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의: 할아버지의 키티인형
2019.11.11 ▶ 2019.12.13
2019.11.11 ▶ 2019.12.13
문경의
Favorite Things 2019, 90.9x116.8cm, oil/canvas
문경의
Favorite Things 2019, 90.9x116.8cm, oil/canvas
문경의
Sunday noon 2019, 90.9x116.8cm, oil/canvas
문경의
See through 2019, 90.9x116.8cm, oil/canvas
문경의는 일상의 작은 현상을 보고 생각하는 작가다. 창문에 인형을 놓고 운전하는 버스 기사나 인형을 뽑고 기뻐하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사람들의 감정과 취향을 기억한다. 때로 남자와 여자의 모습에서 드라마 같은 순간을 포착하기도 하고 No Rain, No Flowers 라는 자연과 이치를 삶의 이치로 끌어다 적용하기도 한다. 비가 오지 않으면 꽃도 피지 않는다. 세상을 보지 않으면 예술도 나오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진 듯하다.
그가 이번 전시의 제목 ‘할아버지의 키티인형’을 영등포역의 다이소 매장에서 키티인형을 사고 행복한 얼굴로 나오는 할아버지에서 착안한 것은 팬 케잌과 같은 작은 디테일에 주목해 온 그동안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젠가 소시민의 삶에 등장한 다이소는 싼 물건들의 백화점이다. 언뜻 젊은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가게에서 할아버지가 인형을 사는 모습은 늙었다는 것과 인형처럼 귀여운 것을 접목하기 쉽지 않은 상식을 흔들면서 동시에 작은 것에서 만족을 느끼는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끔 했던 것 같다.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 살짝 낯설어 보이는 것을 통해 회화적 상상력을 가동시키는 문경의는 자신의 작업의 목적이 “따뜻한 바라봄을 시각화”하는 것이라고 적는다. 낯설어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주목하지 않는 모습을 회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종종 가상의 인물과 공간을 상상해낸다. 그 공간에서 할아버지의 키티 인형은 어느 새 작가 자신의 베어브릭 인형으로 대체되고 제프 쿤스의 작업을 차용한 저금통으로 확장해 간다. 철학을 공부하는 그의 삶의 한켠을 차지한 책들과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의 여러 소품들이 사용된다.
그의 회화 공간에서는 인형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어디선가 보았을지도 모를 젊은 여성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물질문화를 누리는 삶을 인정하고 그 물질문화가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장면을 적극 활용한다. 마치 온갖 사물과 패션으로 도배된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그의 그림들은 현대인의 초상화들이자 사실은 작가의 초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이 충분히 풍족해 보이는 배경과 달리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무표정하며 심리적으로 공허해 보인다. 작가가 ‘따뜻한 시선’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회화는 직접적으로 그 따스함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공허하고 무기력해보이기까지 하다. 감정을 담지 않은 인간의 얼굴과 생기발랄해 보이는 인형의 얼굴이 대조되는 회화의 공간에서 작가는 아마도 ‘따뜻함’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양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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