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인
Blank_骨山 장지에 화선지 꼴라쥬,채색,향,라이터, 232x91cm, 2019
정서인
骨島(골섬) 장지에 화선지 꼴라쥬,채색,향,라이터, 38×46cm, 2018
정서인
骨山_1 장지에 화선지 꼴라쥬,채색,향,라이터, 41x32cm, 2018
정서인
骨山_2 장지에 화선지 꼴라쥬,채색,향,라이터, 41x32cm, 2018
정서인
骨山_3 장지에 화선지 꼴라쥬,채색,향,라이터, 32×41cm, 2018
정서인
떠 있는 섬들 1 장지에 화선지 꼴라쥬,채색,향,라이터, 73×61cm, 2017
정서인
떠 있는 섬들 2 장지에 화선지 꼴라쥬,채색,향,라이터, 132x96cm, 2019
동양회화에서 지필묵(紙筆墨)은 기본적인 재료로써 필선과 다양한 먹의 선염을 가지고 대상을 표현해 나가는 중요한 재료로 사용되었다. 본인은 여기서 종이를 주도적으로 사용하여, 종이를 태워 만든 선과 종잇조각들을 콜라주 하여 필선과 선염을 대체하여 완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산수라는 주제를 가지고 실경의 정석적인 답습을 벗어나 본인만의 방식으로 선별하여 선택된 부분을 솎아내고 표면적인 부분을 버리는 방식으로 중요한 부분을 부각해 보이도록 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본인의 시야에서 선별된 전경의 부분으로, 산세와 골격을 말하며, 골산(骨山)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산의 본질적인 모습을 중점으로 표현해 나간다. 여기서 골산은 골법용필(骨法用筆)에서 말하는 선과 골법이 일치하였을 때, 생동적인 기운을 만든다는 의미를 바탕으로 함축적인 선과 대상의 내적인 것, 즉 본질에 대한 단어를 지칭한다. 또한 태워서 표현하는 방식과 주제인 산수를 연결해 작업 전반의 맥락을 이룬다.
자연은 생성과 소멸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본인은 자연의 이러한 성질, 그중에서도 역동성을 담아내고자 한다. 태워진 한지를 콜라주 하는 방법과 접목하여 산수를 완성한다. 풍경화는 실제 풍경을 그렸다 하더라도 시각적인 사실 묘사가 아니라 경치에 비추어 본인의 마음이 투영되는데 작업에서 실제 풍경이 나타나더라도 형상은 함축적인 것이다.
또한, 태워져 생긴 미묘한 선의 변화를 통한 본인의 시야에서 걸러진 과정이 담긴 시선을 그림에 담는다. 종이를 태워 선을 만든다는 것은 완전한 우연성과 동시에 철저한 계획성을 갖추어야 한다. 불을 종이에 대는 처음에는 어떠한 의도된 형상을 추구하지만, 그 결과는 의도되지 않는 다양하게 태워진 모양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각각의 조각은 미묘한 톤과 얇고 예민한 선의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종이가 태워져 생겨난 선은 처음에는 의도된 변화이면서도 동시에 의도치 않은 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계획성과 우연성이라는 두 가지의 내재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의도하였든 의도치 않았든 간에 생겨난 선은 화면 안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구성 요소로 작용한다. 향불이 종이를 만났을 때, 철저하게 통제된 상태에서 한지에 구멍을 내거나 혹은 종이를 사라져 버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엷은 태운 흔적을 남기듯이 종이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우연성을 내포한 태운 선과 흔적들은 조각 자체 혹은 하나의 선이라는 부분으로써 그 자체가 완성된 형상이라기보다는 콜라주 되어 형상을 만들어 내는 요소로 작용하여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것에 더 초점을 두었다.
태운 선이 모여 이미지의 형태를 만들어 나가기 때문에 불로 태우는 행위가 완전한 사라짐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들이 모여 다른 생성 원리로 작용하기 때문에 완전한 의미의 태움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 ‘불로 태우다’라는 것이 결국 사그라져 재가 되고 없어져야 하는데, 중간 지점에서 의도적으로 멈춘다. 결국 완전한 의미의 태움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의 작품은 멀리서 보일 때 태웠지만 태운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와서 작품을 보았을 때, 태운 선과 종잇조각을 콜라주 하여 만들었음을 알게 된다. ‘태우다’라는 의미가 ‘태어나다’라는 의미로 변환되는 과정이 본인의 작업의 중요한 맥락으로 작용된다. ‘재현된 이미지’는 동양적 시점으로 그려진 산수풍경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분히 회화적인 기법이 어우러져 재조립되고 반추하여 본인의 기억된 부분을 중점으로 골격, 산세, 중첩, 자연의 순환 원리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의 작업물은 태움과 채움이 반복적으로 쌓인 자연풍경 안에 본인의 감정 변화를 컬러와 여백, 태운 종잇조각 세 가지를 이용해 다양하게 시각화하여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1988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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