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畵歌 화첩: 심상공간心象空間
2019.04.11 ▶ 2019.06.14
2019.04.11 ▶ 2019.06.14
전시 포스터
김민주
심경 장지에 먹과 채색_각 70×200cm(8폭)_2018
김민주
심경 장지에 먹과 채색_각 70×200cm(8폭)_2018(부분)
김민주
산수별곡 장지에 먹과 채색, 스피커, 작곡가협업곡_20×230cm_2018
김민주
사유문답-책상 위 책상 속 산수 장지에 먹과 채색_72×212cm_2017
김민주
문답집 순지에 먹, 직접 만든 화첩_33×40cm_2017
김민주
사유의 섬 장지에 먹과 채색_66×96cm_2017
김민주
사유의 섬 장지에 먹과 채색_66×96cm_2017
김민주
휴가 장지에 먹과 채색_135×230cm_2014
진민욱
소소경逍小景 비단에 수묵채색_135×153cm_2019
진민욱
오송song도 五松song圖 비단에 수묵채색_130×160cm_2019
김민주
빈 배 가득 밝은 달만 장지에 먹과 채색_130×320cm_2014
진민욱
소소경逍小景 비단에 수묵채색_88×127cm_2018
진민욱
미미경微美景 비단에 수묵채색_53×70.5cm_2018
진민욱
삼산리소경三山里小景 장지에 수묵채색_121.5×171cm_2018
진민욱
방배춘춘方背春春 장지에 수묵채색_121.5×171cm_2018
진민욱
홍지소경弘智小景 비단에 수묵채색_83×168cm_2017
진민욱
관매화산금觀梅花山禽 장지에 수묵채색_각 50×72.5cm(10폭)_가변설치_2017(부분)
진민욱
관매화산금觀梅花山禽 장지에 수묵채색_각 50×72.5cm(10폭)_가변설치_2017
일상에서 조우(遭遇)한 심상의 기록
화가(畵歌)전은 한국화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매해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여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자 2010년부터 진행해왔으며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화가전은 명실상부한 신진작가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해 왔으며, 수묵과 같은 전통매체의 실험부터 다양한 사회적 이슈까지 매회 각기 다른 주제로 총 59명의 작가들과 동시대 미술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해왔다.[1] 작가들의 성장과 변모를 지켜보며 한국화의 다양한 지향과 가치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한국화의 미래를 위한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다.
제10회 화가(畵歌)전은 한국화 작가들이 동시대적 감성과 시선을 바탕으로 현시대의 문화적 요구를 자신만의 예술관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였다. 전통은 흐름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연장선 속에 있다.[2] 이렇듯, 현대 한국화는 전형적인 형식을 탈피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화의 확고한 정체성을 담보로 진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소재, 기법, 화면 구성에서 거침없는 실험과 연구를 거듭하는 김민주, 진민욱 작가를 조망하여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한국화의 미(美)를 담고자 한다. 화첩(畵帖)은 감상과 보관을 위해 그림을 일정한 간격으로 접어서 엮은 책을 말한다. 그리고 취향에 따라 소재별로 엮기도 하고 같은 주제와 화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작가의 작품 경향과 특징을 파악하고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쓰이기도 한다.
인문지리학자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은 그의 저서 『장소와 장소상실(PLACE AND PLACELESSNESS)』에서 “직간접으로 경험한 장소에 정서를 입히고 독특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은 개성·기억·감정·의도를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조합하는 것이다"라고 역설한다.[3] 그는 장소를 인간의 의도가 담기는 산물이자 인간의 활동을 위한 의미 가득한 환경으로 이해하고 있다. 익숙한 집이나 동네에서부터 낯선 여행지, 실재하는 장소, 가상의 장소, 과거·현재·미래가 뒤섞여 있는 장소의 다양한 시간적 층위들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장소는 매우 섬세하고 복잡한 대상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관점을 통해, 본 전시는 두 작가의 심미적 시선으로 ‘장소’를 어떻게 지각하고 경험하면서 의미화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일상의 풍경과 친근한 소재들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시공간으로 창조한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한다. 작가들은 한국화의 담담한 표현영역들이 자신들의 심상과 연결되어 현재와 어떻게 소통할지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그들이 재현한 풍경들은 현실의 사물과 중첩되어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에서 관계 맺은 경험의 산물을 형상화한다.
