 수도, 너무나 절실하고 긴박한 순간의 연속일 수도 있다. 오랜만에 사람들과 만나 ‘그동안 잘 지냈어?’라는 식의 인사를 건네면, ‘잘 지냈다’거나 ‘늘 그렇지 뭐’라는 식의 답변을 형식적으로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런 질문에 대하여, ‘잘 못 지낸다’라거나 ‘왜 사는지 모르겠어’라는 예기치 않은 답을 한다면, 그리하여 인간 존재의 심연을 건드리는 대화를 시작한다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며 시작하는 하루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체감시키고, 뉴스는 날마다 새로운 이슈를 통해 바람 잘 날 없는 분쟁거리를 증폭시킨다. 인간 존재는 분리된 개별적 주체이면서도 결국 동시에 역동적인 세상, 타자들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를 염두에 두면 “누구에게나 이렇게 최소한의 준비나 계획을 세울 겨를도 없이 예기치 못한 사건이나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작가의 말을 수긍할 폭을 갖게 된다. (익숙한 문구이겠지만) 누군가 평범히 지나쳐버린 하루는 누군가에게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전은희의 이번 전시는 이처럼 누군가 난관을 마주한 ‘저기’의 상황을 ‘지금 여기’로 소환한다. 작품 제목이자 전시 제목인 ‘관람자들’은 “…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 전쟁으로 불타고 있는 자신들의 터전을 바라만 봐야 하는 사람들, 내전으로 부상당한 병사들이 누워있던 벌판에 놓인 침대를 지키는 병사,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 사회적인 문제들로 일방적인 내몰림을 당해 막막한 땅위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기약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살아 있으나 현실은 그들을 이름 없는 사람들로 만들고 말았다.”(작가 노트 中) 그런데 작품 속 인물들의 얼굴이 모호하다. 모호해진 얼굴들은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버린 수많은 행인들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생사의 기로, 극도의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인터뷰를 보지만 결국 그 얼굴 역시 스쳐 지나간다. 말 그대로 그냥 지나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인이 나를 ‘바라본다’는 그의 시선을 인식하는 순간, 나는 비로소 그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시선의 교차라는 순간에서야 타인의 얼굴을 만나게 된다. 전은희의 작품은 관람자인 우리에게 외면하고 배제했던 존재들을 상기시켜, 고통의 곁에 서게 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작가는 “인간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평등한, 모든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가 되어야 하며 ‘나’라는 존재가 ‘당신’일 수 있으며, ‘당신’이라는 존재가 ‘나’라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길 바란다.”고 전한다. 문화학자 엄기호는 고통을 겪는 이와 그 곁에 선 이를 만나오며, “곁의 역할은 고통을 겪는 이가 자기 고통의 곁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고통을 겪는 이는 대체로 바깥은 붕괴하고 자기에게 함몰되어 있는 상태다. 그렇기에 그에게 곁이 존재한다면, 그 곁은 ‘아직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증하는 희망의 근거가 된다.”고 언급했다.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中) 이번 전시를 통해 한 개인과 접한 또 다른 개인, 집단, 장소, 환경 등을 인식하고, 시선의 교차가 있는 ‘새로운 눈’으로 이 세상과 타자를 마주하는 사색의 시간을 향유하기 바란다. ■ 선우지은(협력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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