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광주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기념 - ‘물, 생명, 상상력’전
2019.05.29 ▶ 2019.07.28
2019.05.29 ▶ 2019.07.28
전시 포스터
금민정
화전림 fire field forest 2017, 3채널 영상(7분34초), 가변크기
김인경
Silent Voyage 2009, 혼합재료, 180x180x120cm
박선기
An Aggregation 20170831 2017, 숯,나일론,실 등, 100x15x170(h)
정기현
실험실-예외점+4℃ 2018 물고기, 식물, 물, 양모와 머리카락,수족관과 현미경, 전기모터, 영상설치(HD 싱글채널 비디오 10분) 600x1,500cm지구본지름
김형종
Silhouette-20140416304 2019, 700x110x73
박상화
무등판타지아-사유의 가상정원 2019, 수제스크린에 단채널 비디오설치, 6.6x4x2.8(h)m
황중환
Harmony 2019_아크릴, 페인트마커, 단채널비디오 설치 등_3,260x270(cm)
Seth(세뜨)
Untitled 2019, 아크릴 페인트, 스프레이, 미술대학옥상
Jace(제이스)
Untitled 2019, 스프레이, 1.8극장
Ludo(뤼도)
Human vs Machine 2019, 종이,아크릴페이퍼, 미술대학교 로비
조선대학교 축구장에서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하이다이빙 경기가 열린다는 사실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것은 지난 2월 초였습니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수영대회 중계방송을 시청한다는 점, 지상 27미터의 높이에서 진행되는 하이다이빙 경기를 중계하는 카메라가 높은 위치에서 주변 경관을 담아낸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좋은 기회를 맞아 어떻게 하면 문화중심도시 광주와 개교 73주년의 조선대학교를 잘 소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그 해답 중의 하나는 바로 국제대회에 부응하는 전시회를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이다이빙 경기장을 마주하고 있는 미술대학 건물 자체를 멋진 예술작품으로 만들고, 경기장에서 미술대학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포함하여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조선대학교 캠퍼스에 아트 밸리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주제는 수영대회를 감안하여 ‘물’을 택했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물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생명’이란 화두를 동반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주제를 풀어나갈 미술이 ‘상상력’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로 했습니다.
<아트 밸리>는 미술대학과 1·8극장 일대의 스트리트 아트, 조선대학교 미술관의 현대설치미술, 본관에 위치한 김보현 미술관의 근·현대 호남미술로 이루어집니다. <물, 생명, 상상력>전은 금민정, 김인경, 김형종, 박상화, 박선기, 정기현, 황중환 작가의 다양한 매체로 이루어진 작품을 통해 현대설치미술의 정수를 선보입니다.
금민정 작가의 초기 작품은 공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2000년대 중엽부터 그는 공간 자체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다. <숨 쉬는 벽>, <숨 쉬는 문> 시리즈에서 그는 실제 공간에다 그 공간을 왜곡한 동영상 이미지를 투사함으로써 마치 공간 자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벽이나 문 이미지를 사람의 숨소리에 맞추어 팽창하거나 수축시킴으로써 벽이나 문이 호흡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촬영된 공간 이미지에 움직임을 넣어 생명이 있는 공간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그 영상이 투사된 공간은 일상 공간이 아닌 초현실적 공간이 된다. 왜곡된 환영 이미지를 실재 공간에 병치시킴으로써 지금까지 의식하고 있지 못했던 공간 자체가 우리의 관심 세계에 들어오게 된다.
이번에 전시된 <화.전.림> 작품은, 작가는 화전민이 살았던 장소에서 작가 자신은 명백하게 느껴지지만 비가시적인 어떤 것을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관객에게 제시하려고 한다. 3개의 영상 채널과 설치 작업을 통해 작가 자신이 느끼는 그 장소의 특성을 끄집어내고 있다. 작가는 화전민 터 곳곳에서 발견된 그들의 흔적 속에서 그들의 삶이 투영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이것을 가시화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재구성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조각가 김인경은
박선기의 작품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럿이다. 첫 번째 길은 ‘숯’이다. 작가는 나무를 좋아하고 건축물에 관심이 많다. 나무는 숯이 되었고, 건축물은 기둥이나 처마나 지붕이 되었다. 숯으로 기둥이나 처마나 지붕을 만들었다. 축귀, 정화, 회귀, 불변 등 숯이 지닌 상징적 의미는 상당하다. 그러한 의미가 건축에 칠해지면 작품은 신화적 의미로 향한다.