김민주는 동양사상의 근원을 이루는 이상세계를 자신만의 비유로 표현한다. 그녀에게 있어 자연은 삶의 공간이자 사유의 기반이다. 작가는 이상적 산수를 현실 공간에 담아내는 유쾌한 상상을 시도하며,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실 세계에 여유를 전한다. 그녀는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보았던 경치들, 생활공간인 집과 건물 등을 편집하여 현실적인 공간이 녹아있는 이상적인 자연을 그려낸다. 도시에서 사는 우리들이 자연을 막연한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녀가 자연을 관조하여 그려낸 작품은 도시인의 삶에서 급박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도시의 비정상적인 생태를 지각할 수 있게 한다.
그녀의 초기작은 〈어락도(漁樂圖)〉,〈어초문답도(漁樵問答圖)〉와 같은 전통 화재(畫材)를 차용하여 구현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화면 속 풍경들은 숨을 돌리고 생각도 하면서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으로 재해석한 곳들이다. 익숙한 건물 등 일상 풍경에 상상의 개입을 허용하면서 특별한 공간을 재구축했다”라고 말했다. 작가 자신을 연꽃에 의인화하거나 반은 사람, 반은 물고기 형상을 가진 상상의 존재에 대입시켜 연못 사이를 노닐며 유유히 헤엄치기도 하고, 자연을 배경으로 다이빙을 한다거나 언덕을 오르기도 하는 등 현대인의 심상(心狀)을 담아 표현했다. 이처럼, 공간의 경계 사이에 현실 속의 낙원을 형상화함으로써 소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낼 뿐 아니라 작게 그려진 상상 속 인물의 정서적으로 친근한 몸짓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첫 선을 보이는 〈휴가〉(2014)는 한옥이나 단독주택, 빌라의 공간 속에 자연을 배치한 풍경화이다. 두 공간의 혼재(混在)를 통해 시공간적 한계와 사회 현실을 벗어나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진 인공정원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의 정원을 거닐며 화면 위를 자유롭게 누비고 삶의 여유를 되짚어 볼 수 있게 한다. 〈사유문답-책상 위 책상 속 산수〉(2017)는 공간을 책상과 책꽂이가 있는 서재로 비유하고 응축된 심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기존의 정적인 설치방식을 탈피하여 평면에서 입체적으로 유연한 변화를 보여주는 등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책상과 섬, 그리고 빈 배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관객들에게 ‘나’를 오롯이 되돌아보며 회상하고 ‘나’의 정체성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을 떠올리게 하고, 그것은 곧 ‘사유의 섬’과 연결된다.
〈심경〉(2018)은 여덟 폭의 대형 병풍에 조선시대〈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를 참조한 산수화로 시각적 흐름을 통한 화면의 공간구성과 동양적 투시법을 반영했다. 시선의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전체를 볼 수 있고, 다각적인 시선은 구체적인 대상을 떠나 시적 경치를 이룬다. 이처럼 느슨하고 시적인 방식은 관객의 자유로운 연상을 유도하는 시각적 흐름을 만들어낸다. 손영웅 작곡가와 협업한 〈산수별곡(山水別曲)〉(2018)은 첼로, 피아노, 플롯 3중주곡으로 자연에 대한 현대인의 시선과 열망, 이미지를 곡에 담아냈다. 작가의 시선을 작곡가의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여 연주로 풀어냄으로써 예술가의 시각적 요소가 음악가의 청각적 표현으로 새롭게 전환되는 지점을 함께 보여준다. 김민주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가 펼쳐왔던 상상의 공간을 전통회화의 배경 속으로 도입시키면서 보다 확장되고 다양한 공간을 구성한다. 사유의 표현방식에 집중하여 가변적 특징을 살린 설치작업을 통해 전통회화와 현대미술의 간극을 좁히는 시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진민욱의 작품은 낯선 풍경들에 관심을 두고 우연히 마주친 사물들과 장소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한다. 그녀의 작업에 있어서 ‘상춘(常春)’이라는 단어는 “항상 봄이 계속된다”라는 최부(崔溥)의 『표해록(漂海錄)』 에 등장하는 문학적 표현으로 조형적인 바탕을 이루는데 큰 맥락을 차지한다. 여기에서 ‘춘(春)’은 계절상의 봄을 뜻하기보다는 삶 속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며 잠깐의 휴식과 안정감을 느끼는 심리적인 상황이나 시기를 뜻한다.
