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증
2019.08.09 ▶ 2019.08.30
2019.08.09 ▶ 2019.08.30
전시 포스터
조문기
다각의 지주 oil & acrylic on canvas, 161.7x97cm, 2019
신창용
The Cabin in the Woods acrylic on canvas, 53x45cm, 2019
조문기
다각의 지주 oil & acrylic on canvas, 100x100cm, 2019
조문기
다각의 지주 oil & acrylic on canvas, 162.2x130.3cm, 2019
신창용
people acrylic on canvas. 53x33cm. 2019
신창용
We Built This City acrylic on canvas. 91x73cm. 2019
신창용
∞(무한) acrylic on canvas. 91x73cm. 2018
신창용_정신의 함
올 여름, 신창용 작가는 조문기 작가와 함께 2인전 <비문증>을 통해 신작을 선보인다. ‘비문증’은 수정체와 망막 사이의 투명도가 유지되지 않아 망막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마치 눈앞에 뭔가가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안(眼)질환이다. 일반인이라도 눈을 감은 채로 일정한 압력을 눈에 가하면 이내 몇 개의 흰색의 물질들이 하나 둘씩 보이는 증상을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그 증상이 심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경우에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 중 하나이다.
작가는 개인적으로 비문증을 앓았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 비문증이란 치료해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만의 세계관을 재확인하는 대상으로 본다. 비문증은 눈을 감고 빛이 차단된 검은 배경일 때 그 무언가의 형태가 더 또렷하게 보인다. 이는 작가가 검은색 바탕을 회화의 기본 배경으로 작업한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그는 먼저 캔버스 전체를검은색 또는 어두운 톤으로 칠한 후 반대색들로 형태가 드러날 수 있도록 물감을 칠한다. 즉,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의 영역에서부터 시작해 유(有)의 형태가 후에 나타나는 형국이다. 이 때에 그가 회화에서 묘사하는 대부분의 대상들은 현실에서 이미 죽었거나, 대중매체의 죽음의 시퀀스에 있는 인물들을 묘사하고 있어 어떠한 의미에서든 ‘죽음’과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가진 인물들이다.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그 시기가 다를 뿐 모두 죽음을 맞이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쉽게 망각하고 산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를 현실에 땅을 딛고 살아가게 하는 기제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는 죽음을 망각하기보다 오히려 죽음을 인지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죽음은 작가 스스로 후에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 가에 대한 탐구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가의 생각은 작품에 그대로 체현 된다. 그에게 죽음이란 두렵거나 무섭기만 한 미지의 영역이 아닌, 살아 생전의 인물을 반추하며 그 또는 그녀를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 마침표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 유독 단명한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죽음을 이야기 함으로써 개개인의 역사를 설명하고자 이런 질문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Why do some of the best die young? (왜 위인들은 일찍 죽는가?)”
■ 이윤지
조문기 _다각의 지주
가족 간의 갈등, 남녀의 욕망 등 사회적 모순을 토대로 작업을 이어온 조문기 작가는 본 전시에서 새로운 주제의 작업 <다각의 지주>를 선보인다. 조문기의 관심사가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형태의 인간관계에서 개개인의 본질적 문제로 전환됨에 따라 이에 맞는 새로운 표현법을 차용하는데, 본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그의 대표적 일러스트레이션 화풍에서 잠시 벗어나 추상화적으로 그려진다. 구상과 비구상 사이의 딜레마에서 출발한 이번 작업은 해체주의적 성향을 띄며 단순한 도형과 눈에 띄는 색채 그리고 다양한 텍스쳐의 혼합으로 이루어진다. 조문기는 이전의 스토리 중심의 구상화로부터 멀어져 점과 선, 그리고 면을 중심으로 하는 그림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배제된 인간의 표상을 서사 혹은컨텍스트(context) 없이 개인의 존재에 대한 본질적 문제, 즉 텍스트(text)로서 다루고 있다.
삼각형 혹은 사각형의 기하학적인 면들 아래로 드러난 사람의 다리, 회전의자의 바퀴 그리고 철제 스탠드는 온전한 추상으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구상주의적 힌트이며, 인물에서 사물 그리고 도형이 되는 해체의 과정을 점진적으로 보여준다. 사람을 사람답게 지탱하는 두 다리의 흔적은 소실되고, 자아는 분열되었으며, 개인을 구성하는 수많은 이야기와 사건들마저 사라진 의미와 상징의 부재에서 조문기는 관계로부터 분리된 인간 그 자체를 이야기한다. 캔버스 위를 채우는 일차원의 도형들은 실은 수많은 차원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비구상은 조문기가 다루어왔던 구상이라는 거대한 서사로부터의 비움이자 진화인 것이다.
■ 박민주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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