두 번째 길은 ‘걸이’다. 주로, 숯을 낚시줄에 건다. 수많은 숯 절편들에 일일이 줄을 달아 판과 연결하고 그 판을 다시 천장에 붙인다. 줄과 숯의 엄청난 숫자만큼이나 엄청난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박선기는 흙을 구운 벽돌이 아닌 나무를 구운 숯으로 ‘쌓기’ 아닌 ‘걸이’의 조형을 한다. 때론 낚시줄 대신 광섬유로, 숯 대신 플라스틱이나 금속 등으로 색과 빛의 변주를 자아낸다. 행잉 아트(hanging art)라 칭할 만하다.
세 번째 길은 부분과 전체의 관계이다. 유기적 통일성은 아니다. 줄이나 숯 절편의 일부가 빠져도 전체에는 문제가 없다. 박선기의 작품에서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게슈탈트 심리학의 표어이기도 하다. 우리 뇌는 각 부분들을 일일이 보고 그 부분들이 이루어내는 전체를 파악하지 않는다. 산속을 걷다 저 멀리 무엇인가 보인다. 눈, 코, 입, 다리, 발톱, 털색 등을 찾아 일일이 보려 한다. 으악, 지리산 반달곰이다. 도망가기엔 이미 늦었다. 이런 낭패를 막기 위해, 뇌는 머리와 체형만 보고 맹수라 지각한다. 그리고 살 길을 찾는다. 그 과정서 이미 뇌 속에 저장해두었던 여러 기억을 조합하여 적용한다.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이다.
정기현 작가가 만들어내는 조형 세계는 정교하면서도 절제되어 있다. 게다가 대단히 다채롭다. 이 세계를 ‘설치미술’, ‘개념미술’, ‘영상작업’이라 부르는 것은 별로, 아니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이 끌어들이는 재료와 소재, 그것이 활용하는 기법과 구성,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분위기와 연상이 작품마다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실험실-예외점 +4℃>의 첫 인상은 낯설지 않다. 생태주의 세계관에 기반하고 있는 ‘바이오 아트’ 작업으로 보인다. 두 개의 지구본에 투사된 숲의 영상과 동식물의 수조들을 조합하여 구현한 생명의 순환 모델이 그 분명한 증거이기에. 하지만 ‘바이오 아트’라는 규정만으로는 작가의 세밀한 탐구정신과 작품의 복합적이며 풍부한 구성을 충분히 끌어안을 수 없다.
<실험실-예외점 +4℃>는 결코 과학적 방향 설정을 앞으로 밀고 나아가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작품의 조형 세계는 이 설정 위에서 두 가지 흥미로운 대립을 함께 가시화하고 있다. 하나는 미시적 지각과 거시적 지각의 대립이며, 다른 하나는 체험된 시간과 객관적 시간의 대립이다. 전자의 대립은 현미경을 통한 관찰과 지구본에 투사된 영상을 통해 연출되며, 후자의 대립은 물과 생명의 흐름과 2036년이라는 미래의 시점으로 표현되고 있다.
인물상을 중심으로 하는 <실루엣> 시리즈는 걷는 군상을 보여준다. 다채로운 색채는 일견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제각기 걸어가는 모습이나 유리 자체의 투명함은 현대인의 공허한 실존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위한 인간’이라는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의 말을 떠올리면서 군상을 보면, 저들은 마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실존적 존재의 재현으로 보인다.
<실루엣 20140416304>는 그 영롱하고 화려한 빛깔로 단번에 관람자의 시선을 끈다. 자칫 깨지기 쉬운 특성의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진 인물상들의 향연은 투명한 경쾌함을 넘어 위험스러워 보인다. 그러한 불길한 느낌은 그들이 놓인 유리판의 배 모양 형태와 그 위에 반복되어 나타나는 숫자, 2014 0416 304에 의해 우연적인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작가는 세월호의 실제 도면에 따라 유리판을 제작하고, 그 날의 희생자 304명의 실존을 잠시 빌려왔다. 수년 전 우리의 가슴에 커다란 슬픔을 안겨주었던 세월호와 그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영혼은 전시장 바닥의 그림자를 통해 더욱 진한 여운을 남긴다. 유리로 만들어진 진혼과 애도를 통해 저들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 유리처럼 쉽게 깨질 수 있음을 아이러니하게 보여준다.
<무등판타지아-사유의 가상정원> 작품을 보면 실제로 숲을 보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이 작품은 손수 찍은 무등산의 사계절 영상들과 산 주위의 문화유적 영상을 편집하여 여러 충의 반투명 메시 재질 영사막에 투사한 작업이다. 이번 작품의 목표는 직접 촬영한 무등산 사계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바탕으로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서 휴식과 위안을 주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위해 이 목표에 적절한 동영상을 만들고, 관객들이 이 동영상을 통해 즉각적으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방식을 찾고 있다.
