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현수
untitled untitled_202009 acrylic on canvas, 40.9 x 27.3cm, 2020 / 자료제공: 이유진갤러리
경현수
untitled untitled_202010 acrylic on canvas, 65.1 x 45.5cm, 2020 / 자료제공: 이유진갤러리
경현수
untitled untitled_202014 acrylic on canvas, 162.2 x 130.3cm, 2020 / 자료제공: 이유진갤러리
경현수
untitled untitled_202006 acrylic on canvas, 45.5 x 45.5cm, 2020 / 자료제공: 이유진갤러리
경현수
untitled untitled_202007 acrylic on canvas, 72.7 x 60.6cm, 2020 / 자료제공: 이유진갤러리
경현수
untitled untitled_202018 acrylic on canvas, 40.9 x 27.3cm, 2020 / 자료제공: 이유진갤러리
“모호한 생각에 불확실한 아이디어를 쌓아서 형상을 만들고,
이 형상에 질감을 입혀서 부유하는 생각들을 캔버스에 드러나게 한다.
우연과 필연이 얽혀있는 기하학적 골조에 색을 입히고,
조절 가능한 표면질감으로 형상에 위치값을 부여한다.”
경현수
개념은 생명력을 가진 씨앗과 같다. 그 씨앗이 뿌려지는 토양은 인간의식이다.
의식은 항상 움직인다. 그 운동성 덕분에 개념이라는 씨앗은 성장,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림은 이러한 보이지 않는 의식 운동이 가시화 된 결과다. 이번 작품은 전작에 담겨있던 ‘파편’이라는 개념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작에서 debris (파편)라는 단어가 암시하듯이, 의미 없는 파편적 형상에 공고히 쌓아 올린, 그러나 세심하게 보지 않으면 잘 드러나지 않는 질감을 부여하여 파편이라는 단어가 가진 개념적 태도를 부각시켰다면 신작 에서는 ‘파편’을 넘어선 새로운 개념이 출현한다.
‘피상’이다.
‘피상’이라는 단어가 갖는 사전적 의미는 사물을 깊은 의미가 아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할 때 좋은 의미는 아니다. 어떤 상태를 피상적이라고 표현하면 그건 사물을 대하는 가벼운 태도와 연결되어 좋지 않은 개념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피상’이라는 개념이 가진 구조를 표현한다면 그건 다른 얘기다. ‘피상’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 구조를 나타내는 일은 피상적인 일이 아니라서다. 피상적으로 표현된 그림과 ‘피상’이라는 개념 구조를 표현하는 일은 “2+3=5”와 ‘2+3=5’는 수식이다.”라는 문장처럼 차원이 다르다. ‘피상’이라는 개념을 추론할 수 있었던 근거는 그림에 있다. 신작에 나타난 형상은 주로 원과 사각형, 직선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서 발견되는 복잡다단한 형상 대부분은 원이나 사각형, 직선, 곡선과 같이 기본적인 형태로 일반화 할 수 있다. 이들은 최소 공약수 같은 기본 형태라서 파편과 종류가 다른 형상이다. 종류는 다르지만 전작 ‘파편’에서와 같이 평평하고 밀도 있는 표면질감으로 표현됐다. 동일한 표면 질감을 가진 다른 형상이라는 점에서 연속성과 변화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 변화를 ‘피상’이라는 개념으로 규정한 이유가 있다. 원, 사각형, 직선, 곡선은 기본적 형태다. 그래서 파편과는 다른 형상이라고 했다. 이것만 가지고는 전작 ‘파편’ 과 연속된 개념을 추론할 수 없다. 파편적 형상과 기본적 형상은 반대 성질을 가진 형상이다. 반대라서 ‘파편’이 자라난 결과로 개념적 연속성을 가질 수 없어서다. 그래서 기본 형상이라는 측면보다는 기본 형태만으로 복잡한 형상 세계를 단순하게 이해해 버린다면 수 많은 세부사항을 놓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원, 사각형, 직선, 곡선은 중요한 기본 형태다. 밀도 있는 표면질감은 그 형상에 존재감을 부여한다는 의미로 연결되어 결국 단순한 인식 구조를 표상하게 된다. 세부사항을 배제한 기본 도형에 밀도 높은 표면질감을 부여하여 그 개념적 존재성을 부각시킨 점이 사물에 대한 단순 인식인 피상이라는 개념과 연결점을 갖게 된다.
‘피상’이라는 개념은 회화적 표현 안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피상’은 평평하고 얇은 개념이다. 평평한 개념은 동시에 그 자신을 담고 있는 장소인 평면에 대한 개념도 지시 한다. 형상이 자신과 형상을 담은 장소를 개념적으로 규정하여 하나가 되는 구조를 보여 주고 있다. 경현수 그림은 형상과 개념이 만들어내는 조화를 간결한 형식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파편에서 피상으로 변화된 개념적 연속성은 다음 그림에서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기대 된다.
글: 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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