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안중경
얼룩 oil on canvas, 162x112cm, 2018
안중경
검은 산 oil on linen, 116.5x80cm, 2019
안중경
검은 산 2 oil on canvas, 145.5 x 112cm, 2019
안중경
만남 oil on canvas, 130x162cm, 2019
안중경
헤어짐 oil on canvas, 162x260.5cm, 2019
안중경
봄 산 oil on canvas, 130 x 162cm, 2019
안중경
바위 oil on linen, 116.5 x 80cm, 2019
안중경
얼굴 oil on canvas,65x53cm,2018
플레이스막 연희 에서는 5월 3일부터 5월 26일까지 안중경 작가의 ‘얼룩’ 회화전시가 열린다. 안중경 작가는 인물과 풍경이라는 전통적인 소재에 작가가 오랜시간 연구해 온 색채와 채색방법으로 인상적인 풍경과 얼굴들의 그림을 제시한다. 시대를 가늠하기 어려운 풍경과 인물들의 보편적이고 시간을 초월한 이미지는 내면의 오랜 고독과 사색, 계절을 소환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회화에 천착하여 긴 시간 그림으로 말을 건네는 작가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언어는 젊은작가들이 뿜는 일시적인 감각의 경쟁에서 물러 나와 예술의 본질적인 측면을 바라보게 한다. 계절이 깨어나는 5월, 안중경 작가의 ‘얼룩’을 통해 많은 시간을 관통해보는 시각적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 플레이스막
얼룩
1.
어느 집의 벽 속에 있는 빈 공간을 떠올릴 때가 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신경쓸 필요도 없는 빈 공간. 햇빛도 들지 않는 어두운 작은 공간에 공기가 있다. 수십 년, 수백 년을 갇혀있는 공기가 있다. 건축될 당시의 기후와 계절과 냄새를 간직한 공기가 거기 있다. 아무도 관심이 없겠지만 거기에 있다.
2.
학교 수업을 마치고 차를 타러 가다가 봄기운에 홀려서 뒷산 오솔길에 접어들었다. 얇은 봄꽃들 사이로 나무 한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진 듯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있다. 빈 종이를 꺼내 나무를 그리다가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나무의 모습에 새삼 놀란다. 나무 아래로 다가가서 위를 올려다보니 완전히 다른 모습의 나무가 있다. 나무의 진정한 모습이란 것이 있을까. 우리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사람이나 인간이라는 말을 통해 떠올리는 그것은 무엇일까. 보편적 인간이라는 말은 가능한가.
3.
뇌과학에 따르면 언어는 뇌에서 일어나는 일의 10%정도밖에 표현을 못한다고 한다. 언어의 해상도가 인식의 해상도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인식하거나 기억하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우리는 그림으로 표현한다.
4.
사람들이 내놓은 길을 따라 걸으면서 이 길을 오갔을 수많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행했을 갖가지 일들이 떠올라 그만 아찔해진다. 유전자를 생각해보면, 나는 얼마나 오래된 것일까. 산은 도대체 얼마나 오래된 덩어리인가. 나무도 풀도, 도대체 오래되지 않은 것이 없다.
5.
세계는 온갖 형태와 색으로 가득하다. 그것들은 어둠의 막 속에 갇힌 듯 고요하다. 나는 색과 형태의 내부로 들어간다. 말로 꺼내지 못하고 응어리진 내 속의 얼룩들이 깨어난다. 얼룩들이 어둠의 막을 뚫고 나오기 시작한다. 얼굴이 흘러내리고 풍경이 일렁거린다.
안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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