여러 층의 영사막 사이를 관객이 거닐 수 있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작품에 적극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감상 방식이 작품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자연과 관객이 하나가 되는 체험을 하게 만든다. “사각 프레임 안에 갇혀 있는 영상을 넓은 실제 공간 속에 자유롭게 펼쳐내고, 관객들은 펼쳐진 영상의 숲을 걷고, 내부에 머무르기도 하면서 작품을 감상하고 자신만의 사유의 시간과 위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의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이 주제의 소통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작가를 닮은 듯 둥글둥글한 이미지의 주인공은 아이에게 달과 별을 따준다. 사랑하는 사람과 뜨겁게 포옹하기도 하고, 비 맞는 연약한 짐승들에게도 우산을 펴줄 줄 아는 마음씨 넓은 아저씨다. 무거운 여행가방을 들고 호수를 건너기도 하고 높은 산을 오르기도 한다. 없는 길을 만들어 나가기도 하고, 때론 가장 낮은 자세로 쉬며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온갖 종류의 나무와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님’을 통해 ‘하모니’를 강조한다. 이처럼 황작가의 만화 속 주인공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포용, 인류애, 따뜻함, 부드러움 등의 정서를 전해준다. 특히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라는 점을 감안해 작가는 특유의 유쾌한 메시지를 던진다. “수영엔 1등이 있지만 인생엔 1등이 어디 있나 모두 다 1등 LIFE' 라고.
사랑스런 캐릭터와 부드러운 선, 편안한 색채, 적절한 공간 배열 이 부담스럽지 않게 잔잔히 다가오는 메시지와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감상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이다. 그런 특성은 <물, 생명, 상상력>의 마지막 전시장의 벽을 가득 채운 <하모니>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스트리트 아트는 스프레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적 재료들을 사용하여, 벽, 바닥, 거리 공간 등에 작업한 낙서 행위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현대예술 운동을 의미한다. 프랑스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은 낙서가 예술 형식으로서 내용과 형식을 갖추며, 보다 더 직접적으로 ‘아방가르드 정신’에 입각해야 한다고 보았다. 아방가르드 미술가들의 선례를 따라 이들은 거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부르주아 문화와 관습화된 사유체계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과 행동을 추구하였다. 사회에 관한 ‘비판적’ 태도를 보여주는 이들의 이미지들은 정치적인 목적에 부합한 상업적이고 단순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이미지들과 그 괘를 달리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세 명의 프랑스 스트리트 아티스트들 중 거리 자체의 독특한 장소에서 재미와 놀이를 좋아하는 제이스(Jace)의 작업은 유쾌하다. 그라피티 작가로 시작해 수년간 라이팅을 했던 제이스는 ‘구주(Guju)’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자신의 고향 ‘헤니옹’섬을 중심으로 작업했다. 지난 20여년이 넘도록 제이스는 자신의 정체성인 구주를 독특한 장소에 그려 넣으면서 온 세계를 여행한다. 그의 특징은 스트리트 아트가 유행하는 혼잡한 도시보다는 부다페스트, 마다가스카르, 모리셔스, 홍콩 등의 지역에서 작업하면서 이국적 장소가 그 자체로 작품의 맥락이 된다.
섬세한 시적 표현력, 공간을 반영한 이미지, 초현실적인 색상 등은 세뜨(Seth)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 그의 주제들은 전 세계의 어린이들과 관련이 있다. 아이들은 종종 중력 밖의 공간에 있으며 뒤를 바라보거나 얼굴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미세한 외곽선은 그만의 색채와 그림자를 통해 섬세한 표현력을 발현시킨다. 여러 나라의 지역을 돌아다니는 세뜨는 각 지역의 ‘환경’에 영감을 받아 각각 다른 방식으로 공간과 이미지에 접근한다.
곤충과 무기 등을 결합시키는 뤼도(Ludo)의 거대한 이미지와 세밀한 표현력은 압도적이다. 뤼도는 그래픽 디자인의 방식으로 벽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붙이는 포스터의 방법을 사용한다. 그는 자연과 인간 기술의 결합을 통해 인간 문명이 과도하게 통제하는 상황들, 파괴의 형태들, 환경의 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운 복합 생명체의 형태로 재현하고, 자신만의 색, 녹색을 통해 그의 메시지를 더욱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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