진민욱은 현장 사생을 통한 철저한 분석과 함께 작가가 매료된 대상을 그렸다. 그녀는 문득 마주친 특정 장소와 그곳을 기억하는 매력적인 자연물에 매료되어 이를 그림으로 기록한다. 이 대상들은 그녀의 눈과 마음을 자극하고 영감을 주는 매개들이자 작품의 소재가 된다. 도심 속에서 발견한 소재는 작가 특유의 회화를 선보이기 위한, 자신의 예민한 감성이 투영될 대상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작가는 일상이 마주하는 풍경들을 전통회화의 실경관찰법으로 바라보면서 사진, 드로잉, 녹음 등 다양한 형태로 수집하고 지역기관의 생태조사 보고서를 참고하는 등 이 과정에서 파생된 여러 감정을 회화로 옮긴다. 무심히 지나쳐버린 것들의 흔적을 기록하며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소재들과 작가의 교감이 발생하게 되는데, 부분적으로 확대하거나 콜라주처럼 조합한 구도는 그 의도를 반영한 결과물인 것이다. 동시에 대상을 접했을 때의 정서적 감정의 접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진민욱은 비단에 분말 안료(석채, 분채)를 주재료로 삼는데, 이 작업은 비단의 재료적 특징을 살려 뒷면에 반복적으로 색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전통회화의 채색기법을 활용하여 담백한 색채를 구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찰의 척도에 따라 구분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각 시기의 대표 작품을 선별하여 구성한다. 그 중〈소소경(逍小景)〉시리즈는 습관처럼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일상의 작은 풍경에 초점을 맞춘다. 〈관매산금(觀梅山禽)〉(2018)은 레지던시 입주 기간 머물렀던 대구의 한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는 매화나무와 창덕궁의 고매화(古梅花)인 성정매(誠正梅)를 다각적으로 포착하여 생태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서식하는 새들의 종류를 연구한 뒤 그 특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그녀의 작품은 머무른 장소 각각에서 채집이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지명들은 작가가 거주하는 동네이거나, 지방을 오가며 답사한 장소들이다. 원근법이나 투시법에 국한하지 않고 작가가 움직이는 시점에 따라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수집한 대상을 화면에 재구성했다. 지금은 청주시에 소재한 KTX 오송역을 지나치며 관찰해온 바깥 풍경을 그 지역에 서식하는 새들과 나란히 배치한 작업으로 기억이나 감정을 관람객들에게 상기시키는〈오송Song도(五松song圖)〉(2019)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상으로 살펴본 김민주, 진민욱 작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의 감정과 일상에서 받은 영감들을 주변 사물에 빗대어,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과 수묵화 기법으로 정체성을 확립한다. 작품 속에 배치된 공간과 사물들은 관객들의 시선 속에서 환기된다. 감정, 추억, 기억 등 개인적인 소재들은 뒤섞여 새로운 상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우리 주변의 익숙한 풍경인 듯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감각의 스펙트럼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삶의 공간에 의미와 가치에 대해 성찰할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한국화의 정체성과 한국화의 현 위치를 실험적인 자세로 연구하는 신진작가들을 통해 동시대 미술로서 독창성과 경쟁력을 갖추는 오늘날의 한국화를 되짚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재)한원미술관 큐레이터 전승용
* 각주
[1] 역대 화가(畵歌)전 참여작가: 2019(김민주, 진민욱), 2018(김태형, 소미정, 서인혜, 조원득), 2017(민재영, 정희우), 2016(기민정, 박한샘, 설박), 2015(김남수, 문기전, 이나림), 2014(백승아, 양유연, 이시원, 이자용, 이지영, 이현호, 전병윤, 김은형, 오숙환, 이정배, 임채욱, 정종미, 조환), 2013(유희은, 이주희, 이효정, 최재형, 허현숙), 2012(김예찬, 변혜숙, 이소발, 정빛나, 정헌칠, 최미연, 최현석), 2011(강희주, 김가영, 김윤아, 김은술, 문활람, 이미연, 이창원, 임남진, 임희성), 2010(김신혜, 김진아, 권인경, 고영미, 고은주, 박미진, 이기연, 유갑규, 윤대라, 윤정원, 황나현)
[2] 김백균. (2006). 예술과 전통 그리고 정체성. 현대미술학 논문집, (10), p.23. 참조.
[3]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 김덕현․김현주․심승희 옮김, 장소와 장소상실(PLACE AND PLACELESSNESS), 논형, 2005, p.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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