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유영호
평화의 길 알루미늄 주물, 레진, 우레탄 칼라_330×1200×1000cm_2019
유영호
평화의 길 알루미늄 주물, 레진, 우레탄 칼라_330×1200×1000cm_2019
유영호
평화의 길 알루미늄 주물, 레진, 우레탄 칼라_330×1200×1000cm_2019_부분
유영호
인간의 다리 알루미늄 주물, 스테인리스 스틸, 우레탄 칼라_100×650×100cm_2019
유영호
인간의 다리 알루미늄 주물, 스테인리스 스틸, 우레탄 칼라_100×650×100cm_2019_부분
유영호
연천 옥녀봉-장풍 고잔상리 그리팅맨 폼보드, 알루미늄 주물, 철_80×800×300cm_2019
유영호
연천 옥녀봉-장풍 고잔상리 그리팅맨 폼보드, 알루미늄 주물, 철_80×800×300cm_2019_부분
유영호, 제3의 길을 가고 있는 아티스트
김종영미술관은 일생을 미술교육에 헌신한 김종영 선생의 뜻을 기리고자 2004년부터 그 동안의 작업을 통해 주목해 볼만한 작가를 선정해서 매년 『오늘의 작가』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유영호(55) 작가를 선정했습니다. 유영호는 『그리팅맨 Greeting man』, 즉 인사하는 사람을 세계 여러 곳에 설치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상암동 D.M.C. (Digital Media City) MBC 사옥 앞 광장에 세운 일명 'Mirror man'이라고 불리는 작품 『월드 미러』가 영화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나와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유영호의 이번 전시 제목은 『요기』입니다. 요기는 정확히 가까운 특정 장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번 전시 『요기』에는 1층 전시실에 『평화의 길』, 2층 전시실에는 1/200로 축소한 『인간의 다리』, 그리고 3층 전시실에는 『연천 옥녀봉 - 장풍 고잔상리 그리팅맨』 해서 총 3점을 전시합니다. 이번 전시 출품작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리팅맨』을 바탕으로 남북 화해를 통해 민족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그의 바람을 담아낸 작품들입니다.
■ 김종영미술관
유영호는 『그리팅맨』 프로젝트를 통해 종교와 인종 그리고 심지어는 무역으로 인한 전쟁을 겪고 있는 동시대인들과 함께 만남, 공존, 화해와 평화안녕을 기원하고자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사는 모든 인간관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그리팅맨』은 특정인을 모델로 하지 않은 단순화한 남자 누드 상이다. 15도로 고개 숙인 『그리팅맨』은 보는 사람에게 가식적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자존감을 가지고 겸손하면서도 정중하게 인사하는 모습이다.
유영호는 『그리팅맨』을 지금까지 국내외 10여 군데에 세웠다. 가장 최근에는 그곳 시간으로 지난 8월 4일 한국과 브라질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고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한국문화원이 파울리스타 Paulista로 옮겨 새롭게 개원하면서 문화원 앞마당에 설치했다. 그런데 유영호는 작품제작부터 운반과 설치까지 모든 비용을 스스로 부담한다. 그러니까 그는 온전히 자신의 작품을 기증하는 것이다. 그가 모든 비용을 감당함에도 작품설치가 완료될 때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린다. 작품을 설치하고자 하는 지역 관청에 제안해서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영호는 국내 작가 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방식의 공공조형물 설치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유영호의 이번 전시 제목은 『요기』이다. 요기는 정확히 가까운 특정 장소를 가리킨다. 본 전시『요기』에는 1층 전시실에 『평화의 길』, 2층 전시실에는 1/200로 축소한『인간의 다리』, 그리고 3층 전시실에는 『연천 옥녀봉 - 장풍 고잔상리 그리팅맨』 해서 총 3점을 전시한다. 『평화의 길』은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두 팔을 벌려 손을 잡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다. 전시작품은 모형인데, 모형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실제 작품에서는 관객들이 마주 잡은 팔 위로 걸어 다니며 주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작품은 축소모형이라 하지만 전시장 공간을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하다. 관객은 두 사람을 올려 보며 실제 설치된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볼 것이다. 『인간의 다리』도 마찬가지다. 강 가운데에 고개 숙여 인사하는 사람이 두 팔을 벌려 다리가 되었다. 1/200로 축소한 모형이므로 크기가 어는 정도일지 상상이 된다. 이 두 작품은 아직 어디에 설치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요기』는 바로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옥녀봉과 휴전선을 경계로 마주 보고 있는 북한 황해남도 장풍군 고잔상리 마량산이다. 유영호는 2016년 4월 23일 옥녀봉에 5번째 『그리팅맨』을 설치했다. 당시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으로 남북은 곧 전쟁이라도 할듯했다. 미술가로 이런 시국에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남쪽 옥녀봉과 북쪽 마량산에 휴전선을 경계로 마주 보고 인사하는 그리팅맨을 세우는 안을 생각했다. 그는 먼저 연천군에 제안했고, 2년 만에 그 가운데 하나를 먼저 옥녀봉에 설치했다. 그러나 마량산은 북녘땅이라 설치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많다. 마량산은 6·25동란 중에는 317고지로 불렸으며 1951년 10월 3일부터 8일까지 중공군과 호주군 사이에 치열한 고지전이 펼쳐진 곳이다. 그는 '요기'에 나머지 『그리팅맨』을 세워 이 기획안을 마무리하고자 지금도 연천군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하여 언제 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꿈을 가지고 묵묵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전시 출품작들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그리팅맨』을 바탕으로 남북 화해를 통해 민족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그의 바람을 담아낸 작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관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찌 보면 이는 그의 능력 밖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일에 긍정적이며 낙천적이다. 그는 실현되리라 확신하며 어떻게 제작 비용을 마련할지 고민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 차고 넘치는 격한 구호를 보며, 우리 사회만큼 공존이 필요한 곳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필자는 출근길에 경복궁 건너편 모퉁이에 있는 『그리팅맨』을 바라보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요기에 있다는 생각이다. 유영호의 작업을 살펴보며 "예술의 궁극적인 과제와 존재 이유는 작가가 그 시대와 사회의 실존문제를 여하히 형상화해 내는가에 달렸다."는 말이 절절하게 와 닿는다.
유영호는 작가로서 시대와 사회의 실존문제를 매우 깊이 있게 살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작업을 풀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작품을 화이트 큐브에 진열해서 상품으로 거래되는 구조를 거부한다. 그는 지역사회에 제안하고 협의를 거쳐 작품을 제작하고 기증해서 그의 작품은 지역사회가 소유하며 의미를 공유한다. 이같이 작업하며 그는 주류 시스템에 편입되지 않고도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어 한다. 그는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길을 찾아 나섰다. 그것을 제3의 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가 제3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용기는 바로 긍정의 힘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공공성이야말로 동굴에서 처음으로 그림을 그린 선조들이 추구하던 바가 아닐까 싶다. (발췌) ■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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